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요한 사고력, 왜 없어졌을까?

지역내일 2011-11-20

  생각의 힘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인간이 지니고 있는 능력은 육체적인 능력과 정신적인 능력이다. 그런데 어느 것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그것은 당연히 정신적인 능력이다. 왜냐하면 투입의 양과 산출의 양이 육체는 비례적 관계이지만 정신은 비례적 관계가 아니라 엄청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농부의 생산은 주로 육체적 활동의 결과물이고 CEO의 생산은 주로 정신적 활동의 결과물이다. 그래서 오늘날 가장 주목을 받는 직업은 농부가 아니라 CEO다. 그만큼 생각의 힘은 엄청나다.


  그런데 한국 청소년들의 사고력은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청소년들에 비해 학습 시간이 월등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사고력이 증진되는 방향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크게 주입식 교육, 자기 주도적 사고 결핍, 비판적 사고에 대한 부정적 편견, 시각 매체의 중독, 독서와 학습에 대한 오해 등이다.  


  우선 주입식 교육이 가장 큰 문제다. 여전히 대부분의 교과 수업은 주입식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학생 중심의 교육이 아닌 교사 중심의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 수업에 대한 학생의 참여도는 낮아지게 마련이고 학교 공부에 대한 흥미마저 잃게 되었다. 물론 일부 선생들이 모둠식 수업, 토론식 수업 등을 통해서 주입식 교육을 지양하고 있지만 그러한 긍정적 활동은 ‘입시’에 마주하게 되면 사라지고 만다. 당장 수능 모의 고사 점수, 내신 점수에 급급한 학생들이나 학부형들은 그러한 수업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다. 당장 점수 올리는 방법을 알고 싶어 하고 그러한 수업에 열광하게 되니 자기 스스로 생각하는 학습은 점차 없어지고 만다. 사실 실제 시험에서는 자기 주도형 학습이 큰 효과를 내고 있는데도 말이다.


   다음의 이유는 비판적 사고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 때문이다. 외국의 고등학교에는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라는 커리큘럼이 따로 존재한다. 모든 공부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왜’라는 의문과 ‘정말 그래?’라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오랜 세월 동안 획일적인 사고를 강요하였기 때문에 비판적 사고 자체를 사회나 체제에 대해서 부정적인 태도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오죽하면 논술 고사에서 ‘비판하시오’라는 말에 대해서 제시문의 문제점만 기술하는 오류를 범하는 학생이 부지기수다. 


  비판과 부정은 분명 다르다. 부정은 대안이 없지만 비판은 대안이 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비판이 반드시 부정이 아니라 긍정적 평가도 비판의 범주에 속한다. 그래서 어떤 사회 현상에 대해 비판하라고 하면 긍정성을 운운하고 그 다음 문제점을 제시한 다음 그 해결책까지 제시하는 과정을 의미하는데 대부분 한국 사람들은 부정적인 문제점만 제시하는 것이 비판인 줄 안다. 이런 훈련을 계속 받다보니 학생들은 당연히 사고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 다음은 시각 매체의 위력이 심각하여 사고력을 상실하게 된다. 사고의 한 부분인 추리 상상적 사고는 시각 매체가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  그것도 아주 자극적이거나 선정적 장면, 또는 장면의 전환 속도가 아주 빠를 경우 상상력은 거의 빼앗기고 만다. 텔레비전은 사람들에게 상상의 기회를 다 앗아버린다. 특히 최근 텔레비전은 등장 인물의 심리를 상상도 못하게 풍선말을 넣어서 시청자들이 상상하기 전에 먼저 알려준다. 내가 상상의 나래를 펴고 그 즐거움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니라  텔레비전이 보여주는 상상의 세계를 따라가기만 하는 과정이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하지 않게 되어 자존감을 잃어버리게 된다.


  끝으로 독서에 대한 편견이 심각하다. 언어, 논술은 실제 언어 활동을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고 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학생들은 독서보다는 문제집을 풀어야만 공부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만약 고 3 학생이 문제집을 풀지 않고 세계의 명저를 읽으면서 언어적 활동을 할 경우, 많은 엄마들은 그 학생이 공부하지 않는다고 나무라게 된다. 문제집을 많이 푼다고 언어와 논술 성적이 쉽게 향상되리라는 것은 엄청난 오해다. 


   이 다섯 가지의 중 마지막 독서에 대한 편견 외에 모든 것들은 텔레비전과 인터넷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항목들이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사람들은 시청자의 수준을 중학생 수준으로 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텔레비전을 ‘바보 상자’라고 말한 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의 일이다. 우리 자녀가 공부를 많이 하고도 수능 언어 점수와 논술 점수가 오르지 않는 이유의 중심에 텔레비전과 인터넷이 있다. 그래서 이 점을 잘 분석하고 그 대응책을 잘 살펴보면 많은 공부를 하지 않고도 시험과 인생에서 성공이 쉽게 이루어 질 수 있다. 

이성구 원장
이성구학원
Tel.(02)2202-3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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