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화요일 문학산책 시간을 진행하는 한현수입니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말이 있지요. 어르신들은 지금 어디를 보고 계십니까? 앞에 있는 발끝만 보지 말고 이 좋은 계절에 곱게 물들어가는 산도 보고 파란 하늘을 보십시오.”(10월 18일 문학산책 방송 일부분)
매주 화요일 12시 30분 덕진노인방송국에서 진행되는 문학산책 시간이다. 오늘 주제는 ‘별’. 가람 이병기 시인의 ‘별’ 시낭송과 가곡이 멋들어지게 이어졌다.
덕진노인방송은 어르신들이 DJ가 되어 어르신의 이야기를 다루는 실버프로그램이다. 직접 방송 원고 작성부터 방송진행까지 담당하는 열혈 어르신들의 방송이야기를 들어본다.
노인들 다양한 생활 정보 다뤄
덕진노인방송국은 2008년 솔내기자단 활동을 시작으로 지난해 개국했다. 13명의 방송요원들은 3개월 간 방송교육을 통해 원고 작성에서 방송진행까지 덕진노인복지관 내 방송과 인터넷방송을 하고 있다. 또한 방송요원 각각의 개성과 전문성에 따라 음악, 문학, 요리, 역사, 건강이야기 등 다양한 소재로 지역 어르신들에게 방송을 내보낸다.
한현수(68)씨는 “방송 원고는 청취자를 위한 선물이고 DJ목소리는 방송의 꽃이다”라며 “방송을 통해 다양한 정보와 어르신들의 마음의 소리를 전해주고 싶다”고 웃어보였다.
* 한현수씨의 방송하는 모습
화요일 진행되는 문학산책은 시를 중심으로 시 낭송과 시인에 대한 사상, 시에 담긴 의미를 알아보는 시간이다. 수필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한현수씨는 “글을 항상 쓰고 있지만 방송 원고를 쓸 때 어려워요. 방송 원고에 맞는 노래선곡은 더 어렵답니다”라고 말했다.
각 방송요원들이 진행하는 방송시간은 30분. 3매 원고 분량과 4곡의 음악을 선곡해 방송을 준비한다. 30분이라는 시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이들이 목소리를 세상에 전달하기 위해 준비하는 노력은 몇 십 배에 달한다.
덕진노인방송은 어르신들이 방송을 통해 교양이나 삶의 질을 높이는 정보를 주는 데에 초점을 맞춰 진행하고 있다.
노래 선곡에 심사숙고
방송요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 중에 하나가 노래선곡이다. 물론 그날그날 날씨와 계절에 따라 선곡은 달라진다. 오전 시간에는 조용하면서도 경쾌한 음악을, 오후에는 분위기 있는 가곡이나 대중음악을 주로 튼다.
방송요원들에게 노래선곡을 위해 메모하는 습관은 필수이다. 다른 방송 중에 나온 음악이나 인터넷에서 좋은 음악을 메모해 두는 습관이 생겼을 정도다. 한현수씨는 다른 방송요원들을 위해 500여 곡에 달하는 노래선곡모음집을 직접 만들어 비치해 두기도 했다.
윤무영(71) 국장은 “방송 원고를 준비하면서 다방면의 지식을 많이 알게 되고, 나이 먹어서 방송을 한다는 자부심도 있다”며 “관내 어르신들이 방송을 통해 교양이나 삶의 질을 높이는 정보를 주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흐뭇해했다.
방송을 스스로 준비하다보니 방송요원들은 상식과 지식이 늘어난다고 자랑했다. 또 이들은 생활 속에서도 표준어를 쓰려는 노력과 방송을 위해 목소리를 아끼려는 자기관리(?)에도 철저하다.
내년 영상방송 추진 계획
덕진노인복지관의 김성준 팀장은 “이메일을 통해서 원고를 받는데 그 시간이 새벽 3~4시예요. 컴퓨터 타이핑이 느려 독수리타법으로 방송을 준비하신 거죠. 어떤 어르신은 원고를 많이 쓰다보니까 목 디스크가 생길 정도입니다. 그만큼 어르신들이 많이 노력하세요. 방송펑크나지 않게 노력하시는 것을 보면 책임감이 강하다는 생각에 감동을 받기도 합니다”고 말했다.
이들 방송요원들은 매월 한 차례씩 월례회를 통해 방송모니터와 아이템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들의 노력에 비해 아직 청취율은 낮은 편. 방송요원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대목이다.
덕진노인방송국은 청취율을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덕진노인복지관 내에 대형TV를 설치해서 영상방송을 내년에 추진할 계획이다.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여전히 젊음과 패기를 유지하고 있는 어르신들의 방송 도전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깊어가는 가을, 어르신들의 따뜻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본다.
문의 : 063-271-9336
김은영 리포터 key3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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