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산 정상에 서있는 ‘백산 점이대’
근래 주말마다 내리는 비덕분에 제대로 된 나들이를 즐기지 못했다. 모처럼 화창한 일요일 오후, 가벼운 산책을 위해 집근처 민락동 ‘백산’에 올랐다. 수영구에 산지 거의 35년이 되었는데 ‘옥련선원’ 뒷산이 백산이라는 사실을 이제껏 몰랐다. 해발 129m의 야트막한 산이라 등산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백산 정상에는 주민들을 위한 체육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민락동의 배산 역할을 하는 백산
백산은 수영천이 바다와 어울리는 자리에 민락동의 배산(背山) 역할을 하고 있다. 예전에 백산 아래에 갈대가 우거져 있어 백학(白鶴)이 찾아들어 백학산이라 한 것이 백산이 되었다고도 하고, 수영천과 바다에 안개가 깔릴 때면 산 전체가 하얗게 보여 그렇게 불렸다는 말도 있다. 옛 이름인 향산(向山)을 잘못 써서 백산(白山)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산 정상에는 호랑이 굴이 있었는데 지금은 무속인들이 주술하는 곳이 되어 있다고 한다. 백산의 형상이 마치 수영을 버리고 도망가는 사자의 모습이라 하여 수영지역의 번영을 기원하는 뜻에서 수영야류 제4과장 사자무과장에는 호랑이를 사자의 먹이로 제공하는 특이한 점도 있다. 1998년에는 부산을 가꾸는 모임에서 조선시대 좌수영 수군이 바다를 침략하는 왜구들을 살피는 망대가 있었던 곳을 기념하는 ‘백산 점이대’를 산 정상에 세웠다.
백산에서 바라보는 센텀시티
옥련선원을 들머리로
옥련선원 입구에 차를 세우고 백산 나들이를 시작했다. 대웅전 입구 약수터에서 왼쪽 돌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백산 초입과 만난다. 경사길에는 나무계단과 돌계단이 놓여 있어 편하게 오를 수 있다. 경사길을 잠시 오르다 보면 완만한 길이 나온다. 뒷짐 지고 느릿느릿 올라도 10분이면 산 정상에 도착한다. 이제 좀 걸어볼까 하던 신랑은 허탈하다는 듯 웃는다.
백산 정상에는 주민들을 위한 체육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워낙 야트막한 산이라 꼬맹이들도 여럿 보인다. 가족 단위의 등산(?)객들은 다양한 시설을 이용하며 주중에 못다한 운동에 열심이다. 산은 낮지만 멀리 장산을 비롯해 센텀시티, 가까이 황령산과 광안대교, 수영만 일대가 다 조망된다.
운동 기구를 이용해 이리저리 몸을 풀다가 이내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조용히 해바라기를 해본다. 살랑거리는 바람에 기분이 좋아진다. 한가로운 주말 오후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정갈한 조경이 돋보이는 옥련선원
가볍게 산책하기 좋아
30여 분간의 운동 후 다시 옥련선원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려오는 길 내내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여유롭게 걸었다. 백산 들머리를 민안초등학교로 잡으면 정상까지 30분 정도 소요된다. 중간중간 의자가 놓여 있어 쉬어가기 좋다고 한다.
짧은 산책이 아쉬워 옥련선원에 들렀다. 옥련선원은 일반 사찰과 달리 대부분 현대식 건물이다. 예쁘고 정갈하게 꾸며진 조경이 눈에 띄는데 특히 대웅전 입구에 서 있는 네모반듯한 향나무가 줄지어 서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약 15m 높이의 거대한 미륵대불이 광안리 바다를 조용히 응시하고 있는 모습도 눈에 담아 보자. 경건한 마음으로 소원을 빌면 왠지 이루어질 것만 같다.
백산은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제격인 산이다. 백산에 오르는 사람들도 대부분 츄리닝 차림이다. 고어텍스를 입으면 민망해지는 그런 동네 뒷동산. 별 다른 준비 없이 가벼운 기분으로 걸을 수 있는 그런 만만한 산이라 더욱 정겹다.
이수정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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