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비만, 이제 학교에서 책임진다.
경기 교육청은 비만학생을 줄이기 위해 초·중·고 100곳을 선정해 ‘팀플레이 웰빙학교’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고양시에서는 풍동초, 행남초, 대송중, 백신중, 화수고, 명현학교 등 6개 학교가 지정됐다. 지원금은 200만원이다. 웰빙학교로 지정된 학교는 단독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보건소 혹은 사설 비만센터와 연계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 중에서 덕양구보건소와 함께 청소년 비만 탈출을 선도하고 있는 행남초등학교를 소개한다. 행남초 안상문 교감은 “최근 TV에서 ‘비만 탈출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며 “지난 3개월 동안 건강해진 아이들을 보면 보람되다”고 말한다.
러닝머신, 등산, 마라톤 등 다양한 프로그램
“살이 빠지면서, 아이들 목소리가 커졌어요.”
행남초는 지난 6월 말 ‘웰빙건강교실’ 선서식을 가졌다. 안상문 교감과 이숙향 보건 교사, 그리고 보건소 당담자가 팀을 이뤄 프로그램을 꾸렸다. 안상문 교감은 “아이들의 비만도 검사를 실시해 선별과정을 거쳤습니다. 생각보다 지원자가 많았습니다”라고 한다.
이숙향 보건 교사는 “아이들은 직접적으로 뚱뚱하다는 놀림을 당하고 있어요. 예민한 시기라 마음의 상처가 생기기 쉽고, 나서기도 싫어하죠. 특히 여학생들이 그래요” 라 말한다. 현재 프로그램에 참여중인 학생은 4학년 5명, 5학년 4명, 6학년 5명으로 총 15명이다. 다른 아이들보다 40분 일찍 등교해서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다.
안상문 교감은 “보건 선생님께서 형식적으로 하시지 않고, 직접 운동에 참여하셔서 아이들이 더 믿고 따르는 거 같습니다”라고 자랑한다.
월요일은 보건 교육과 영양교육이 있고, 수요일에는 신체 활동이 짜여있다. 오전 프로그램은 마라톤과 공놀이, 계단 오르내리기, 축구, 줄 놀이 등이 있고, 오후에는 안상문 교감과 함께 하는 등산 프로그램이 있다. 금요일은 전문 강사를 초빙해 체조, 스트레칭, 달리기, 공 던지기 등 전문 트레이닝을 받는다. 이외 교무실에 비치된 러닝머신으로 개인별 맞춤 운동을 실시하고 있다. 운동량을 체크해 속도와 시간을 조절 한다.
웰빙건강교실을 연지 100일이 지난 지금, 아이들은 ‘교실에서 목소리가 커졌다’고 한다. 이숙향 보건교사는 “뚱뚱한 애들이 모이는 곳에서 모두가 가고 싶은 곳이 됐다”며, “아이들이 자존감이 높아진 거 같다”고 흐뭇해한다.
6학년 3반 강대웅 학생 인터뷰
“가족의 격려가 큰 힘이 됐어요.”
축구를 막 끝내고 들어왔다는 대웅군은 또래 아이들보다 건강한 모습이다. 4~5kg정도 감량돼선지 비만이라기보다 그냥 체격 좋은 정도(?). 그 사이 키도 3cm나 컸다. “오랜만에 보시는 분들은 대웅이 얼굴에 라인이 생겼다고 하세요.(웃음)” 대웅이의 비만 탈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대웅군 어머니의 말이다.
대웅군은 학교 프로그램에 성실히 참여하면서 집에서 관리도 소홀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어머니의 도움이 컸다. “지금껏 ‘다이어트 일지’를 써 왔어요. 매일 대웅이 먹는 거며, 운동량을 꼼꼼히 메모해 두었죠. 크는 아이라 성장에 지장 있을까봐 음식 조절이 가장 힘들었어요.” 다이어트 일지에는 대웅이가 하루 동안 먹은 음식들이 빼곡히 적혀있다. 학교 급식을 제외하고는 잡곡밥과 야채를 이용한 건강식이 대부분이다. 간식도 엄마가 직접 갈아 만든 수제 과일 쥬스와 엄마표 쿠키와 빵이다. 대웅군 어머니는 “대웅이 말고도 쌍둥이 동생 지웅이(6학년), 누나 주희(중3)가 있어, 먹거리를 따로 준비하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고 토로한다. 주말 외식도 팍 줄였다. 저녁밥을 먹는 시간은 6시로 당겼다. “지난 방학에 도서관을 다닐 때는 엄마가 도시락도 직접 싸주셨어요.” (강대웅군)
동생과 누나, 아빠의 지원도 적극적이었다. 번갈아가며 운동량을 체크하고, 격려해줬다. “매일 지웅이랑 줄넘기 600개씩 했어요. 비가 올 때는 누나랑 체조를 하기도 하고요. 주말에는 아빠랑 축구를 했어요. 가족들이 함께 해서 게으름을 필수가 없었어요(웃음).”
한 집에 살아도 대화가 많이 부족한 요즘, 대웅이네는 “다이어트 덕분에 웃음꽃이 핀다”고 한다. ‘가끔 먹는 걸로 서운하기도 하지만, 함께 운동하면서 그동안 소홀했던 가족애가 돈독해졌다’고. 한의사가 꿈이라는 대웅군은 “살이 빠지니까, 축구하는데 몸이 가벼워져서 좋다”며 환하게 웃어 보인다.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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