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다보면 누구나 한 가지에 꽂힐 때가 있다. 종교, 예술, 배움 혹은 이성 등 다양한 목표물을 두고 늪에 빠진 듯 헤어나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
이번엔 ‘평생교육’이다 해서 배움에 대한 열정의 끈을 놓지 않고 젊은이 못지않은 청춘을 과시하는 ‘전북 사랑 아코디언 클럽(회장 곽병준, 단장 최상기)’을 만나보았다.
밥 먹고 살기에 버거웠을 젊었을 적엔 꿈도 꾸지 못하다가 느지막한 황혼에 마음 풀어놓고 홀가분히 만나는 향수 속 네모난 애인과의 만남! 바로 아코디언을 품에 안고 사는 사람들을 만나본다.
아코디언과 함께라면 젊은이 부럽지 않다!
전북 사랑 아코디언 클럽(이하 전사아)은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아코디언반에서 서로 인연을 맺게 돼 지난해 12월부터 본격적인 동호회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기존에 있던 ‘JJ클럽’을 ‘전북 사랑 아코디언 클럽’이라고 개명하고 동호회 활동과 봉사활동에 박차를 가하게 된 것이다.
20여명의 회원을 시작으로 매주 화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3시간 동안 최 단장이 엄선해서 준비한 악보로 연습이 이루어진다.
전사아는 40대부터 70대까지 폭넓은 연령층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긴 하지만 모임에 가장 적극적인 이들은 바로 6, 70대 ‘왕오빠’ 들이다. 그들은 몇 달 간 연습에 공을 들이다가 결국 ‘얼싸구나!’ 하고 아코디언을 품에 안게 되는 쾌거를 누린다고. 결국 그만큼 아코디언 사랑이 크다는 말이다.
한 회원은 “사실 여자분들은 아코디언 연주 모습에 반해서 왔다가 힘들다고 얼마 버티지 못하고 나갑니다. 왜냐하면 아코디언을 들고 다녀야 하는데 차가 없으면 힘들거든요. 그리고 나이 들수록 손가락이 잘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연습을 열심히 해야 해요. 아코디언은 한 5년은 배워야 자유자재로 칠 수 있습니다. 물론 음감이 있는 사람은 좀 더 빨리 배우겠지만요. 그런데 우린 아코디언이 그리워 찾아서 왔기 때문에 뭐든지 다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아코디언 설장구 색소폰 마술까지 전사아는 봉사의 달인들
한 달에 1회 이상은 꼭 봉사활동을 나간다는 전사아는 지난달 벌써 올해 11번째 봉사를 다녀왔다. 그들을 반기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그래서인지 이제 어디가든 팬들의 반응이 아이돌 못지않다고.
“평화동에 있는 학산종합사회복지관에서 한 달에 한번 하는 어르신 생신잔치에 초대받은 적이 있어 갔었는데 할머니 팬들이 너무 좋아하셔요. 그럴 때는 기쁨도 크고 보람도 느끼고 그러지요.” 얼굴을 붉히며 육익수 총무는 아코디언에 대한 애정을 보인다.
“우리는 봉사 갈 때 아코디언만 가져가지 않아요. 다른 악기들도 다룰 줄 아는 회원들이 꽤 있어 설장구 색소폰도 가지고 가고 마술까지 하는 친구도 있어 할머니부대에 인기만점이예요. 그리고 나는 가수예요. 사회까지 보는.” 그들의 유쾌한 대화가 이어진다.
전주시내 복지원, 양로당, 사회복지시설 등 어르신들이 계신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간다는 전사아 회원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던지는 한마디. “프로는 없습니다. 다 아마추어예요.”
영화 ‘상록수’를 통해 아코디언 바라기로 산 반평생
아코디언이라는 악기는 장점이 많은 악기이다. 무엇보다 휴대하기 편하고 피아노처럼 덩치가 크지 않아 장소의 구애도 받지 않는다. 거기다가 연주하면서 노래까지 쉬이 할 수 있어 흥을 돋우기엔 이만한 악기가 없다는 게 회원들의 말이다.
“옛날에 신영균 최은희씨가 나오던 흑백영화 상록수가 있었어요. 그 영화가 농촌계몽운동 영화였는데 그때 최은희씨가 학교선생님으로 출연했지요. 어느 날 교회에서 아코디언(손풍금)을 연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너무나 감동을 받았어요. 그것을 계기로 사람이 살면서 한 가지 악기는 다룰 줄 알아야지 하는 생각을 했지요. 그런데 젊었을 때는 살기에 바빠 여유가 없어 시작도 못했다가 이렇게 정년퇴임을 하고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물심양면 큰사위의 도움으로 이렇게 아코디언을 배우게 돼서 정말 기쁩니다. 마치 회춘한 것 같아요.” 육 총무가 들려주는 말속에 소박한 기쁨이 묻어난다.
고령화시대에 집에서 뒷방늙은이 취급받으며 고독한 삶을 사느니보다 배워서 남에게 베풀며 살 수 있는 현실이 얼마나 큰 보람이고 행복인지 실감케 하는 부분이다.
그 옛날 시골장터에서 약장수가 아코디언을 키면 아가씨가 노래를 하던 그 장면, 이젠 영화 속에서나 보아야 할 추억의 한 컷이지만 지금도 아코디언 하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따뜻해진다.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애정을 간직한 채 그를 잊지 않고 찾아온 사나이들. 늦게 만났으니 더 더욱 진하게 사랑하자는 듯 울려 퍼지는 아코디언 선율에 그들의 청춘을 저당 잡힌 듯 싶다.
문의 : 최상기 단장 010-3650- 8673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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