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윗사람들 중에는 아래 직원이 술을 잘 마셔야 충성심이 강하고 일을 잘 하리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술이 응집력과 단결심을 촉진해 조직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그 집단의 성격이 더 계급적이고 폐쇄적이며 권위적일수록, 그리고 사람보다는 업무 중심적인 조직일수록 술과 음주에 대한 잘못된 신념이 많아 보인다.
J씨가 알코올중독으로 판명되어 정신과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기까지에는 이런 사회 풍조가 한몫을 했다. 그는 성취 지향적이고 성공에 대한 야심이 컸다. 입사한 초기부터 과중한 업무로 힘든 하루를 보내면 으레 밤늦게까지 회식이 이어졌다. 본디 술을 잘 마시지 못해 소주 한 잔에도 가슴이 벌렁거리고 얼굴이 시뻘게져서 고역이었다. 상사의 권주를 거절하면 자신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 불안하기도 하고, 술도 이기지 못하는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다.
평소 남에게 지는 것이 견딜 수 없었던 그는 술자리에도 잘 어울려야겠다 싶어 주말이면 남몰래 술을 마시고 이에 따른 고통을 견디는 훈련을 했다. 조금씩 음주량을 늘려가니까 웬만큼은 마시고도 참을 만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몇 년 쯤 지나자 어느덧 자신이 술을 좋아하고 술자리를 찾아다니기도 하더라는 것이다. 그러는 중 동료들과 상사에게도 인정을 받았고, 조금은 빨리 승진한 자신에 대해 스스로도 만족했다고 한다.
문제는 그가 갓 40을 넘기자마자 간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내과에 입원했는데 다음날부터 알코올 금단증상이 너무 심해 일반 병실에서 관리할 수가 없어 정신과 폐쇄병동으로 전과했다. 병동의 알코올의존 회복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자연스럽게 자신을 돌아보면서 자신의 음주 문제를 깨닫고, 단주를 결심했다.
유전적으로 분해효소가 없어도 자주 음주하다보면, 몸 안에서 분해효소가 조금은 유도되어 술에 대한 내성이 점점 강해진다. 그러나 억지로 마신 알코올은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바뀌어 잘 분해되지 않으므로 심하게 조직을 손상시킨다. 남들보다 더 빨리 발병한 간경화나 심한 금단증상은 바로 이 때문이다. 성공을 위해 자신의 몸까지 던져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안정적 신분이었다가도 과음하다 보면 사회의 밑바닥으로 전락하는 수가 많은데 사람들은 단지 그 결과의 모습만 보고 단정해 버린다. 또한 알코올 문제가 심해도 넉넉한 배경이 지켜주어 최하층까지 내려가도록 방치하지 않아 알코올 문제가 눈에 띄지 않는 수도 흔하다.
신 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무료 상담: 강원알코올상담센터 748-5119 ww.alja.yonsei.ac.kr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