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부유한 집안의 아이들이 대체로 뚱뚱한 편이었다. 상대적으로 가난한 집의 아이들은 비쩍 말라서 한 눈에 알아볼 정도였다. 아이의 몸 상태를 보고 부모의 경제력을 짐작하곤 했다. 그러나 최근 ‘부잣집 아이들이 뚱뚱하다’는 상식과 달리 가난한 가정의 아이가 비만인 경우가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주의가 요망된다.
얼마 전 성장클리닉에 초등 3학년 오현철 군이 어머니와 내원했다. 이 학생은 134cm, 47kg으로 키는 작고 비만이었다. 엄마는 뚱뚱하면 건강에도 문제가 생기고 키가 안 큰다는 말을 듣고 살도 빼고 키도 크게 하고 싶다고 했다.
비만하면 식탐 탓에 많이 먹어서 뚱뚱해졌다고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소아비만은 단순히 음식만의 문제가 아닌 다양한 원인이 존재한다.
현철 군의 아버지가 실직해서 어머니가 2년 전부터 식당에서 설거지를 해서 생활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아이에게 소홀해졌고 라면 과자 햄버거 떡볶이 콜라 등 주로 값싼 인스턴트식품으로 식사를 대체하는 편이었다.
게다가 돌봐줄 사람이 없어 바깥에는 잘 나가지 않고 집에서 컴퓨터 게임만 했다. 어머니가 일을 하다 보니 아이의 음식과 생활을 돌봐 줄 상황이 되지 않았고 수입이 적어 균형 잡힌 영양 있는 음식을 해 줄 형편도 되지 않았다.
현철 군의 어머니는 키도 안 크고 뚱뚱해져만 가는 것이 자신이 무능해서 그런 것 같다며 상담 내내 눈물을 흘렸다.
비만은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데 특히 소아비만은 더 심각하다. 소아비만은 단순히 살이 쪄서 불편한 것이 아닌 각종 소아성인병을 유발하고 성장장애를 일으키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다.
소아비만의 원인 중에 칼로리 소모량이 줄어드는 반면에 고단백 고칼로리 식품을 많이 먹어서도 문제지만 화학적 칼로리에 해당하는 각종 식품 첨가물과 트랜스지방도 한몫 하고 있다. 또한 소아비만은 성장호르몬의 분비도 방해한다. 뿐만 아니라 지방이 많을수록 피하 지방에 ‘렙틴’이 높아져서 여성호르몬의 분비를 자극하여 사춘기를 빨리 오게 만든다. 실제로 비만 아이는 사춘기가 1년 이상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비만 여아는 37.5%가 초경을 11세 이전에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정상 체중의 어린이보다 4배 이상 높은 비율이다.
원재한의원 하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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