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의 80%를 수시모집으로 뽑겠다는 2013학년도 서울대 입시안이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서울대는 2013학년도에 지역균형선발전형으로 748명(23.9%), 수시모집 일반전형(기존 특기자전형) 1733명(55.5%), 정시모집 일반전형 643명(20.6%)으로 총 3124명을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서울대 전형과 비교해 살펴보면 지역균형선발전형은 22.9%→23.9%로 1% 확대, 특기자 전형은 37.9%→55.5%로 17.6% 확대, 정시모집 일반전형은 39.2→20.6%로 18.6% 축소됐다.
특히 미대와 음대는 100% 수시모집으로만 신입생을 뽑을 계획이다. 사범대 윤리교육과, 수학교육과, 자연대 화학부·지구환경과학부, 공대 건축학과 건축학전공, 수의대 수의예과도 전원 수시모집으로 선발한다는 방침이다.
서울대는 학교 생활중심의 평가를 통해 공교육 내실화에 기여하고 점수 위주의 선발에서 잠재력 위주의 선발을 지향하기 위해 앞으로도 수시모집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무늬만 일반전형, 알고 보면 특목고 전형
그러나 입시분석전문 미래탐구 이해웅 소장은 서울대가 수시모집 인원을 확대한 것은 “고려대와 연세대 등에 특목고나 자사고 출신 등 최상위권 학생을 빼앗기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했다.
그동안 서울대는 신입생 선발에서 연세대 고려대 등 유명 사립대에 비해 내신을 중시해왔다. 이 때문에 내신에서 불리한 특목고·자사고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연·고대로 몰리는 경향이 있어왔다.
서울대의 특목고를 향한 의지는 이번에 대폭 늘어난 수시모집 일반전형(기존 특기자 전형) 모집인원으로 증명된다. 변경된 서울대 수시모집 일반전형인원은 17.6% 확대로 560명이나 늘었다. 이는 지역균형선발인원이 겨우 1% 확대의 38명 증원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수시모집 일반전형이 특목고나 자사고에 유리한 전형이라는 것은 2011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특기자전형 합격자 중 특목고 출신 비중이 50.5%로 전체 합격자의 절반을 넘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이해웅 소장은 “서울대의 말대로 정말 잠재력 위주의 선발을 지향했다면 적어도 같은 수시전형에 속하는 지역균형선발과 동일한 비율로 균형 있게 늘였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서울대가 수시모집 일반전형을 늘임으로써 과고나 외고 등 특목고의 선발비율을 높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올해 수시모집부터 논술고사를 폐지된 것을 고려하면 수시 일반전형은 입학사정관제로 선발될 것이다. 입학사정관제를 활용하면 ‘다양한 평가기준’과 ‘잠재력 위주 선발’이란 이름 아래 대학의 의지대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게 된다.
고2부터 적용? 말도 안 돼!
서울대의 이러한 변화는 대학별 고사인 논술이나 구술 등이 수능시험보다 더 중요시 되는 대학입시의 중심축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더군다나 수시모집의 경우 전형 유형이 매우 복잡할 뿐만 아니라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추천서, 학업계획서 등을 요구하거나 수능시험 성적을 최저 학력 기준으로 적용하는 대학이 적지 않아 이에 대한 대비도 함께 할 수밖에 없다.
이해웅 소장은 “대학별 고사는 대학별로 출제 경향이 다를 뿐만 아니라, 자연계 문제의 경우 본고사에 준하는 문제들이 출제되고 있어 학교 교육만으로 대비하기엔 무리다”며 “사교육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2013년부터 적용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현재 고2학생부터 적용된다는 뜻인데 1년 밖에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대입전략을 다시 짜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하는 문제다.
이해웅 소장은 “국립대다. 국립대의 입시정책은 점진적으로 전체 대학교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백년지대계까지는 아니더라도 준비할 시간을 주는 것이 원칙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서울대는 지난 5월 발간한 ''입학사정관제 안내서''에서 단순히 화려한 스펙보다는 학교생활을 바탕으로 성장한 지원자의 학업능력이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라고 밝힌 바 있다. 과연 ‘학업능력’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갈수록 일반고 학생들의 ‘서울대 입학’이 요원한 일이 되고 있다.
도움말: 타임에듀-미래탐구 이해웅 소장
허희정 리포터 summer0509@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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