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합창단보다 이곳이 더 좋아요
햇살이 따사롭던 10월 중순 분당노인복지관 3층 강당에서는 ‘시니어 노래사랑 중창단(이하 노래사랑)’의 노래 연습이 한창이다.
“귀여운 아기가 태어났어요. 하늘 높고 푸른 날 태어났어요. 첫 세상 인사로 보내는~ 우렁찬 울음은 기쁨이지요”
동요곡인 ‘아가’를 부르는 단원들의 모습은 평균 나이 72세라는 말이 어색할 만큼 해맑고 사랑스럽다.
‘노래사랑’ 중창단은 작년 5월 복지관에서 열린 합창제가 끝나고 가곡반 수강생 몇 명이 지속적인 활동의 뜻을 모아 창단한 팀이다. 1년이 갓 넘었을 뿐인데 회원 수는 배로 증가했고 숨은 실력이 소문나면서 방송에 출연하고 요양원 등에서 공연 요청이 줄 이을 정도. 그들에게 노래봉사는 숨겨진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장이자 보람을 얻을 수 있는 값진 무대다.
이유는 단 하나, 노래가 너무 좋아~
‘노래사랑’ 멤버들은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면 어김없이 연습실에 나와 두 시간동안 맹연습을 한다. 마치 전공생처럼 음악에 집중하고 분위기에 심취하며 열심히 노래한다고.
이날 솔로파트를 멋지게 소화해낸 박광원(73)씨는 “일주일중 연습 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면서 “공연을 본 손주가 ‘할머니 멋지다’고 칭찬해 줬을 때가 제일 기분이 좋았다”고 뿌듯해했다. 방송국과 어머니 합창단에서 오랫동안 노래했다는 김쾌남(74)씨는 “잘 때도 막히는 곳, 안 되는 곳을 연습하게 된다”면서 “지휘자 선생님이 작곡한 멜로디 고운 곡을 부를 때면 절로 아름다워지는 기분”이라고 미소 지었다. 곁에 있던 이원랑(67)씨 역시 “노래를 하면 마음이 젊어지니까 안 늙고 항상 웃게 된다”고 자랑한다.
‘노래사랑’팀의 활발한 활동에는 지휘를 맡고 있는 문원자(69)씨의 공이 크다. 초등학교 교사로 정년퇴임한 문 씨는 동요작곡가로도 유명한데, 중창단의 유선애(73) 단장과 의기투합해 동아리를 만들었고 노래지도와 율동까지 1인 다역으로 중창단의 실력을 높여주는 일등공신. “선생님이 쓰신 곡에는 빠져드는 힘이 있어요. 얼마나 아름다운지 부를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지죠. 정말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셔서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유단장이 단원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열정만큼은 프로 못지않아
1시간 연습 후의 휴식시간. 생강차부터 고구마, 포도에 쿠키까지 각자 싸온 음식을 나누고 정담하는 모습이 참으로 정겹다. 이제는 간식 순서를 정해야 할 만큼 서로 너무나 챙기는 게 고민이라는 이들. 팀의 분위기 메이커인 전영자(70)씨가 단원들의 입에 대추 하나씩을 쏙쏙 넣어주자 행복한 웃음꽃이 피어났다.
시계를 보니 11시 20분, 칼같이 등장한 문 지휘자가 한순간에 분위기를 환기한다.
“자, 지금부터 넬라판타지~~파트 연습에 들어갑니다.” 지휘자의 지도에 따라 어르신들은 자세를 꼿꼿이 세우고 “우우우~~~” 고운 소리로 하모니를 맞춘다. 계속 이어지는 피아노 반주는 어디선가 낯익은 멜로디.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동요 메들리에 맞는 경쾌한 율동까지 멋지게 소화하는 모습. 음악을 통해 삶의 활력을 찾은 탓인지 너나없이 활기차고 건강하다는 게 이들의 공통점이다.
노래로의 행복전도사 될 터
‘노래사랑’ 멤버들은 치매와 암 환자들을 찾아가 정기적인 공연봉사를 펼치고 있다. 이들이 불러주는 노래는 환자들에게 추억이자 치유의 시간. “처음에 아무표정 없던 환자들이 손을 흔들고 눈물을 흘리는 걸 보면 저희도 뭉클해져요. 환자들이 또래이니만큼 얼마나 힘들까 측은지심도 생기구요.” 문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단원들. 지금은 두 달에 한번이지만 사랑의 횟수를 좀 더 늘려보려 한다고.
단원들은 서로 존중하며 가족처럼 지내고 있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나 하나만 잘 하는 게 아니라 전체의 조화가 중요한 중창에 자연스레 스미는 힘. 짧은 만남인데도 리포터를 딸처럼 챙겨주는 손길에 따뜻함이 가득했다.
세상의 이치를 알기에 깊이가 있고 한결 성숙한 이들의 하모니.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신저가 될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다.
박신영 리포터 jump104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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