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알코올증후군’이란 말은 이제 의학상식적인 용어다. 최근에는 대중 매체에도 자주 소개되어 임신 중 음주가 얼마나 위험한 지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그 심각성을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임신인 줄 모르고 치료제를 먹은 경우 또는 감기에 걸렸다고 걱정이 되어 바로 인공유산을 고려하는 것에 비하여 훨씬 관대한 것 같다. 미국의 통계에도 임신 중 8명에 한 명 꼴로 음주 비율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하니까 말이다.
임신 중 음주의 영향은 단지 태아알코올증후군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는 1000명 중 1명 내외로 상대적으로 드문 편이나, 태아알코올스펙트럼 장애는 약 3배나 더 많다. 이는 태아알코올증후군보다 조금 덜 심한 장애와 결함을 말하는데, 임신 중 음주는 여러 측면에서 다양하게 태아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런 이름으로 부른다.
어머니가 소량 음주한 경우일지라도 그 아이는 지능이 더 낮다. 과음 한 경우에는 뇌의 크기도 더 작고, 학습과 기억 능력이 떨어진다. 출생 때부터 16세까지 추적 관찰한 연구에서, 소량의 음주일지라도 소아의 발달 과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혀냈다. 태아가 알코올에 노출되면 유아기부터 주의집중과 학습 효율이 떨어져, 그 결과로 지능이나 기본적 기능과 학업 성취에 어려움이 누적된다고 한다.
태아의 알코올 노출과 주의집중·과잉행동 장애와의 관련 가능성을 밝힌 연구도 있다. 쥐를 통한 실험으로 알코올이 주의집중을 담당하는 뇌의 부위를 손상시킨다는 것이 밝혀졌다.
임신 중 음주한 여성에게서 태어난 남아는 정자의 농도가 1/3로 떨어져 불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도 있다. 그밖에 시력이 더 떨어진다는 연구, 백혈병이 56% 증가한다는 연구, 아이에게서 감염증이 더 많다는 연구 등이 있다.
자궁 속에서부터 알코올의 맛과 냄새에 대한 선호가 발달하기 때문에, 임신 중 음주한 여성의 자녀들이 알코올 남용의 가능성이 훨씬 많다. 쥐 실험에서 임신 중 알코올을 먹인 쥐의 새끼들이 나중에 훨씬 더 술을 잘 마시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연구들로 임신 중 음주는 발달기의 소아에게 여러 가지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밝혀졌다. 단지 얼마나 많은 양을 음주해야 그러한 부정적 효과가 나타나는지가 아직 미진한 점일 뿐이다. 따라서 임신한 사실을 알았다거나 또는 임신하려고 하는 중이라면 즉시, 그것도 완전히 술을 끊어야 한다.
신 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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