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아트센터 초대 관장 이창기

“공공아트센터 판을 바꾸고 싶어요”

지역내일 2011-11-13

 광화문 광장을 중심으로 세종문화회관, 박물관, 미술관, 고궁 등 47곳을 묶은 ‘세종벨트’는 히트 문화 상품이다. 그동안 28만 명이 다녀갔고 예술경영 전공자들에게는 ‘교과서’가 되었다. 처음 아이디어를 내서 론칭까지 ‘세종벨트’의 숨은 1등 공신이 이창기다. 세종문화회관 경영본부장으로 ‘문화가 흐르는 광화문’ 만들기의 주춧돌을 놓았던 그가 지난 9월 강동아트센터 초대 관장으로 취임했다.


  명일근린공원 안에 자리 잡은 강동아트센터는 강동구가 584억 원을 들여 7년 만에 완성했다. 설계 당시부터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으며 쓰임새 많은 실용 공간으로 꾸미기 위해 공을 들인 건물이다. “빈 캔버스를 마주 하고 앉은 화가의 심정입니다.(웃음) 첫 단추가 중요하지요.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극장의 롤 모델을 만들어 보자고 직원들과 뜻을 모았습니다. 강동구에 있는 ‘서울의 명품 공연장’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첫인상이 ‘댄디한 신사’ 같은 이 관장이 말문을 열었다.


 공무원에서 ‘예술 행정가’로 바꾸다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서울시 공무원 출신이다. 보수적인 공무원 사회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튀는 옷차림, 자유분방한 기질을 감추지는 못했다. “무용을 전공한 어머니 덕분에 어릴 때부터 공연장을 자주 다녔고 또래 중에서는 드물게 피아노도 배웠죠. 군대 갔다 와서는 한동안 재즈피아노와 파이프 오르간에 꽂혔고 음악다방 DJ도 해봤어요. ‘문화 DNA’는 좀 타고난 셈이죠.”
 착실하게 공무원 생활을 하던 그가 40대 접어들면서 인생에 도전장을 던진다. “고시출신이 아닌 내가 공무원으로서 오를 수 있는 ‘뻔한 미래’가 보였어요. 때마침 세종문화회관에서 공공행정 인력이 필요하다는 소문도 들렸어요. 좋아하는 일로 승부수를 띄우고 싶었죠.”
 반대를 무릎 쓰고 세종문화회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미국 카네기홀, 예술의전당 출신 등 쟁쟁한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경쟁해야 했다. “내가 택한 길이니 ‘실력’으로 승부를 봐야 했어요. 꽤 고생했지요.” 우리나라 예술경영의 ‘대부’라 불리는 당시 이종덕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그를 눈여겨보다 홍보실장으로 발탁했다. 홍보 문외한이었던 그는 퇴근 후에는 이종덕 사장을 모시고 문화예술계, 언론계 인사들과 교류하고 밤에는 사이버 대학에서 광고홍보를 공부했다. 남들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해 회사 근처 커피숍에서 문화예술 분야 책을 탐독하며 업무의 맥을 잡아 나갔다.


강북의 ‘문화 랜드마크’ 만들다
 “당시만 해도 언론에 자주 기사화되는 것이 홍보의 키포인트였어요. 세종문화회관 관련 기삿거리가 될 만한 아이템을 발굴해 끊임없이 기자들에게  날랐죠.” 탤런트 최불암 등의 명사를 공연장 도우미로 섭외, 빨간 재킷을 입혀 공연 안내를 맡도록 아이디어를 냈다. 2002년 월드컵으로 온 나라가 들썩일 때는 야외무대를 꾸며 붉은 악마를 불러 모았다. “세상을 향해 늘 ‘촉’을 세워야 해요.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에 순발력, 인맥을 잘 엮어내는 능력이 홍보의 생명이에요. 수년간 그 감을 익힌 셈이죠.”
 ‘발로 뛰는 홍보맨’으로 입지를 다진 뒤에는 공연기획까지 영역을 넓혔다. “오페라, 뮤지컬 같은 명품 공연에 늘 대중들은 목말라 해요. 그런데  티켓 값은 꽤 비싸죠. 이들을 타겟으로 ‘천원의 행복’ 공연을 기획해 ‘대박’이 났죠.” 광화문 빌딩 숲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매일 밤 야외 공연을 열고 광화문 광장 아래에 우리 역사의 영웅 ‘세종대왕, 이순신’을 테마로 한 스토리텔링 문화 공간도 그의 손을 거쳐 꾸며졌다.


 예술경영 CEO로 인생 3막 열다
 강북의 ‘문화 랜드마크’를 만들었던 그가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강동아트센터의 청사진이 궁금했다. “무용․댄스 중심 공연장으로 장르 특성화시킬 예정입니다. 선택과 집중 전략이죠.  ‘강동=춤’으로 각인 시킬 생각입니다. 중산층이 두터운 지역 특성을 살려 예술아카데미를 강화해 ‘아트 커뮤니티’로 발전시킬 계획도 가지고 있어요.” ‘작지만 강한’ 아트센터로 내실을 다지기 위해 그는 시간을 쪼개가며 살고 있다. “공공아트센터는 기업 후원금 유치가 법적으로 막혀있어요. ‘저비용 고효율’ 공연을 선보이려면 아이디어와 발품 밖에 없죠.”
  그는 ‘부자유친 이창기’ 즉 부드럽고 자상하고 유연하며 친절한 사람을 늘 꿈꾼다. 아트센터 책임자, 경희대 겸임교수로 바쁜 틈틈이 홀로 신사동 가로수길 같은 트렌디한 공간을 찾아 감성을 충전하고 문화코드를 읽으려 애쓴다. “사색이 참 중요해요. 더 깊이 생각하고 뒤집어 생각할 줄 알아야 하죠. 아이디어는 치열한 노력의 결과물이잖아요.” 강동아트센터라는 무대 위에 예술경영 CEO로서 그가 펼쳐 보일 인생 3막이 궁금했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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