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나눔의 집에 사는 김영수(가명, 17) 군은 한 달에 한 번씩 형과 누나들을 만난다. 그들은 부천대학 식품영양과 한식동아리 ‘열구자’ 팀. 10년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나눔의 집 원생들과 함께 했다. 김이수 교수와 재학생, 졸업생으로 구성된 이 팀은 학교에서 배운 요리를 만들어주면서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 지, 크면 무슨 일을 할 건 지를 물어오며 정을 쌓았다. 영수는 이들이 곁에 있어서 외롭지 않고, 열구자 팀은 아이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달았다고 말하는데. 지난 17일 부천대학 꿈집 잉글리시 카페로 이 팀을 찾아갔다.
재학생은 ‘몸 봉사’, 졸업생은 ‘물질 봉사’
매 달 마지막 토요일이면 나눔의 집 원생 10여 명은 부천대학을 찾는다. 이 대학 예지관 2층 조리실습실로 올라가는 길, 열구자 동아리들이 만들고 있는 음식 냄새가 이들을 먼저 반긴다. 문을 열자 안에 있던 김이수 교수와 형, 누나들이 뛰어나와 아이들을 와락 껴안았다. 한 달 만의 해후다.
열구자 팀이 첫 봉사에 참여 했을 때 나눔의 집 원생들은 초등학생이었다. 누구나 처음 만나면 어색하듯이 그들도 그랬다. 그러나 음식을 만들고 먹으면서 서로 친해졌고 십 년이 지났다. “봉사하다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헤어지는 게 흔하지만 선배님과 우리들은 초등학생에서 고등학생으로 성장한 아이들을 지금껏 만나고 있어요.” 식품영양과 2학년 천다정 양의 말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을 나누다보니 아이들과 회원들은 함께 키가 컸다고.
열구자란 ‘입을 즐겁게 하는 음식’이란 뜻. 럭셔리한 음식을 만들 날이 오면, 김 교수와 재학생들은 재료를 준비한다. 추석이나 성탄절 같은 특별한 날에는 졸업생들이 물품을 한아름 안고서 찾아오고. 바쁘거나 멀리 있는 졸업생도 잊지 않고 아이들 사주라며 지원금을 내놓는다. 김 교수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예요. 재학생은 몸으로 봉사하고 졸업생은 물질로 봉사하고 있죠. 아이들이 쑥쑥 크는 모습을 보면 뿌듯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주고받으며 쌓아온 ‘사랑 스펙’
지난 18일 부천자원봉사자의 날 기념식에서 열구자 동아리는 단체봉사상을 받았다.
“그간 열심히 했으니 더욱 열심히 하라는 뜻에서 받은 상”이라고 겸손해하는 회원들은 학교 생활하면서 자격증 따고 스펙을 쌓느라고 바쁘다. 하지만 동아리에 들어와서 아이들에게 요리와 마음으로 재능을 기부하며 또 다른 스펙이 쌓였다. 사람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놀라운 자격증이다.
2학년 김재령 양은 “몇 몇 학생들은 봉사활동을 부담스러워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요리 실력이 늘었고 마음도 바뀌었죠. 공부해서 얻는 것보다 더한 재능을 얻게 됐으니 얼마나 좋아요”라며 기뻐했다. 회원들은 아이들과 만날 땐 기쁘지만 헤어질 땐 마음이 짠하다. 그렇게 교류하면서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다. 졸업생 멤버이며 친자매인 이령경, 이지연 씨는 “아이들이 만든 커다란 쿠키를 손에 쥐어줬을 때 눈물이 났어요. 처음엔 고개를 숙이고 말이 없던 아이들이었는데... 저희들이 사랑을 준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우리가 사랑받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아이들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회원들은 결심한 게 있다. 나눔의 집 아이들이 대학 가고, 군대 가고, 결혼할 때까지, 끈을 놓지 말자는 것. 한 번 받은 상처를 또 주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지금까지 한 것처럼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동아리로 남을 생각이다. 이정아 회장은 말한다. “여러 해 진행해왔던 생일잔치와 나들이 행사들을 계속하면서 내년 여름엔 1박 2일로 엠티도 가고 놀이동산에도 갈 거예요. 아이들의 진로를 위한 상담도 나눌 거구요. 앞으로 더 따뜻한 누나와 형으로 남을 겁니다.”
미니 인터뷰- 부천대학 식품영양과 김이수 교수
“개인적으로 집안 행사가 많아요. 그런데 남편이 봉사할 수 있게 도와줬어요. 내 아이들도 나눔의 집 아이들과 함께 놀면서 성장했구요.”
부천대학 식품영양과 김이수(42) 교수의 생활은 나눔의 집과 떨어질 수 없는 관계다. 트레이드마크는 아름다운 미소.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도, 나눔의 집 아이들에게도 한결같은 미소로 대해왔다. 그녀는 사비를 털어 아이들의 음식을 챙겼다. 먹고 싶은 것을 말하면 마음이 먼저 그 재료를 사러 뛰어갔다는 것. 그런 그녀는 “나눔 활동을 할 수 있어서 말할 수 없이 기쁘다. 앞으로도 이런 나눔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겠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TIP 부천대학 한식동아리 ‘열구자’
2001년 결성된 부천대학 동아리로 한국음식과 떡, 술 등을 공부하고 있다. 한식자격증을 취득하는 한편, 전통음식 연구소와 알프스 케이터링, 뉴질랜드 쇠고기 요리개발 콘테스트 등 메뉴 개발 대회에 참여해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결성된 첫 해 공부와 자원봉사를 하기로 결의! 나눔의 집 청소년들에게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요리를 만들어주며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착한 동아리다.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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