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호스피스봉사자회

아름다운 이별을 통해 배우는 것이 더 많습니다

지역내일 2011-11-21

아름다운 죽음은 행복한 삶만큼이나 많은 이들이 소망하는 것이다. 하지만 행복한 삶이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듯 아름다운 죽음 역시 저절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만약 당신이 어느 날 병원에서 불치병에 걸렸다는 판정을 받는다면? 대부분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에 빠질 것이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는 〈죽음과 죽어감, On Death and Dying〉이라는 저서에서 불치병 판정을 받은 환자가 임종 때까지 겪게 되는 심경의 변화를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의 5단계로 나눠 설명했다. 퀴블러 로스에 의한 죽음의 단계는 이처럼 5단계로 끝난다. 그러나 일본 상지대 명예교수인 알폰소 데켄 신부는 여기에 한 단계를 더 추가했다. 바로 죽음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다.
고양생명의전화 부설 고양호스피스봉사자회(센터장 기명언 목사), 그들은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환자들에게 바로 이 죽음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심어주기 위한 인생의 마지막 과정을 함께 하는 동반자로 누구보다 행복하고 풍요롭게 살아가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이들은 또 지난 10월 17일 주엽동 소메르부페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호스피스환자 후원금 마련을 위한 ‘사랑의 일일찻집’을 열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우들에게 후원금을 전달했다.  “그동안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사업으로 암환자의 치료비가 상당히 감소했으나 아직도 장기간 치료로 인해 가정경제가 파탄되는 경우가 많아 호스피스 환자에게는 더더욱 절실히 도움이 필요한 실정”이라는 기명언 센터장. 호스피스봉사자들이 어려운 환우의 안타까운 사연이 생길 때마다 십시일반 작은 정성을 모아 도왔지만 이번 행사에 많은 이들이 도움을 주어 큰 힘이 됐다고 한다.


-말기 암 환자의 전인적 케어, ‘웰 다잉’을 위한 아름다운 마무리를 돕는 사람들
“오늘 임종이 임박한 환자가 있어 정신이 좀 없어요. 오전에 한 번 고비가 와서 잘 넘겼는데 지금 또 위급하시거든요. 환자 가족들은 지금 슬픔에 정신이 없고...자주 해오던 일인데도 늘 마음이 그러네요” 인터뷰 약속이 있던 지난 수요일 장항동 세명병원 호스피스 사무실에서 만난 김남숙 봉사자, 눈시울이 붉어진다. 마침 세명병원에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열리는 환우들을 위한 예배를 마친 기명언 센터장, 구교숙 팀장, 김남숙, 노수기, 김효순, 김혜선, 김진희 봉사자도 “가족들을 위해 좀 더 의연하게 대처하려 노력할 뿐, 매번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한다.
삶과 죽음, 태어나면 누구나 죽는 것이지만 유독 우리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하기 꺼리는 경우가 많다. 하물며 매일 죽어가는 환자를 만나야 하는 호스피스 봉사란 쉽지 않은 일, 하지만 누군가는 이들이 존엄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사명감에 2002년 고양생명의전화 부설 ‘고양호스피스’가 결성됐다. 고양호스피스는 지역 내 자원봉사자를 중심으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환우들의 돌봄을 위해 힘쓰고 있는 비영리단체.
2002년 안양호스피스에서 위탁교육으로 1기 호스피스 봉사자 47명이 수료를 한 후, 2003년 3월 20명이 호스피스 심화교육 수료, 57명이 제2기 호스피스봉사자 교육을 수료했다. 이후 2004년 5월 고양생명의전화 호스피스에서 ‘고양호스피스’로 명칭 변경, 지금까지 매년 20~30여 명이 봉사자교육을 수료했으며 지난 9월부터 제 9기 고양호스피스 37명이 교육 중이다. 현재 일산병원과 국립암센터, 명지병원, 세명병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고양호스피스봉사자는 30여 명. 이른 아침 집을 나서 목욕 세탁 마사지 등 신체케어부터 정신적 케어까지 힘들기도 하련만 “호스피스 봉사를 통해 얻는 기쁨과 보람으로 오히려 몸과 마음이 더 건강해졌다”고 말한다.


-늘 죽음을 가까이 하면서도 역설적으로 더 기쁘고 충만한 삶
호스피스 봉사는 환자가 임종할 때까지 목욕, 식사보조, 미용, 대소변 받기 등 신체적 봉사는 물론 말벗 등 정신적인 도움, 또 가족 부재 시 보호자 역할은 물론 편안한 죽음에 이르도록 종교적 인도 등 전인적인 봉사를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심지어 장례절차 및 장지까지 동행할 때가 다반사다. 또 환우가 떠난 후 남은 가족들의 정신적 상실감과 슬픔을 치유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하지만 육체적으로도 힘들고 늘 죽음을 가까이 해야 하는 일임에도 역설적으로 정작 본인은 기쁜 마음으로 살게 되는 게 호스피스 봉사의 가장 큰 보람이라는 구교숙 팀장.
“호스피스는 환우들이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손을 잡아주는 역할을 맡고 있지요. 그래서 죽음을 앞둔 그 짧은 시간에 나누는 정이 긴 시간 맺은 정 못지않게 깊을 수밖에 없어요. 나중엔 가족들에게 못했던 마음 속 말들까지 털어놓지요. 가족들이 못 만지는 부분, 마음속 상처까지 나누고 또 가족 간의 오해를 푸는 중재자로 생을 마치지 건 아름다운 화해를 이루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김효순 봉사자는 서로 사랑해야 할 가족이 서로 미움을 남기지 않고 아름다운 추억을 갖도록 호스피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한다.
자신이 가진 특기인 하모니카 연주로 환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돕은 노수기 씨는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죽음은 정해진 일인데도 마치 자신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처럼 생각하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죽음 앞에 원망과 미움을 남긴 채 떠나는 이별. 그런 뒷모습을 남기지 않기 위해 ‘웰 다잉’에 대한 죽음관이 180도 변했다”고.
하지만 임종을 앞둔 환자가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까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김남숙 봉사자는 처음엔 “당신이 그걸 경험해 보았냐, 어떻게 아느냐”고 반문하는 환자들이 대부분이라고.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통증과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죽음이 눈앞에 있다는 두려움, 아무도 함께 할 수 없는 외로움에 빠진 그들이 처음엔 냉소를 보내지만 진심으로 대하다보면 나중엔 봉사자들을 가족보다 더 의지하게 될 때 눈물 나도록 기쁘다고 한다.
“처음엔 목욕시켜주고 마사지도 해주고, 대소변도 받아내는 모습을 보고 슬쩍 돈 얼마 받고 하느냐고 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러면 아주 비싸다, 우리 봉사를 받는 대신 사랑과 감사하는 마음을 많이 가지면 된다고 하면 다들 반신반의하시죠. 그런 분들이 나중엔 더 저희를 더 찾아요. 어쩌다 하루 일이 있어 못가면 가족보다 더 찾는답니다.(웃음)” 고양호스피스봉사자들 대부분 기독교 신앙을 가진 이들이지만, 자신처럼 신앙을 가지지 않은 이들도 많다는 김효순 봉사자.
누구나 세상사는 동안 ‘성공한 인생’을 꿈꾼다. 성공한 인생이란 과연 뭘까. 부와 명예, 아니면 권세를 갖는 것? 누구의 아내, 엄마라는 이름 외에 호스피스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삶을 살아가는 고양호스피스봉사자들이야말로 가장 성공적으로 자신의 삶을 가꿔나가는 사람들 아닐까. 인터뷰가 끝나자 “환우들이 기다린다”며 총총히 걸음을 옮기는 그들의 뒷모습, 세상의 그 어떤 모습보다 아름다워 보인다. 고양호스피스 봉사자 문의는 http//cafe.daum.net/kylifeline, 031-901-1391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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