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의 실수요자인 고령의 아버지가 처의 병수발 때문에 직접 대한주택공사를 찾아갈 수 없어 자신의 돈을 관리하고 있던 딸을 통해 딸 명의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혼자서 임대주택에서 생활해 온 사건이 있었다. 임대차계약서에는 딸을 임차인으로 기재하였으나,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사람은 아버지로서 75세의 고령이었다. 임대를 한 주택공사는 임대차계약 기간 만료를 이유로 아버지와 딸에게 아파트의 명도와 퇴거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고령의 아버지는 처가 뇌경색이 발병한 후 대소변을 가리지 못할 정도로 심한 후유증이 남았기 때문에 처 곁에 붙어 병수발을 하느라 다른 일은 제대로 할 수 없었다. 10년 동안 병수발을 하였지만 처의 병세는 거동이 전혀 불가능할 정도로 악화되었다. 잠시도 처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수발을 들어야만 했던 아버지는 비교적 가까운 곳에 거주하면서 둘째 딸에게 돈을 맡겨두고 경제적 문제의 처리를 위임하였다.
그러던 중 주택공사가 인근 지역에 임대주택을 건축하여 임대한다는 소식을 듣고 딸에게 임대차계약을 체결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아버지의 부탁으로 딸이 아버지가 살 임대주택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자신의 이름으로 계약을 하였다.
임대주택 분양을 앞두고 아버지와 딸 중 누가 임차인인지 문제되었다. 아버지는 무주택자로서 분양자격이 있었지만, 딸은 다른 주택이 있어 자격이 없었다. 대한주택공사는 딸이 분양자격이 없고, 임대차계약 기간 만료되었다는 이유로 아파트를 비우고 나가라는 소를 제기하였다.
1심 판결에서는 주택공사가 승소하였다. 아버지와 딸이 항소하여 2006. 11. 1. 대전고등법원에서 이에 대한 판결이 선고되었다. 법원은 임대차계약서에도 불구하고 실제 임차인은 아버지라고 판단하였다. 추운 겨울을 앞두고 난 판결이었기 때문에 따뜻한 마음을 전달한 아름다운 판결로 언론에 소개되기도 하였다.
주택공사가 대법원에 상고하였고 대법원에서는 결국 1심 판결로 다시 돌아갔다. 임차인은 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보증금·차임 등을 실제 낸 사람이 누구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임대차 계약서에 임차인으로 기재된 사람이 임차인이라는 것이다. 법적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이재구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