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만나는 문화유산

지붕 없는 박물관 ‘남산’

지역내일 2011-11-11 (수정 2011-11-11 오전 11:25:59)


안압지 야경, 출처-경주시청


남들 다가는 단풍나들이를 건너뛸 수 없었다. 그러나 뛰어봤자 벼룩이라고 1박2일 장소로 정한 곳은 지척인 경주. 이번에도 만만한 동생네와 동행했다. 
일 년에도 몇 번씩 가는 경주라 웬만한 유적지는 다 둘러본 터. 새로운 장소를 물색해야 했다. 특히 이번에는 비소식이 있어 코스 선택이 쉽지 않았다. 딱히 ‘1박2일’ 팀이 갔던 곳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는데 7명이 가보지 않은 곳을 찾다보니 ‘남산’이 남아있었다.


남산 입구, 굽어진 소나무숲길이 운치 있다


빛으로 물들어 아름다운 안압지 야경

오후 늦게 도착해 여장을 풀고 숙소 앞 보문관광단지로 산책을 나갔다. 저녁 어스름에 잠시 비가 그친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보문호 근처는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신랑과 아이들은 오리배를 타고 동생과 함께 일대를 거닐었다.
저녁식사 후 일행이 찾은 곳은 ‘안압지’. 안압지의 정식 명칭은 임해전지다. 신라 문무왕 시대 왕궁에 딸린 연못으로 조성된 것으로 알려진 안압지와 주변 부속건물은 나라의 경사가 있을 때나 귀한 손님을 맞을 때 연회가 열린 곳이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없이 안압지는 야경을 보러 나온 사람들로 붐볐다. 불빛에 아른거리는 안압지의 야경은 낮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었다. 못에 비친 안압지의 자태는 황홀했다. “왕자가 거처하는 동궁이 있었어요”라는 딸아이의 설명을 들으며 한 시간 남짓 안압지를 돌았다.


삼릉계 석조여래좌상


노천 박물관 남산

밤새 촉촉하게 비가 내린 경주는 고즈넉했다. 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어 서둘러 채비를 끝내고 남산으로 향했다.
남산은 서라벌의 진산이다. 북의 금오봉(468m)과 남의 고위봉(494m)을 중심으로 동서 너비 4km·남북 길이 10km의 타원형으로, 한 마리의 거북이 엎드린 형상을 하고 있다.
경주 남산은 신라시대의 불교유적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불교가 신라에 전파되면서 숭산신앙·암석신앙과 연관된 불교문화는 남산에 집중,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김시습이 기거하면서 한국 최초의 한문소설집인 ‘금오신화’를 썼다는 용장사도 유명하다.
현재 남산에는 왕릉 13기, 산성지(山城址) 4개소, 사지(寺址) 147개소, 불상 118체, 탑 96기, 석등 22기, 연화대 19점 등 672점의 문화유적이 남아 있으며, 이들 문화유적은 보물 13점, 사적 13개소, 중요민속자료 1개소 등 44점이 지정되어 있고, 2000년 12월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그 가치를 보호받고 있다.


삼릉계 석불좌상


삼릉주차장을 들머리로

이내 비가 쏟아질 것 같은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등산객들이 남산을 찾았다. 우리는 삼릉주차장을 들머리로 잡았다. 남산 초입은 아주 완만한 경사라 걷기 좋다.
우아하게 굽어져 있는 소나무숲 사이로 조금만 올라가면 삼릉이 보인다. 세 왕릉이 나란히 있어 삼릉이라고 하는데 서쪽으로부터 각각 신라 제8대 아달라이사금, 제53대 신덕왕, 제54대 경명왕 등 박씨 3왕의 능이라고 전해진다.
삼릉에서 벗어나면 이내 나무판자길이 이어진다.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오르는 길은 꽤 운치 있다. 등산길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불상은 ‘삼릉계 석조여래좌상’이다. 이 석조여래좌상은 1964년 8월 동국대학교 학생들에 의해 땅 속에서 머리가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손과 머리는 파손되어 있으나 몸체가 풍만하고 옷주름이 유려해 통일신라시대의 우수한 조각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남산 등산로에는 문화재를 소개하는 표지판이 잘 설치돼 있어 놓칠 염려는 없다.
두 번째로 만날 수 있는 ‘삼릉계곡 선각육존불상’은 바위를 도화지 삼아 불상을 새겨놓은 보물이다. 경주에서도 선각으로만 되어있는 불상은 희귀하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세 번째로 만난 ‘삼릉계 석불좌상’은 은은한 미소가 아름다웠다. 처음 발견될 당시 머리는 땅에 떨어져 있었고 광배 역시 불상 뒤에 깨져 있는 채로 떨어져 있었다고 한다. 2008년도에 복원돼 지금의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봐야할 유적들이 많이 남아있었으나 비가 내려 더 이상 올라갈 수 없었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서야 했다.


삼릉, 출처-경주시청



남산 7대 보물

유홍준 교수와 1박2일 팀이 함께 찾은 남산의 7대 보물은 두 개의 암벽에 각각 삼존불을 새겨놓은 ‘삼릉계곡 선각마애육존불상’, ‘삼릉계곡 선각여래좌상’, ‘삼릉계 석불좌상’, 부처의 자비로움이 잘 나타나있는 ‘마애관음보살상’, ‘남산 용장사곡 삼층석탑’,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 ‘칠불암 마애불상군’ 등이다.
남산을 오르는 묘미는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새로운 문화유산과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남산은 재빨리 등산하기보다는 유유자적 감상하며 느긋하게 올라야 제 맛이다. 산 속에서 만나는 부처의 자비로운 미소를 품고 경주의 가을은 깊어만 간다.

이수정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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