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날인 - 창덕여고 2학년 박지민

하늘 보며 기상학자 꿈 키우다

지역내일 2011-11-20 (수정 2011-11-20 오후 6:18:36)

박지민양과 만남에 앞서 질문지를 이메일로 보냈다. 인터뷰 당일 지민양은 장래 진로, 과목별 공부법 등을 빼곡하게 적은 여러 장의 답변지를 건네며 “언변이 유창하지 못해서요. 미리 ‘나’에 대해 정리해 봤어요”라며 수줍게 말문을 열었다. 최상위권 학생들 꽤 여럿 인터뷰했지만 이렇게 치밀하고 꼼꼼하게 준비한 학생은 처음이라 내심 놀랬다. 빈틈없이 스스로를 관리하는 그의 평소 생활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왜’란 질문을 늘 던지다
 “매일 아침 눈 뜨면 하늘부터 봐요. 구름 색깔과 두께, 공기 느낌을 살펴 오늘의 날씨를 점치죠. 적중률이 85% 정도 되요.” 박양의 꿈은 기상학자이다. 천체 망원경을 통해 만난 목성, 밤하늘의 별자리가 흥미로웠고 우리나라 최초 우주 비행사 이소연을 보면 가슴이 뛰었다. “늘 ‘왜’라는 질문을 달고 사는 편이에요. 그래서 원인과 결과가 명쾌한 과학이 저랑 궁합이 잘 맞죠. 서점에 가면 늘 기상학 관련 책을 제일 열심히 보고요.” 맞벌이 부모님을 둔 박양은 어릴 때부터 날씨에 민감했다고 말한다. “낮에 비가 쏟아지면 학교로 우산을 가져다 줄 사람이 없었어요. 때문에 늘 날씨를 살피며 우산을 챙겼죠. 그러면서 ‘기상 예보’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가 짠 생활계획표는 아침 7시부터 새벽 2시까지 스케쥴이 빡빡하다. “이과생이니까 수학에 제일 많이 투자해요. 공부 분량이 많고 진도도 빨라 학교와 학원 수업, 인강으로 개념을 확실하게 잡은 뒤 혼자서 응용문제를 많이 풀어요.” 박 양은 특히 학교에서 자투리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고 애쓴다. “설명을 들을 땐 다 이해한 것 같았는데 며칠 지나면 가물가물해요. 하루 지나면 70% 이상 잊어버린다는 에빙하우스 망각곡선을 보고 힌트를 얻었죠. 수업시간에는 최대한 집중해서 듣고 쉬는 시간에는 핵심 내용을 훑어보며 외워요.” 공부 효율을 최대한 높이려고 애쓴 덕분에 성적은 고르게 상위권이다.
 영어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공략했다. “단순 암기식 공부는 질색이고 분석해서 이해해야 직성이 풀려요. 문법을 확실하게 다진 후 문장구조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독해실력을 쌓았어요. 듣기는 잠깐만 쉬어도 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매일 밤 꾸준히 듣고 있어요.” 국어는 고교 입학 후 고전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는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독서를 많이 한 반면 중학생이 되어서는 책을 잘 읽지 않았어요. 고교 입학하고 나니 국어의 속독실력, 어휘력, 문장 분석력이 달렸어요. 그래서 필독서를 꼼꼼히 찾아 읽고 매일 신문 칼럼을 오려서 서론, 본론, 결론을 요약하고 느낀 점을 기록해 스크랩했어요. 몇 개월간 공을 들이니 실력도 궤도에 올랐지요.”




뭐든 도전해야 발전 하더라
 얼마 전 열린 교내 독서퀴즈대회에서 골든벨을 울렸고 7개 학교가 참여하는 지구별 독서 퀴즈대회에서는 최우수상을 받았다. “상을 타보자는 욕심을 가지고 대회를 준비했어요.(웃음) 시험 기간과 겹쳤지만 밑줄 쳐 가며 책을 꼼꼼히 읽었죠. 이번 대회를 통해서 도전하는 만큼 성과가 나오는 ‘실천의 중요성’을 배웠습니다.”
 11월 초에는 서울시내 고교생 100명을 뽑아 독도를 탐방하는 독도아카데미 하이스쿨 1기생으로 뽑혀 독도를 다녀왔다. “일본의 독도 망언 뉴스를 보니까 화가 났어요. 꼭 한번 ‘우리 땅 독도’에 가보고 싶었는데 마침 기회가 생겨 지원했죠. 무박 2일의 강행군이었지만 많이 배우고 돌아왔습니다.”




장애인 돌보며 배운 ‘함께 사는 세상’
 그의 철학이 담긴 자원봉사 스토리도 흥미롭다. 초등학교 때 지적장애 남학생 ‘도우미’로 지내면서 장애인을 편견 없이 대할 수 있게 되었다는 지민 양. “급식 때 늘 함께 식사를 했는데 귤껍질을 먹는 등 예기치 못한 행동을 많이 했어요. ‘짝꿍 엄마’가 되어 2년간 돌봤지요. 그때 봉사의 참뜻을 어렴풋이 깨달았던 것 같아요.” 장애인 200명이 생활하고 있는 남양주 신망애복지재단에 창덕여고 학생들이 정기적으로 자원봉사를 나간다. 이때도 지민 양의 활동은 돋보인다. 따뜻한 손길이 그리운 그들을 선뜻 앉아주며 식사 시중을 들었다. 축령산 산행 때도 제일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도우미를 자청해 완주를 도왔다.
 “재활작업실에서 장애인과 쇼핑백 끈 달기 같은 단순 노동을 함께 했어요. 1개 완성하면 3원을 번데요. 몇 시간 해보니 손끝이랑 허리가 무척 아팠어요. 하지만 불평 없이 묵묵히 작업 하는 장애인을 보면서 자활의지를 엿보았고 나도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비 고3인 지민양은 활기차 보였다. “제 좌우명이 ‘후회 없이 살자’예요. 최근 읽은 <아웃라이어>란 책에 성공하려면 1만 시간을 투자하라는 대목이 인상 깊었어요. 기상학자라는 내 꿈,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살겠다는 내 가치관을 위해 열심히 달려야겠죠.”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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