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발에 숨은 비밀 대공개

“족발 하나 나오려면 10시간 넘게 걸려~”

지역내일 2011-10-17

족발집의 위생상태가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유명 족발업체들의 족발육수와, 주방의 비위생적 환경, 종업원들의 성숙하지 못한 위생개념이 문제가 됐다.
짐작하겠지만 모든 족발집이 그렇진 않다. 일부 비양심적인 업체가 돈에 눈이 멀어 소비자를 생각하지 않은 비도덕적 행태일 뿐이다. 둘러보면 법 없이도 살 사람들이 많다.
달동 ‘황족’이 대표적이다. 이집은 오후 세시쯤 돼야 겨우 문을 여는 ‘배짱 좋은’ 가게다. 그런데 그 이유가 새벽부터 손질하기 시작한 족발이 그 시간이라야 삶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솥, 정기적으로 비워야 위생적
방송을 접했다는 황족 신계청 사장은 “나쁜 사람들.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는 것들이 제일 나쁜거여”라며 혀를 끌끌 찬다. 덧붙여 “욕심이 과해 그래. 양심껏 천천히 해도 먹고 살아. 그나마 다행인건 요즘은 손님들이 현명해서 그런 집은 먼저 알더라”며 말한다.
방송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이 육수였다. 족발이 삶기는 솥에 기름기와 이쑤시개, 각종 찌꺼기가 같이 삶기고 있는 장면이 여과 없이 전파를 탔다.
신 사장은 “돈 벌 욕심에 아침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장사를 하니 언제 청소를 하겄어? 청소를 안하니 오래된 찌꺼기가 있는 줄도 모르고 같이 끓는 거 아녀”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다.
족발 육수는 족발 맛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만큼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족발은 대용량 솥에 삶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솥을 매일 청소하기란 실상 어렵다. 그렇더라도 며칠에 한 번은 반드시 솥을 완전히 비워야 한다. 솥 주변 기름기와 족발과 약재 등 부재료에서 떨어져 나와 솥바닥에 가라앉은 찌꺼기를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족발과 10시간 씨름해야
마침 주방에서 족발 손질 중이었던 신계청 사장은 “족발 한 점이 입에 들어가기까지 10시간이 넘게 걸려. 이게 보기엔 간단한 음식 같지만 과정이 아주 길어”라며 아예 족발처리과정을 보여주며 설명하기 시작한다.
일단 족발을 들이면 찬물에 6시간 정도 담가 핏물을 뺀다. 일차적으로 핏기를 뺀 후엔 다시 주물러 혹시 남아 있을 지도 모를 핏물을 또 뺀다. 그 후에 껍데기 부분의 털과 족 사이사이 불순물 제거에 들어간다. 이 과정이 2시간. 이렇게 손질이 끝난 족발은 끓는 육수에 삶는데 또 2시간이다. 끓는 동안 옆에 지켜 서서 뜨는 기름기와 슬러지를 걷어 내줘야 한다. 많을 땐 네 바가지 이상 걷어낼 때도 있단다.
그럼 끝일까. 천만의 말씀. 삶아진 족발은 건져내자마자 혹시 남아있을지 모를 잔털 제거과정을 한 번 더 거친다. 장장 10시간 넘게 신 사장의 손에서 사투를 벌인 족발은 그때서야 손님상에 오른다. 

공장 직거래로 깨끗한 족발 공급받아
황족은 그날 쓸 족발은 그날 삶아내는 게 원칙인데, 그도 그럴 것이 이 힘든 과정을 매일 반복하다보니, 한 번에 많은 양을 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하루에 많이 삶아야 20족 정도다.
무엇보다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족발 들이는 거래처다. 황족은 돼지 가공업체인 돈도담과 직거래한다. “유황과 상황버섯을 먹여 키우는 돈도담 돼지가 소비자 경영대상을 받을 정도로 명성이 자자한 이유도 있어. 그런데 공장과 직거래를 해야 신선하고 위생적인 족발을 공급받아”라는 신 사장의 말에 깐깐함이 묻어난다.
일반 도매업체는 여러 업체의 족발을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족발 질이 일률적이지 않고 원산지나 위생상태 또한 신뢰하기 어렵다는 판단.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족발을 들일 수 없다는 게 신 사장의 생각이다.

신계청 사장은 20년 넘게 족발집만 운영해 왔다. “방송에 그런 일이 나오면 마음이 안 좋지. 나도 그런데 먹는 사람들은 오죽하겄어? 그런 집은 망하게 돼 있어. 뿌린 대로 거두는 겨”라며 다시 주방으로 총총히 사라지는 신 사장.
아직은 낮더위가 가시지 않은 10월 초순. 펄펄 끓는 곰솥 옆에서, 마디가 툭툭 불거진 손으로 빨간 고무장갑을 주섬주섬 챙기는 모습에 고집이 뚝뚝 떨어진다.
허희정 리포터 summer0509@lycos.co.kr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