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쌤- 배명고등학교 임정빈 교사

인성‧예절 강조하는 ‘배명의 카리스마’

지역내일 2011-11-06

배명고등학교 출신으로 현재 배명고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임정빈 교사(40세). 학창시절부터 수학을 좋아해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그는 멀리 돌아서 모교에 왔다. 한양대 수학과에 재학 중 학생군사교육단(ROTC)에 입대했고 군 장교생활을 거친 후, 곧바로 현대그룹에 취직돼 별다른 고민 없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전산부서에서 프로그램 개발‧유지관련 업무를 하며 현대해상의 자산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다. 그렇게 8년여를 회사원으로 지내다 학교법인 배명학원의 교사로 임용된 것은 2004년. 모교에서 후배들에게 메시지를 주는 선배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안고 학교로 돌아왔다.


선배로서 대하게 되는 제자들
  “대학에 입학해서 고삐 풀린 망아지 생활을 조금 했죠. 입시, 공부에서 해방됐다는 생각에 대학생이 됐지만 공부해야 된다는 생각, 미래에 대한 고민을 안했으니까요. 그러면서 교직 이수를 하지 않았고 교사의 꿈과 자연스럽게 멀어졌죠.”
  학군단은 대학생이 돼 생활방식이 변한 스스로를 채찍질하기 위해 선택했다. 사회에 나가 제대로 잘 살기 위한 방법과 가치관을 세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교사직에 대한 꿈을 놓을 수 없었던 그는 회사에 다니면서 교육대학원에 다녔다.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오히려 독하게 공부했다. 노력한 결과, 원하던 대로 모교에서 교사직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인생의 선배로 모교 후배들에게 세상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코치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어요. 그러면서 제대로 된 인간을 만들어야 되겠다는 사명감 같은 거창한 목표가 있었죠. ‘민족의 소금이 되고 인류의 빛이 되라’는 우리 학교 교시를 참 좋아하는데, 학생들의 수학 성적보다 예절, 사고방식에 영향을 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그는 학생들 사이에서 호불호(好不好)가 명확히 나뉜다. 교사직을 넘어서 선배 입장으로 학생들이 보이기에 신분에 어긋난 행동을 하는 학생이 발견되면 변화할 수 있도록 끝까지 물고 늘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갖 좋지 않은 별명은 다 갖고 있고 ‘무서운 선생님’ 이미지를 떨칠 수 없다.


수학역량 키우는 교육 꿈꿔
  2학기가 돼 교과교실제가 도입되면서 그는 ‘임정빈 수학교실’을 즐겁고 편안한 분위기로 꾸몄다. 수학교실의 칠판은 커야 한다는 생각에 교실 측면에 기다란 칠판을 걸고 학생들의 책상배치를 큰 칠판 기준으로 바꿨다. 옆쪽이 된 기존 칠판은 퍼즐칠판으로 꾸며 펜토미노, 칠교놀이, 스도쿠, 체스판을 붙였다. 쉬는 시간 틈틈이 누구나 놀이로서 수학을 즐겼으면 하는 일종의 장치를 둔 셈이다.
  “저는 현재의 교육제도는 물론이며 수학교육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대학입시를 위해 수학성적을 내야하는 지금의 수학교육은 수학 잘하는 학생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고 수학성적이 좋은 학생을 만들기 위한 교육이죠.” 수학교육 얘기가 나오자 임 교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수학적 사고력이나 창의력을 키우는 수학교육의 본질은 사라지고 ‘답 맞추기 식’으로 변질돼 오히려 학생들의 수학 역량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입시에서 비교적 여유로운 고1을 맡고 있기에 수업 중에 다양한 수학 이야기와 함께 기본개념에 충실한 강의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상위반 수업을 맡고 있지만 난이도가 높은 문제를 푸는 것보다 정의나 기본성질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이 많다. 그는 “가끔 ‘삼각함수의 개념을 써라’ ‘이차함수에 대해 아는 대로 써라’는 식으로 시험문제를 출제 한다”면서 “고1 수학과정은 수학의 기본 주춧돌을 쌓는 시기이고 그걸 정확하게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부드러운 선생님으로 변하고 싶다
  입시에서 영향력이 상당한 수학과 교사지만 수학점수를 잘 받는 것보다 예의바른 사람, 정의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하는 임 교사. 얼마 전에는 공부의지가 부족한 (하)반 학생들에게 ‘세상을 관리하는 것은 전교 1등 몫이 될지 모르지만 세상을 바꾸는 것은 너희들’이라는 말을 했다. “공부는 안하면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부러워하는 녀석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불쑥 나왔어요. 내가 했지만 꽤 의미심장한 말인데 학생들이 느꼈으면 좋겠어요. 좋은 대학을 나와 높은 위치에 오르는 것보다 소시민으로 살더라도 정의롭게 사는 사람이 훨씬 가치 있잖아요.” 그의 교육 소신이 묻어나오는 이야기다.
  임 교사는 학생들에게 부드러운 선생님으로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많다. 교사입장보다 선배로서 학생들을 대하기에 엄한 이미지가 입혀졌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는 것. 수학과 연관해서는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수학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지도하고 싶다.
  배명고에 대한 애정과 열의를 숨기지 못해 학생 일, 학교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게 되는 임 교사. 그가 있기에 배명고는 건재하고 그의 하루는 여전히 분주하다.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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