창의적 체험활동 온라인 지원시스템인 ‘에듀팟(www.edupot.go.kr)’이 올해부터 본격 시행됐지만 광주시 고등학생의 활용도는 학교와 교사의 지도에 따라 편차가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에듀팟은 학교 안팎에서 실시한 창의적 체험활동을 학생이 직접 기록하고 교사가 이를 승인해주는 온라인 시스템이다. 대입에서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해 포트폴리오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지원한다는 것이 교과부의 방안이다. 교과부는 “학생이 기록·관리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체계적인 진학·진로지도와 대입 전형제도의 내실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개인 포트폴리오를 배제하고 공교육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에듀팟의 중요성은 더 부각될 전망이다. 이에 반해 광주시 일선 고등학교에서는 에듀팟 활용이 부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입과 직결되는 에듀팟 실효성 의문
광주시 고등학생들의 에듀팟 접속이 부진한데는 시교육청의 홍보 부족 탓도 있었다. 이번 교과부의 정책에 따라 대입의 삼각구도였던 내신, 수능, 논술에 에듀팟이 스펙으로 추가된 셈이다. 광주시교육청도 지난해부터 입학사정관제 선도학교를 지정해 운영하면서 에듀팟의 활용을 강조해왔다. 광주시는 상일여고, 동성고, 동신고 등 8개 학교를 선정해 입학사정관제에 필요한 다양한 활동을 공교육 안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에듀팟 홍보도 병행해왔다는 것. 교육청 관계자는 “지도교사를 통해 여러 차례 전달연수를 시켰고, 올해에는 학급별로 에듀팟 길라잡이를 배부하고 학부모들에게도 공문을 보냈다”며 에듀팟 홍보에 적극적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시교육청의 홍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에듀팟 매뉴얼을 문의하는 교사가 있다. 광주시교육청 김용환 장학사는 “대대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매뉴얼 활용법과 접속방법을 묻는 교사들의 문의가 있다”며 “에듀팟 활용이 정착됐다고 생각했으나 아직도 홍보가 부족한 것 같다”고 변명했다.
교사의 업무량도 에듀팟 활용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창의적 체험활동에는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자기소개서, 방과후활동 등을 기록하기 때문에 학교에서의 프로그램 지원과 함께 교사의 관리가 필요하다. 이런 공교육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에듀팟 기록 내용이 알차게 된다. 하지만 준비과정과 관리가 어려운 게 공교육의 현주소.
한 교사는 “학생들에게 기재할 ‘거리’를 많이 제공하려면 학교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준비단계도 까다롭고, 관리도 어려워 방관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솔직한 심경을 토로했다. 행정 업무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교사가 일일이 학생들의 활동을 확인하고 승인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은 실정. “학생들의 활동을 점검해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승인을 미루는 경우도 있다. 솔직히 교과 연구도 부족한 상황에서 학생들 기록물까지 관리하는 게 귀찮다”고 말한 교사도 있었다.
학부모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굳이 에듀팟에 적어야 하는 이유가 뭐냐?”며 개인포트폴리오 제출을 원하는 학부모들의 항의도 있었다. 심지어 에듀팟에 대해 ‘잘 모른다’고 대답하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에듀팟은 자녀의 대입과 직결되는 교육과정이다. 학생들의 기록도 중요하지만 시교육청, 학교, 교사의 적극적인 홍보와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무작위 기록물보다 진로에 부합한 알찬 기록 요구
에듀팟은 개인 기록물이다 보니 학교와 교사의 관심에 따라 포트폴리오 양과 질에서 달라질 수 있다. 또한 기록 내용 중 학생의 특기사항은 학교생활기록부에 올라가기 때문에 입학사정관제 입시에서도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올해 경희대학교가 처음으로 수시에서 ‘창의적체험활동 전형’을 도입하기도 했다. 특히 교과부의 정책이니만큼 이를 활용한 수시 전형요소가 늘어날 것이란 게 일선 교사들의 추측. 광주석산고등학교 정 현 교사는 “이제 시행 초기이고 대학에서도 에듀팟을 활용한 확실한 전형요소를 발표하지 않아 교사와 학생들이 소홀하지만, 현재 1학년이 3학년 되는 시점에는 주요 대학들이 전형요소로 반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입에서는 에듀팟 고등학교 자료만 적용한다. 중학교 기록물은 특목고나 자사고 등의 상급학교 진학 자료로 활용된다.
여기서 잠깐!
에듀팟 활용 잘하는 모범학교 ‘광주석산고등학교’(사진 있음)
제목: 지원하는 학교, 관리하는 교사, 기록하는 학생…삼박자가 척척
석산고등학교는 여러 해 전부터 학교 안팎의 행사를 기록으로 남기는 훈련을 해왔다.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기록의 양도 늘어났고, 학교에서도 기록을 뒷받침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해왔다. 대학 입시에서 비교과활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이를 대비했던 것이 올해 에듀팟 교육정책과 맞아떨어졌다. 그 결과 석산고는 광주지역에서 에듀팟 ‘우수학교’로 선정됐다.
다양한 창의적체험활동 프로그램 운영
석산고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과 함께 활용 방안도 지도하고 있다. 먼저 희망 대학을 설정한 후 대학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을 조사‧분석하게 했다. 그런 다음 인재상에 부합하는 체험활동을 권장하고 활동보고서 작성 요령도 가르쳤다. 보고서 작성에 그치지 않고 토론을 통해 더 창조적인 활동을 모색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석산고 에듀팟 정 현 담당교사는 “체험활동 내용을 작성하고 관리하는 방법, 활동 영역별 조언까지 총체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학생들도 에듀팟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고 설명했다.
석산고는 자체 프로그램도 많다. 정신과 육체적 건강을 위한 ‘웰니스’ 프로그램이 주목할 만하다. 하루 20분 아침 운동을 통해 집중력과 협동심을 기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봉사활동도 체계적이다. 석산고 봉사활동은 수상 경력이 화려할 만큼 이미 활성화 됐다.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모범사례도 발표되고 있다.
석산고의 극성스런 독서교육은 교육청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교육청 주관 ‘사이버 독서 마라톤 대회’에서 석산고 전원이 참가해 완주하는 기록을 세워 2년 연속 최우수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만큼 독서와 독후활동 프로그램에 적극적이란 증거다.
결국 학교측의 전폭적인 지원과 교사의 관심, 학생들의 긍정적인 참여가 석산고를 에듀팟 우수학교로 이끌었다. 특히 교사가 창의적 체험활동에 대해 연간 계획을 미리 세워 체계적으로 지도한 힘이 컸다고 학교측은 설명한다.
석산고 최규정 학생은 “고등학교는 시간이 관건이다. 개인적으로 에듀팟을 관리하려면 힘들지만 학교에서 활동을 지원해주고 선생님이 잘 지도해줘서 기록하는데 애로사항은 없다. 오히려 직접 작성하다보니 진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대학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졌다”고 말했다.
김영희 리포터 beauty02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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