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소녀, 철학과 과학을 아우르는 통섭의 과학자를 꿈꾸다
요즘 인문학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문학의 중심에는 철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는 ‘사람을 알아야 더 좋은 제품, 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며 인문학과 철학을 강조했지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철학은 어렵고 난해한 학문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제16회 철학올림피아드에서 대상을 수상한 대송중학교(교장 최경희) 3학년 허규민 학생을 만났습니다. 규민 학생에게 철학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리포터도 답하기 힘든 우문에 “학교, 친구, 가족, 사회 등 우리가 접하는 일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깊이 고민하는 것이 철학인 것 같다”는 현답을 들려주었습니다. 사색하기 좋은 계절, 철학소녀와의 인터뷰는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Q> 철학올림피아드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평소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했습니다. 문학, 과학, 역사,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다보니 어느 순간 철학 이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어려운 철학이론이라도 스스로 생각해 보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다보니 조금씩 철학이란 것이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3학년 때 우연히 철학올림피아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돼 경험삼아 참가했는데, 대상을 수상하게 돼 기뻤습니다.
Q> 철학올림피아드는 어떻게 진행됩니까?
주제가 주어지고, 3시간 동안 주어진 주제에 대해 글쓰기를 해야 합니다. 분량의 제한은 없구요. 이번 올림피아드에서는 ‘폭력은 나쁜 것인가?’라는 주제가 주어졌습니다. ‘폭력은 당연히 나쁜 것인데 왜 물어보는 걸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 후 큰 줄기를 잡아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폭력은 나쁜 것이나 범인을 잡기 위한 경찰의 피치 못 할 폭력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공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가해지는 폭력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 후 절충안을 냈어요. ‘폭력은 나쁘지만 공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가해지는 폭력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존중한다는 전제하에 일정한 선을 지켜야 한다’로 핵심 주제를 정했지요. 이렇게 30분 정도 생각을 정리한 후 글을 써내려갔습니다.
Q> 철학올림피아드 대회를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요?
철학자나 철학이론에 대해 한번 정리를 해보라는 조언을 받긴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논술에 철학자의 이름이나 철학이론을 담기보다 제 생각과 제 사례를 배경으로 글을 쓰고자 했습니다. 시험에 나올만한 문제를 선별해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써내려가면서 내 생각이 잘 표현되고 있는지를 점검했습니다. 대회준비와는 별개로 오래 전부터 해온 일기쓰기와 블로그 운영도 도움이 됐습니다. 일기를 쓰면서 내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습관을 길렀고,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주제와 사회현상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Q> 철학올림피아드 대회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철학은 ‘생각하는 것’이지요. 평소 주변에 일어나는 문제들을 곰곰이 생각해보는 습관을 기르면 도움이 됩니다. 일기를 쓸 때도 아무 생각없이 일상을 기록하기 보다, 일어난 사건이나 결과에 대해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등을 생각하고 글을 쓰는 것이 좋아요. 평소 대립되는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내 생각은 어떤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철학을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내 문제와 연결시켜 고민해보세요. 학교에서 일어나는 왕따 문제나 학교 폭력 등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에 관심을 갖고 고민하는데서 철학은 시작됩니다. 철학올림피아드는 단기간에 준비해서 참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평소 꾸준한 책읽기와 생각하기를 통해 내공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지요?
인문학과 과학을 아우르는 진화 생물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과거엔 과학자가 철학자였다고 하지요. 과학과 철학은 둘 다 ‘진리’를 찾아가는 학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과학, 철학, 인문학을 통섭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또한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님이나 서울대 장대익 교수님처럼 사회적인 소통을 위해 글을 쓰고 책을 내는 과학 저술가로도 활동하고 싶습니다.
■ 허규민 학생은 다이어리를 꼼꼼히 정리한다고 한다. 다이어리에 자신의 꿈과 목표를 적어놓고 꿈을 향해 얼마나 다가가고 있는지 점검하고 있단다. 정체되고 싶지 않고, 일상을 느끼며 살고 싶다는 철학소녀는 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나무도 푸르고 잘 자라면 예쁘듯이, 사람들도 꿈을 꾸고 도전하는 사람들이 아름다워 보인다”며 “많은 사람들이 꿈을 간직하고 그 꿈을 위해 노력하며 사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한 자신의 꿈을 늘 격려해주고, 꿈에 다가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고마운 멘토,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아빠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주셨고, 아빠 스스로 늘 공부하는 모습,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셨어요. 매사에 긍정적으로 열심히 사는 아빠는 저의 모범이자 롤모델이랍니다. 오늘 신문 인터뷰를 한다고 했더니 아빠가 전화를 하셨어요. 언제 어디서든 제 자신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라고 하시네요. 제가 생각한 그대로, 있는 모습 그대로 전하라고 하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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