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벤처 “초심 돌아가야”

주가·회계조작, 회사가치 뻥튀기 … 한탕주의 심각

지역내일 2000-11-01 (수정 2000-11-01 오전 11:27:19)
정현준 한국디지털라인 사장이 직원들과 공모해 수백억원대의 회사공금을 횡령한 사실이 검찰 조사에서 밝혀지
자 소위 무늬만 벤처인 기업들에게 따가운 눈총이 쏟아지고 있다.
오직 기술개발 하나만을 목표로 묵묵히 땀을 흘리는 대다수 벤처기업과 달리 “어떻게 해서든 돈만 벌면 된다”
며 주가나 회계조작, 가짜 사업계획서 작성을 서슴지않는 사이비 벤처인들을 솎아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벤처열풍이 한창 뜨겁게 불던 지난해 연말. 서울 강남에서 벤처기업 마케팅 지원 사업을 하던 김 모(35)씨는 자
칭 컨설팅 회사라는 곳에서 모종의 제의를 받았다. “1500만원을 주면 전주들이 달라붙을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주겠다”는 게 요지.
당시 마땅한 사업아이템이 없던 김씨는 솔직히 귀가 솔깃했다. 이번에 나도 한번 대박을 터트릴 수 있겠구나 생
각이 들었다.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었다. 김씨는 그 후에도 세차례에 걸쳐 이 회사로부터 끈질긴 제의에 시달려야 했다.
이는 벤처업계의 한탕주의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보여주는 한 사례에 불과하다. 하지만 현장의 벤처기업인
들이 느끼는 가짜 벤처인들의 부패지수는 이보다 훨씬 더하다는 게 중론.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벤처기업에 돈이 몰리고 코스닥 시장이 꺾일 줄 모르는 상승곡선을 탈 때
회계조작으로 회사가치를 뻥튀기하거나 연구개발비를 과도하게 책정, 로비자금으로 전용하는 경우가 주변에 흔
했다는 것이다.
벤처업계 한 관계자는 “코스닥에 등록만 되면 떼돈을 번 것처럼 주식놀이를 하는 벤처인들이 많았다”면서
“하루 아침에 사무실을 대형으로 바꾸거나 고급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벤처 사장들이 이런 부류에 해당한다”
고 말했다.
벤처업계는 이번 정현준 사건을 거울삼아 벤처회사의 가치는 결국 시장이 판단하는 만큼 벤처 본연의 영역인 기
술개발에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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