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회가 최근 제주도를 제외하고 전국에서 처음으로 인사청문회를 개최하면서 청문회 확산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전국 지방의회 의장단이 인사청문회 도입를 위한 상위법 개정을 추진한데 이어 올해 또 다시 관련법 개정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다.
◆“지자체 인사청문회 도입에 신호탄” = 인천시의회는 지난 13일 김진영 정무부시장 내정자를 대상으로 청문회를 개최했다. 상위법에 근거가 없어 간담회 형식으로 치러진 이번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내정자의 행정철학 개인자격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인천시의원들은 송영길 인천시장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적합’ 판정을 내리면서 ‘일부 의견에서 충돌을 빚었다’는 식으로 ‘일부 부적합’ 의견을 포함시켰다.
이번 인사청문회는 제주도 특별법으로 청문회를 개최하고 있는 제주도를 제외하고 전국 지방의회 가운데 처음 열린 청문회다. 지난해 국회 김동철 민주당 의원 등이 인사청문회 도입을 골자로 한 지방자치법과 지방공기업법 개정안을 내놨지만 소리소문없이 폐기됐다.
인천시의회는 ‘한계 속의 희망’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이재병 인천시의원은 “처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던 의원들이 청문회 후 자신감을 얻었다”며 “지자체 인사청문회 도입에 신호탄을 올렸다”고 평가했다.
청문회를 이끈 홍성욱 인천시의회 기획행정위원장은 “이번 청문회를 기점으로 전국 지방의회는 물론 행정안전부 등도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것으로 본다”며 “지자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시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킨다는 관점에서 청문회는 후보자 자신에게도 주민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계도 지적됐다. 상위법 근거가 없다보니 자료제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내실있는 청문회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타석에 짚신 신고 빗자루를 들고 들어선 우리나라 첫 야구단 ‘YMCA야구단’에 비유하기도 한다.
차준택 인천시의원은 “앞으로 인사청문회가 계속 되려면 그에 합당한 틀을 마련해야 한다”며 “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상도 확대해야” = 이번 청문회에 대한 다른 지역 지방의회의 관심은 컸다. 전국적으로 확산시켜 법 개정을 견인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이재병 인천시의원은 “청문회가 전국적으로 확산된다면 상위법 개정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시의회 관계자들은 인터넷 등으로 공개된 상황에서도 직접 인천 청문회장을 찾았다. 대전시는 11월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인사청문회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박정현 대전시의원은 “지방의회 20년을 맞아 이제 의회를 제대로 세워야 한다”며 “가능한 범위에서 인사청문회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나 전문가들은 지방의회의 적극적인 역할 강화와 인사청문회 확대 실시를 요구했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제도적 한계 속에서도 이번 청문회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라며 “청문회 대상도 지방공기업 사장이나 국장급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회창 인천 동구의회 전문위원은 “시민들의 대표기관이 고위공직자의 철학과 자격을 검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지방의회도 이제 올바른 지방자치 정착을 위해 상위법 개정 등에 본격적인 행동과 목소리를 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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