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팟’ 시행 8개월 점검

“취지는 좋지만 시행에는 곳곳에 암초”

지역내일 2011-10-31

창의적 체험활동 종합지원시스템인 에듀팟(www.edupot.go.kr)이 3월부터 본격 시행되었다. 에듀팟은 ‘창의적 인성 길러주기’를 목표로 2009 개편 교육과정에 따라 학생들이 학교 내외의 다양한 창의적 체험활동을 기록·관리하는 온라인 시스템이다. 
담당 교사의 승인을 받은 내용은 관리 메뉴를 통해 간편하게 전자책으로 만들 수 있다. 때문에 입시에 필요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학생·학부모·교사들은 에듀팟 시행에 대해 불만을 터트렸다.

에듀팟, 학생·교사 입시부담 가중시켜
대부분의 학생들은 ‘에듀팟 기록 때문에 입시 부담이 더 늘어났다’는 반응이다. 대전 A고등학교의 한 학생은 “공부하면서 봉사활동하기도 바쁜데 에듀팟 기록까지 해야 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에듀팟에 기록해야 할 ‘창의적 체험활동’ 영역은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등이다.
자기소개서, 방과후 학교활동, 진로심리검사, 부가서비스 등 4가지 영역이 추가되어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총 8가지 영역을 기록해야 된다. 첨부 파일로 올릴 사진이나 동영상 자료까지 매번 챙기려면 여간 부담되는 게 아니다. 접속 속도가 느리고 접속 장애도 자주 발생해 허비 시간이 많은 것도 불만의 원인이다. 자신이 애써 작성한 기록에 대해 교사가 제 때 승인을 해주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대전 B고등학교의 한 교사는 “그간의 업무만으로도 바쁜데 에듀팟 때문에 업무가 가중되었다”며 속상해 했다. 에듀팟 기능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교사는 학생이 창의적 체험활동에 성실히 참여하도록 지도해야 된다. 하지만 교사 한 명이 반 학생 개개인의 목표에 맞춰 창의적 체험활동을 지도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승인하는 역할이라도 제대로 하려면, 학생이 기록한 내용을 다 읽어보고 수정·보완 요청을 해야 한다.
B교사는 “업무에 밀려 읽지도 않고 간신히 승인만 해주고 있다”며 내용과 기록자의 진실성을 판가름할 수 없는 실정임을 밝혔다.


에듀팟 홍보`교육 제대로 이뤄져야
‘요즘 에듀팟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는 학부모들이 꽤 많다. 에듀팟 기록은 학생이 해야 되고, 승인은 교사가 하는 건데 왜 학부모가 부담을 느끼는 걸까?
‘에듀팟 운영 기본 방향’에 학부모가 에듀팟 기록을 위한 서포터 역할을 해야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학부모는 학교교육과정에 대한 이해와 자녀의 학교생활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학생 스스로 행동하고 성실히 기록·관리할 수 있도록 서포터 역할 수행’해야 한다고 에듀팟 홈페이지에는 적시되어 있다.
대전 C고등학교의 한 학부모는 “제대로 된 홍보나 교육을 하지 않고  에듀팟이라는 하드웨어만 만들어놓고 알아서 채우라고 한다”며 언성을 높였다. 서포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자신이 없는 학부모들이 사교육업체를 찾는 이유다. 그래서 학부모들 사이에 ‘에듀팟은 컴퓨터를 잘하고 경제력이 있는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시스템’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다.
학교나 교사에 따라 에듀팟 기록 내용이 현저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불만이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중1, 고1 학생들은 7월 1일부터 학교장의 허락이 있더라도 개인 계획에 따른 창의적 체험활동은 일절 기록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창의적 체험활동에 대한 학교나 교사의 관심도에 따라 에듀팟에 기록하는 내용의 편차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
에듀팟을 둘러싼 불만에 대해 대전시교육청 황현태 장학사는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관심사를 찾아가는 통로로 에듀팟을 활용했으면 좋겠다”며 “에듀팟을 스펙 쌓는 도구로 여기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황 장학사는 “꾸준한 홍보활동과 설명회를 통해 에듀팟이 학생·교사·학부모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전소연 리포터 azuma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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