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함이 묻어나는 카페

쉼, 예술, 커피향이 조우하다

지역내일 2011-10-30 (수정 2011-10-30 오후 10:59:12)

가을이 깊어간다. 시시콜콜한 수다보다는 가슴이 따뜻한 사람과 마주하며 조락(凋落)을 얘기하고 싶은 계절. 찍어낸 듯한 모습의 카페에 시들해진 당신이라면 이런 카페는 어떤가? 편안한 휴식, 잊혔던 감성을 끌어내는 음악, 색의 향연에 취할 수 있는 갤러리가 함께 하는 카페를 찾았다. 오늘은 은은히 퍼져나는 커피향을 맡으며 쉼과 예술에 빠져 본다.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갤러리안의 소담한 사랑방 - 대안공간 눈
북수동 길을 걷다보면 옛집이 즐비한 골목에서 알록달록 벽화를 만날 수 있다. 그 초입에 대문이 활짝 열려 있는 집이 있다. 40여 년이 넘은 주거공간을 개조해 전시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대안공간 눈.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다 영주(46`영통동)씨는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그 곳은 반할만 했다. 제1, 2전시실에서 작품을 보고, 소담한 마당 옆의 운치 있어 보이는 카페로 발길을 옮겼다.
갤러리를 어렵게 생각하는 일반시민들에게 문턱을 낮추고, 운영 수익도 얻을 겸해서 만들었다는 카페는 아트샵 겸 사랑방이었다. 전시작가 300여점의 작품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어 마치 또 다른 갤러리에라도 온 듯하다. 솜씨 좋은 바리스타를 자처하는 관장님이 맛있는 핸드드립 커피를 직접 만들어 주고, 전시작품을 설명해 준다. 현대 미술은 난해하고 어렵게 느껴져 대충 감으로만 알 뿐이었다. 영주 씨, 관장님의 쉽고 자세한 설명에 미술이 한결 친근해진다. 전시도 보고, 미술에 대해 알아가고,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조용히 얘기도 했다. 무릇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라 했지만, 문외한일지라도 음악과 미술에 흠뻑 빠져버리는 마력에 걸린 것 같았다.
대안공간 눈은 열흘에 한 번씩 새로운 작품을 전시하며 작가와의 만남도 주선한다. 토요일에는 ‘들썩들썩 골목난장판’으로 열어 다양한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

위치 팔달구 북수동 232-3 
이용시간 오후1~8시(월요일 휴관)
연락처 031-244-4519

■나와 남이 함께 쉴 수 있는 곳-나남갤러리
나와 남이 함께하는 것을 의미하는 나남은 이름부터 특이하다. 그래서 일까? 1층은 갤러리, 2층은 카페인 나남갤러리는 바쁘고 지친 삶 속에 잠깐 즐기는 달콤한 단잠 같은 곳이다.
현숙(50`권선동)씨는 느림의 미학이 있는 아날로그적인 나남을 좋아한다. 근래 보기 드문 LP판은 세월의 흐름을 약간 빗겨나 있다. 나남에서는 커피도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며 느리게 마신다. 고종황제가 마시던 사이폰추출법으로 만드는 커피는 시간은 걸리지만 추출과정에서 아름다움에 반해 버린다. 네덜란드 선원들이 고안한 더치추출법은 찬물로 장시간 추출해 카페인이 없는 커피를 만들어 준다. 정형화 되지 않은 카페의 편안함과 관장님의 넉넉함도 혜진 씨가 나남을 찾는 또 다른 이유. 슬리퍼를 신고 와서라도 그림을 보고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관장님의 바람은 그대로 전해진다. 보름마다 한 번씩 새 단장을 하며 전시되는 작품들에도 자유로움은 묻어난다. 
나남은 전시 일정에 맞춰, 한 달에 두 번씩 금요일 오후7시30분에 작가들과 함께 파티를 연다. 작가의 작품소개는 물론 다양한 음악공연이 함께 열린다. 맛있는 식사와 흥겨운 대화, 예술이 함께 어우러진 파티가 되는 것이다. 나남에서 특별한 커피와 작품 감상을 원한다면 전화는 필수.

위치 팔달구 교동 9
이용시간 오후 1시~오후 11시까지 (휴관 없음)
연락처 010-9500-4793




■여유를 찾을 수 있는 내 삶의 쉼표- 문화카페 아름다운 등불
세연(40세, 화서동)씨는 종종 에이블아트센터 내의 문화카페 ‘아름다운 등불’을 찾는다. 도심에서 살짝 벗어났지만 전원의 여유로움이 한껏 느껴지기 때문. 얼마 전에는 들녘으로 누렇게 익어가는 곡식을 보았다. 이래저래 부대낌이 많은 마흔이라는 나이, 조용히 쉬며 나를 돌아볼 공간이 필요했었다. 시원스레 높은 천장과 편안함을 주는 나무로 장식된 인테리어 때문일까? 차분해지면서 분주한 삶에 쉼표를 찍는 느낌이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다들 그런가보다. 자유로이 독서를 하기도 하고, 가까운 이와 조곤조곤 이야기꽃을 피우고, 따로 마련된 모임방에서는 모임이 한창이다.
아름다운 등불은 문화카페. 곳곳에서 예술의 향기가 묻어나온다. 귀가에 내려앉는 음악은  마음을 두드리는 예술성 높은 곡들로 이어진다. 또한 벽면 곳곳을 장식한 그림들에 눈길이 머문다. 대다수가 장애 작가의 작품이라는데, 그들의 독특한 시각과 색채에 또 다른 감동이 전해져 온다. 보통 달의 마지막 주 토요일 저녁에 열리는 ‘하우스 콘서트’는 이미 그 명성이 자자하다. 클래식공연, 국악, 시낭송 등 꾸준한 공연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해 가고 있다. 누구나 참여해 향긋한 커피를 앞에 두고 음악과 예술에 흠뻑 취해 볼 수 있다. 등불에서는 간단한 식사도 할 수 있는데 단호박파스타는 근방에서 인기 있는 메뉴로 입소문이 났다.

위치 권선구 금곡동 1021
이용시간 오전10시~ 오후10시
연락처 031-291-2032


■자연이 그대로 들여 놓은 휴식공간 -로스터리 & 갤러리 카페 포레스트
가을산은 형형색색의 모습으로 사람을 유혹한다. 혜진(42`호매실동)씨는 그 운치에 반해 근처 칠보산에 자주 간다. 하지만 그의 산행에는 또 다른 이유도 숨어 있다. 바로 산 입구에 있는 로스터리 & 갤러리 카페 포레스트 때문. 숲으로 둘러싸인 하얀색 건물은 Forest(숲) 속의 쉼터를 연상시킨다. 혹은 For rest, 당신의 쉼을 위해 이름을 지었다는데 그 의미가 ‘딱’이다.
산행 후 약간 나른해 진 채 카페를 들어서는 순간 갓 볶은 원두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카페는 모던과 로맨틱 인테리어로 나뉘어져 있다. 취향에 따라 앉는 자리도 다른데, 주영 씨는 모던한 분위기가 끌린다. 재즈음악이 울려 퍼지는 카페 어디서나 푸른 하늘과 단풍 든 산자락이 비집고 들어서는 넓은 창이 눈에 띈다. 한적한 카페는 도심에서 쌓인 번잡과 피로를 한 꺼풀 벗겨주기에 충분하다. 정취에 빠져들다 주문한 커피는 독특한 향을 갖고 있다. 직접 생두에서 불량두나 불순물을 골라내고 볶은 뒤, 6가지 종류를 블랜딩한 커피를 사용하기 때문이란다. 매일 아침 매장에서 굽는 스콘의 맛도 일품이다. 포레스토에는 한 쪽에는 공예품·조각품·아트액자들이, 또 다른 쪽엔 흔히 구하기 힘든 커피원두·차들이 마련돼 있다. 전시와 판매를 겸하는데 담소에 지쳐갈 즈음 그것들을 찬찬히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위치  권선구 호매실동 840-3번지 
이용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10시30분
연락처 031-292-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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