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 ‘도가니’의 영향으로 장애인 성폭력 사건과 더불어 청소년 성폭력에 대한 학교교육의 중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인구보건복지협회가 2010년 9월에서 11월까지 실시한 전국 학생 성교육 실태조사에서 초등학생의 64%, 중학생 37.6%가 ‘학교 성교육’에서 성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생은 47.8%가 인터넷에서, 24.7%가 학교성교육이라고 답했다.
성교육의 핵심은 학생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보다 상황에 맞게 소집단으로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현직 보건교사는 말한다.
29년간 보건교사로 재직 중인 인문계 고교의 한 교사는 “영어·수학 수업만 수준별 교육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성교육도 성에 대한 노출정도에 따라 수준별 소집단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성교육은 한 번의 교육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초·중등학교 필요한 시기에 현실적인 성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성폭력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초·중등학교 보건교사 확충이 100% 이루어지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 수업을 통한 성교육은 없다
중·고등학교 보건교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현실적이고 지속적인 성교육을 할 수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 중 보건교과가 정규 이수교과가 아닌 것과 모든 학교에 보건교사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보건교사가 있다하더라도 보건교과가 정규 이수교과가 아니라서 성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대전시교육청 평생교육체육과 이복희 장학사는 “인문계 중·고등학교에서 보건 수업을 통한 성교육은 없다. 외국어나 한문 등의 교과를 제쳐두고 보건과목을 선택하지 않기 때문인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현행 교과 과정 중 중·고등학교의 성교육은 체육, 기술·가정, 도덕 등 관련 교과의 수업에서 10시간을 이수하게 되어있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수업 성교육도 쉽지 않다. 이복희 장학사는 “전교생 대상 성교육을 하려면 ‘교과부의 지침’이 내려와야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학생 간 성폭력 피해 늘어
학생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 성폭력’이 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교육과학기술위 김춘진 의원(민주당)이 교과부로부터 받은 ‘2006년~2011년 6월 연도별·시도별 학생 간 성폭력 현황’에 따르면 학생 간의 성폭력 사건이 2006년 38건에서 2010년 166건으로 4년 동안 4.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 간의 성폭력이 늘어난 배경에는 무분별한 음란물을 접한 뒤, 왜곡된 성 가치관이 생겨났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요즘엔 컴퓨터 없이도 스마트폰으로 어디서든 음란물을 내려 받아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위험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0년 전국 학생 성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5.9%가 인터넷 등을 통해 야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초등학생의 음란물 접촉 빈도는 낮은 편이지만,
중학생의 42.9%, 고등학생의 65.8% 등 연령이 증가해 감에 따라 음란물에 대한 접근도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과 사람 부모교육 상담센터’ 조순화(53·유성구 대정동)대표는 “요즘 아이들은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성에 대해 알고 있다. 음란물을 일찍 접한 아이들이 학교에서 하는 성교육 시간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뻔하다”며 “피임에 관련된 실질적인 교육이나 자신을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것 등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조 대표는 “성교육은 어릴 때부터 부모와 1:1로 성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어야 하고 학교는 보조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가정에서의 성교육 중요성을 강조했다.
천미아 리포터 eppen-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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