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이다. 가정을 꾸려가는 데만 몰두했던 주부들이 한순간 기지개를 켰다. 단조로운 일상을 격파하고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세상에 알린 서양화 동호회 ''그림빛''이다.
그림빛은 어느덧 제2회 전시회를 할 만큼 성장했다. 서양화를 전공하지 않았지만 소녀 적 마음속 고이 간직한 꿈을 들고 조심스럽게 도전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자연스러운 시작
그림빛 동호회를 이끌고 있는 반장 김용래(40세)씨는 "근처엔 배울 곳이 없다보니 오전과 오후반으로 나뉠 정도로 서양화는 처음부터 인기가 많았다"며 "오전반으로 합치고 활달한 회원이 들어오면서 티타임도 갖는 등 서로 친해지기 시작했다"고 말을 이었다. "열성적인 회원이 많아서 그림에 매진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더 필요했다"고.
다행히 그림빛은 정기수업일 말고도 소정의 비용을 내고 센터를 하루를 더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는 "이제 그림 그리는 일이 회원 모두에게 생활로 자리 잡았다"며 그림빛의 탄탄한 활동을 내비쳤다.
내 꿈 찾기 성공!
그림빛에 입성한 지 3년차가 돼가는 송희숙(47)씨는 학창시절 꿈을 이룬 대표적인 케이스다. “어릴 때부터 그리기를 좋아했어요. 부모님 반대로 미대를 가지 못했던 아쉬움을 여태 가슴에 묻고 있었죠.”
동양화와 도자기 등 계속 미술 쪽에 관심을 가지다가 서양화에 처음 도전했다는 송씨. 지금은 "남편이 캔버스 작업도 해주는 등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며 흐뭇해했다.
그는 “그림빛은 누구 엄마로 통하는 학교 모임도 아니고 누구의 부인으로 인식되는 모임도 아니다”라며 “나의 이름이 생명을 얻는 모임이라 삶의 크나큰 활력소가 된다"고 했다.
아이가 고3이었던 지난해 고 3엄마들이 겪는 수험병을 그도 겪었다. 그림빛은 그의 마음을 다잡고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큰 역할을 했다.
가족들의 응원까지
박현선(40)씨 역시 꿈을 찾아가기 어려웠던 지난날이 있었다. 그는 "좋아만 했지 배운 적이 없었기에 아무 테크닉 없는 처음 붓질이 생소하고 힘들었다"면서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도전하니까 점점 그림에 빠져들었다"고 했다. 또한 "초기 재료 구입만으로 수많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그림이 더 생산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젠 아이들과 남편도 그를 달리 본단다. "첫 전시회가 있는 날 남편이 새 양복을 빼입고 전시회장에 나타난 걸 보고 ''내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고 있었구나''하는 느낌이 팍 왔다"며 "시아버지까지 축하해주는 덕분에 항상 재밌게 지내는 가족이 되었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엔 행복감이 번져있었다.
마음을 여는 모임
10남매 중 아홉째로 태어난 우은조(40)씨도 지난해 그림빛 전시회를 보고는 못 다한 꿈을 일궈보자는 욕심이 생겼다. 올해 초에 신입회원을 모집한다기에 얼른 신청했다고. 그는 "가족 같은 분위기가 좋다. 화목하고 끈끈한 정을 나누는 모임이다. 곧 2회 전시회를 앞두고 있어 다들 열심"이라고 했다. ''차 마시고 수다 떨다가도 어느 순간 그림을 그리게 되면 모두 진지하게 몰입한다"며 "좋아하는 것을 맘껏 할 수 있고 좋은 사람들과 전시회까지 함께 하는 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그는 말했다. "경쟁하는 게 아니라 서로 조언하고 아는 것을 알려주는 아이디어 제공까지 사심 없이 주고받는 팀"이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서 온화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김용래 반장은 "회원들의 열정을 기반으로 교수님의 지도와 센터의 협조가 있어 그림빛이 더 활성화 된 것 같다"며 주어진 환경에 감사했다. 수강생들 모두 격의 없이 대하고 꼼꼼히 작품을 지도해주는 이기은 교수에 대한 고마움도 빼놓지 않았다.
그림이란 매개체를 통해 삶의 새로운 의미를 가꾸며 사는 여인들. 그들의 향기는 트라팰리스 안에서 조용히 물결치고 있었다. 그림빛 전시회는 18일~20일 트라팰리스 내 문화센터 3층 다목적실에서 열린다.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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