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4월엔 찔레 새순을 뜯으러 온 산을 다닌다. 5월 말엔 아카시아 꽃을 따다 효소를 담근다. 6월 초입엔 뽕잎을 따고 7월엔 개복숭아를 딴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요즘 그는 뚝방길을 뒤지며 돼지감자를 캐러 다닌다. 그는 이 모든 것들을 ‘자연의 선물’이라 부른다. 자연의 선물은 그의 손에서 복어와 함께 요리로 재탄생 된다. 그는 요리사 김동주다.
복어의 재발견 - 복어 샤브 약선 쌈
김동주는 복어요리사다. 농가월령가에 나오는 농민처럼 절기에 맞춰 산과 들을 부지런히 다니며 음식 재료들을 구한다. 이유를 물으니 명쾌하게 답변한다.
“푸성귀도 훌륭한 음식이 된다는 것을 공부하면서 알았어요. 바다에서 나오는 복어와 뭍의 절묘한 궁합은 음식이 아니라 약이 되죠.”
약식동원. 그가 제철에 맞춰 채집해 오는 먹거리는 일 년 치 분량이다. 일일이 다듬고 씻어 말려 효소 혹은 장아찌를 담근다. 널찍한 저장 창고에 저장해 매일 같이 손님 밥상에 올린다. 그의 특제 효소로 담근 명이·뽕잎·깻잎 장아찌는 이곳이 아니면 맛볼 수 없다.
두툼한 복어 살을 끓는 육수에 담갔다가 장아찌에 쌈을 싸서 먹는 제대로 된 약선 요리를 즐길 수 는 곳이 바로 ‘김동주의 복어찬가’다.
개복숭아, 산초, 돼지감자, 찔레순 장아찌를 고명처럼 얹어 먹으면 더 훌륭하다. 다른 곳에 비해 복어 요리 가격이 저렴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의 고단한 노역으로 재료비를 절감한 것이다.
원예학과 출신인 김씨가 요식업에 뛰어든 것은 20년 전이다. 그때부터 그는 영남대, 구미대학 등을 찾아다니며 사철요리·약초요리·소스요리 등의 강의를 듣고, 책을 보며 웰빙에 대한 공부를 끊임없이 했다. 그의 공부가 깊어질수록 이름 모를 풀들은 음식과 약으로 환원됐다.
대중을 위한 대중의 복어 요리
그는 초창기 요리사 생활 때 숯불갈비 집을 경영했다. 하루 장사를 마치고 다음날 조간신문이 배달될 때까지 그는 고기 손질을 했다. 정직한 노동의 대가로 손님은 끊임없었지만 그는 차별화된 메뉴로 승부를 걸고 싶었다.
그 때부터 그는 주변의 모든 식재료를 다시 한 번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단단하고 찰진 육질을 가진 매력적인 어종, 복어였다.
고급스런 식재료인 복어는 김씨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이거다 싶었다. 당시만 해도 접시의 무늬가 비칠 정도로 얇게 썰어 낸 고가의 복어회가 대부분이었다. 김씨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복어의 매력을 접하길 원했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사람도 부담 없이 복어 요리를 즐길 수 있게 하고 싶었다. 그는 밤낮으로 효소를 응용한 메뉴를 개발했다. 이렇게 공을 들여 개발한 메뉴들로 그의 ‘복어찬가’가 태어났다.
이름을 내걸고 ‘정직하고 자신 있게 손님을 대한다’는 의미로 그는 자신의 이름 석자를 상호 앞에 붙였다. 그래서 이곳은 단순한 복어 요리집이 아니다. ‘김동주의 복어찬가’다.
김동주의 복어찬가 : 유성구 신성동 166-4, 042-867-5116
안시언 리포터 whiwon00@hanmail.net
하루 오백인분의 복어가 소모되는 ''김동주의 복어찬가''. 김동주씨가 분주하게 저녁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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