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팟 시행 후 8개월…

“에듀팟 어떻게 활용하는지 아세요?”

학생·학부모 활용방법 몰라 그저 수수방관

지역내일 2011-11-05 (수정 2011-11-05 오전 8:48:54)

에듀팟 운영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3월 교육과학기술부는 창의적 체험활동 종합지원시스템 ''에듀팟(www.edupot.go.kr)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학교 내외의 다양한 창의적 체험활동을 학생이 주도적으로 기록하고 관리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기존의 재량활동과 특별활동을 통합한 개념으로 ‘2009개정 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부분이다. 올해 초1·2, 중1, 고1학년부터 적용되고 있다.  
이로써 학생들은 교육과정의 4가지 영역인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중심의 활동 내용과 자기소개서, 방과 후 학교 활동 등 교과 외 활동을 수행한 뒤 이를 에듀팟에 기록해야 한다. 그러면 교사는 학생이 올린 내용과 근거자료를 확인 후 승인 또는 반려한다. 독서활동은 6월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으로 이관됐기 때문에 에듀팟에 기록할 수 없다.
평소 생활을 관리한다는 점에서 에듀팟은 입학사정관제 시대에 결코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될 영역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에듀팟(edupot)''에 대해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조차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1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고입 대입에 에듀팟이 중요하다고 여기저기서 이야기만 들려올 뿐 정작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전혀 들은 바가 없다”며 “주변에서 에듀팟을 잘 활용하고 있다는 가정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에듀팟은 지난해부터 시범 운영되었고 정식 운영된 지도 9개월에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조차 에듀팟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중2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제대로 된 홍보를 하지 않고 정책만 시행하니 엄마가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늘어난 꼴”이라며 “아이의 생활을 미리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것은 좋지만 제대로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르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학교 현장에서도 에듀팟의 필요성이나 활용 방법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는 상태다. ㅁ중학교 한 교사는 “간단한 교육만으로 에듀팟이 운영되고 있어 정작 정확한 내용을 모르는 교사들이 많다”며 “에듀팟 승인 시기에 행정업무가 몰리면 에듀팟 승인이 과중한 업무로 다가올 뿐”이라고 토로했다. 0고등학교 한 교사는 “사이트에 올리는 내용과 근거자료를 파악해 승인 또는 반려를 하게 되지만 그 내용을 학생이 직접 올린 것인지 부모님 혹은 사교육업체에서 올린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선영(가명·42)씨
자율고는 에듀팟 말고 새로 다 준비해야




김선영(가명·42)씨는 A중학교에 다니는 중3 아들이 원하는 자율고를 보내기 위해 일찌감치 준비를 시작했다. 입학사정관 전형에 대비해 포트폴리오 작성과 에듀팟 기록을 착실히 해 왔다. 아들은 다행히 김씨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기록하는 습관이 형성되어 있었다. 김씨는 단지 때마다 올려야 된다는 사실만 인지시켜 주었다.
그러나 김선영씨는 이번에 자율고를 준비하면서 에듀팟의 기능과 활용도에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김씨는 "아들이 자기소개서를 쓰는 과정에서 6가지 항목을 한꺼번에 다 써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일부만 썼을 경우 그동안 썼던 자료는 다 날아갔다. 아들은 몽땅 날아간 걸 알고는 시간을 내서 작정하고 다시 써야 했다"며 "특히 동아리활동이나 봉사활동 등은 교사의 의견이 첨부되기 때문에 그만큼 중요하고 승인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선생님들이 일이 많아서인지 승인요청을 해도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김씨는 "학생들은 각 활동들의 경계를 쉽게 구분하기 어려워 자신이 성취한 활동을 어디에다 기록해야 할 지 혼란스러워 하기도 한다. 이럴 때 지속적으로 학생의 특기·적성·진로의 큰 틀을 짜주며 활동방향을 관리해줄 사람은 부모여야 한다"며 "학부모들이 에듀팟의 개념과 활용방법을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학교에서 만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선영씨가 놀랐던 건 또 있었다. 에듀팟의 기록내용만으로 자율고에 제출할 수가 없었다는 것. 김씨는 "에듀팟 말고도 자율고가 원하는 형식으로 새로 다 준비를 해야 했다"며 "자기주도학습관련 포트폴리오는 물론이고 거의 모든 자료를 직접 만들어 프린트한 자료를 제출해야 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유사한 자료를 두 번이나 준비하는 불편을 겪었노라고 푸념했다.
원하는 상급학교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에듀팟의 자료 말고도 추가로 제출할 경우가 생겼고 이는 실제로 적용되고 있다. 포트폴리오도 10개까지 가능하다고 하지만 한번 생성시켜 교사가 승인하면 수정·삭제가 불가능하다. 지나간 활동을 소급해 입력하고 승인 받는 기간이 따로 있거나 요청시마다 승인해준다는 학교가 있다. 그러나 현실은 교사들이 업무량을 이유로 미뤄두기 일쑤다.
에듀팟에 학교 내에서의 활동을 기록하고 저장하라고 권하고 있지만 실제 고입이나 대입에서는 교외활동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김선영씨의 말이다. 학부모들은 여전히 올바른 정보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윤지민(가명·48)씨
에듀팟 잘 활용하려면 전문교사 있어야




윤지민씨는 중2 아들을 B중학교에 보내고 있다.
윤씨는 제법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이를 두었는데도 불구하고 에듀팟에 대해 본인도 잘 모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윤씨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뭘 집중적으로 해야 하는지 제대로 된 안내가 없다"면서 "그런데도 에듀팟에 기록을 올리라고 한다. 학부모들이 상세히 알 수 있게 전달하는 설명회 한 번도 없으면서 무조건 에듀팟을 활용하라고 하는 건 이해가 안간다"고 했다. 또한 "오히려 선생님들이 에듀팟의 필요성이나 활용 방법에 대해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씨는 "사실 NEIS 에듀파인, 에듀팟까지 선생님들이 해야 될 업무가 많긴 한 것 같다. 교육청이나 국회, 교육의원들이 요구하는 자료도 많다고 한다. 그러니 정말 학생들이 알아야 할 것은 못해주고 엉뚱한 업무에 매달려 바쁘게 사는 것 같다"고 했다.
시행 9개월에 접어들면서 일선의 교사들이 에듀팟에 대해 제대로 숙지를 못하거나 학생들에게 전달을 못해주고 있는 상황도 드러나고 있다. 학생들이 에듀팟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경우가 드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들조차 에듀팟에 대한 관심과 호응도는 낮다.
윤씨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에듀팟만 하라고 종용하지 말고 진짜 고입 대입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자기소개서 쓰는 연습을 시켜줬으면 좋겠다. 선생님이 첨삭을 통해 학생들의 자기소개서 쓰는 능력을 향상시켜 준다면 그게 학교교육 신뢰를 회복하는 길 아니겠냐"며 "사교육에 의존하지 말라고 하면서 장작 대학갈 때 필요한 건 해주고 있지 않다"고 역설했다.
또한 그는 "에듀팟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와 관련된 전문선생님이 필요하다"고 했다. 모든 에듀팟 기록활동을 안내하고 점검해 줄 수 있는 교사가 있다면 결손가정 아이들도,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도 헤매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 윤지민씨는 "수없이 개정된 대학입시제도를 보면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진로 진학 등 입학사정관제 길잡이가 가장 중요하다“며 ”이는 공교육 신뢰를 가늠하는 지표가 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나영,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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