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무르익자 선암호수공원 내 테마쉼터를 찾는 시민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3대 종교시설(절, 교회, 성당)이 한자리에 모여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신심도 키워주고 있기 때문.
이 종교시설은 지난달 26일 ‘안민사’의 낙성 봉불식을 시작으로 28일 ‘호수교회’ 입당식, 10월 4일 ‘성베드로 기도방’ 축복식이 열린 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시민들에게 개방되면서 지역의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평일 1200~1500여명, 주말 2000~2500명의 시민들이 꾸준히 방문하고 있는데, 특히 종교시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보니 각 종교를 믿는 신도들의 기도행렬도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해서 달려가 보았다.
입구에서 테마쉼터 1km, 가을이 무르익고
공원 입구에는 테마쉼터까지 1km만 가면 된다는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어 대략 거리를 짐작할 수 있어 좋다. 이른 아침인데도 산책하러 나온 시민들이 눈에 많이 띈다. 짙푸른 수면은 아침햇살을 받아 유난히 반짝이고 주변 나뭇잎은 하나씩 붉은 옷을 입기 시작하는 여유로운 호숫가 풍경. 연꽃지는 마른 연잎들이 화려했던 여름날 추억을 떠올리며 고개 떨구고 있다.
조금 지나니 오른편에 배 한 척이 눈에 들어온다. 알고 보니 화장실. 누구나 속을 법한 건물이다. 맞은 편 호수에는 모형 고래와 오리들의 물놀이가 한창이고 저쪽 끝에는 거꾸로 앉아 있는 정자가 한층 재미를 더하고 있다.
안내판이 다 왔다고 한다. 왼쪽으로 걸어 들어가니 아담한 축구장이 바로 눈에 들어오고 그 앞에 현수막과 안내판에는 친절하게 테마쉼터 세 군데의 성지 위치도가 그려져 있다. 바로 옆에 길게 뻗어있는 나무 계단을 밟고 올라가면 푸른 소나무 숲을 가로지르는 산책로가 펼쳐지고 솔향기와 함께 엷은 바람이 피부에 닿으니 한결 명쾌해진다. 다시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꺾으니 저만큼에 정말 앙증맞은 성당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 모양의 ‘성베드로 기도방’
카톨릭의 표상인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 모양을 지니고 있다.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의 진리를 간구하는 기도방.
10월 4일에 입당식과 함께 개방된 이곳은 높이 1.5m, 너비 1.4m, 길이 3.5m로 성인 1~2명이 직접 들어갈 수 있다. 아무리 작더라도 엄숙한 분위기에 젖게 한다.
내부는 여느 성당 모습과 다를 바 없다. 벽에 걸린 십자가가 유난히 커 보이고 예수를 안고 있는 마라아의 눈길이 더 따스하게 느껴온다. 누가 기도라도 한 듯 펼쳐진 성경책을 보노라니 순간 숙연해진다.
필자가 사진 찍을 때까지 한참을 기다렸다는 김미정(44.신정동) 씨는 “테마쉼터에 있는 종교 시설들이 세상에서 가장 작다고 해서 그냥 모형인줄 알았는데 직접 사람들이 들어가 기도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잠깐이지만 솔나무 숲속 작은 성당에서 기도는 또 색다른 느낌”이라고 말했다.
시민 모두가 편안하게 지내길 원하는 ‘안민사’
성당에서 조금 아래에 위치한 절, 안민사. 안민사(安民寺)는 이름 그대로 시민 모두가 편안하게 지내길 원하는 사찰이란 의미란다. 선암호수공원을 찾는 시민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을 수양하는 도량이란 점이 더 의미가 깊다.
우선 외관에서 대웅전의 포스가 그대로 느껴진다. 법당문이 그러하고 단청도 아주 세밀하게 그렸다. 법당 주변에 불교를 상징하는 보리수를 심어둔 것도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안민사의 경우는 오전 오후를 가리지 않고 많은 불자들이 찾고 있으며 일부는 과일과 떡 등을 불상 앞에 가져다 놓기도 한단다. 실제 들여다보니 불단에는 사과와 단감이 놓여 있다. 불단 맞은편에는 정토사에서 기증한 삼귀와 오계가 적혀있는 액자가 더욱 경건하게 만든다.
갑자기 할머니들의 참배줄이 길게 이어진다. 천 원짜리 지폐를 손에 들고 차례를 기다리는 어르신들의 눈매에는 부처님 자비로운 미소가 그대로 담겨 있어 보인다. 제현옥(51.야음동)씨는 “시간을 내서 멀리 있는 절에 다녀오기도 하지만 운동도 하면서 부처님을 뵐 수 있어 참 좋다”며 “자주 선암호수공원을 찾아 운동을 하는데 올 때마다 이곳에 꼭 부처님께 예배한다”고 말했다.
호수교회
안민사에서 다시 올라가서 왼쪽 아래로 내려가니 아! 하고 함성이 절로 터져 나온다. 오밀조밀 손아귀에 들어올 듯한 깜직한 구조체. 현재 기네스북에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로 등재된 캐나다의 The living water wayside chapel 교회보다 호수교회가 1.3m 가량 작아 비공식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교회란다.
높이 1.8m, 너비 1.4m, 길이 2.9m의 규모로 교회 내부에는 실제 강대상과 화분대, 액자 등이 비치돼 있으며, 기도하는 사람들을 위한 성경책도 준비돼 있다. 어르신들을 배려함인지 돋보기도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양 벽면엔 사랑과 축복에 대한 성경구절이 액자로 걸려있는데 잠시라도 기도하면서 새겨야 될 듯.
문을 열고 나오니 아침 햇살을 받고 더욱 빛나는 황금종이 바람결에 살짝 댕그랑하고 들리는 듯하다
이렇게 세 군데 성지를 하고 나니 마음은 새털같이 가볍고 마치 부자라도 된 듯하다.
이경희 리포터 lkh37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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