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좋다⑤ - 망미동 배산(盃山)

편안한 숲길에서 만추(晩秋)를 즐기다

지역내일 2011-11-04 (수정 2011-11-04 오전 8:44:33)



남일고등학교 후문에서 바로 등산로로 접어든다


가을비가 촉촉하게 내린 이튿날, 수영구 망미동에 있는 배산에 올랐다. 배산은 아는 사람만 안다는 소박한 동네 뒷산이다.
산의 모양이 술잔은 엎어 놓은 모양으로 생겨 배산이라고 부른다. 배산에서는 고분군이 발견되었고, ‘배산성’이라는 성터가 있다. 이 배산성지는 아직 정식으로 조사된 바 없어 정확한 축조연대는 알 수 없다. 다만 성지의 입지와 규모, 축조방법 등으로 보아 삼국시대 거칠국의 성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인데 그것이 가능하다면 부산의 성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배산에서 바라보는 광안대교 일대 전경


256m의 야트막한 산이라 걷기 좋아

우리는 남일고등학교 후문으로 통하는 길을 들머리로 잡았다. 야트막한 산인데다가 남일고까지 차로 이동할 수 있어 한결 수월하다. 후문을 나서자마자 바로 등산로로 접어든다.
배산에는 동네 주민들을 위한 체육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초입부터 두 번째 체육공원까지는 경사가 계속되기 때문인지 편리하게 나무 계단을 설치해 놓았다. 나무 계단 길을 벗어나 흙길이 나오는 곳부터는 완만한 경사다. 산보하듯 천천히 걷다 보면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 정면에는 바로 황령산과 금련산이 자리 잡고 있다.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부산시청과 백양산이,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광안대교와 해운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잠깐 숨을 돌린 뒤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정상 근처에 다다르니 다시 체육공원이 보인다. 산 아래와 달리 꽤나 바람이 불었다. 바람에 나뭇잎 흩날리는 소리가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한껏 느끼게 했다. 체육공원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바로 정상이다.


정상을 알리는 작은 표지판


정상에서는 다양한 부산시가지 모습을 조망할 수 있어

후문에서 정상까지는 그리 서두르지 않아도 3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배산 정상에는 표지석이 없고 대신 어느 산악회에서 걸어 놓은 자그마한 표지판이 나무에 걸려 있다. 정상에는 누가 쌓기 시작했는지는 몰라도 제법 큰 돌탑이 있다. 소망을 담은 돌멩이 하나가 다른 소망들을 불러 모았다. 리포터 역시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며 소심하게 아주 작은 돌멩이 하나를 더해 놓았다.
배산은 나지막해도 부산 시내의 다양한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가깝게는 황령산·금련산과 해운대, 동래, 시청사 등을 조망할 수 있고 금정산, 장산을 비롯해 멀리 승학산까지 보인다.
배산 정상 아래에 있는 ‘배산성 우물터’는 신라초기 연산·망미동 일대를 영역으로 하는 거칠산국 성민들의 식수원이었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재정비된 모습으로 등산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정상에 오르면 커다란 돌탑이 보인다.

한적한 둘레길은 산책 코스로 인기

연산동의 감천사나 경상대를 들머리로 하는 코스도 많이 이용한다. 배산 중턱에 조성되어 있는 둘레길은 한적하니 산책하기에 좋다.
배산의 산세는 오색찬란한 단풍으로 빛나는 산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한가로운 주말, 늦잠 자고 일어나 아무렇지도 않게 편한 복장으로 오를 수 있는 친숙한 동네 뒷산이다. 낙엽이 무시로 떨어져있는 편안한 산책길에서 깊어가는 가을을 즐겨보자.



tip
배산 근처 가볼만한 장소

수영사적공원

수영동 수영교차로에서 북쪽으로 200m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조선시대 동남해안을 관할했던 수군군영인 경상좌도수군절도사영이 있던 자리다. 공원 안에는 시지정 유형문화재인 수영성 남문, 시지정 기념물인 25의용단을 비롯한 수영야류 등 무형문화재 3종, 좌수영 성지 곰솔, 푸조나무 등 천연기념물 2종, 안용복장군 사당 등 비지정 문화유적 5종이 있다.

이수정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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