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연극축제마당에 출전하는 단원고 연극동아리
창단 3년 만에 안산 대표로 연극제에 출전해요
시나리오도 직접 창작, 자주적이고 즐기는 연극 추구
단풍이 오색물감을 뿌려 놓은 것처럼 불타는 가을날. 단원고 연극반를 만났다. 중간고사를 얼마 전 끝내 홀가분하게 쉬고 있는 다른 친구들과 달리 단원들은 시험이 끝나자 연습실로 달려 왔다. 이들의 얼굴에는 이제 마음껏 연극 연습 할 수 있겠다는 기쁨과 대회를 목전에 둔 ‘갈 길이 바쁜 사람’의 긴장감이 동시에 묻어 있다.
단원고 연극반, 연극제 공개모집에서 선택받다
오늘은 처음으로 대사 리딩과 동선이 있는 날. 그래서인지 대사는 꼬이고 동선은 부딪치기 일쑤지만 자신이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박수가 절로 나왔다. 연습하고 있는 장면은 극락세계에 온 주인공 ‘소라’가 영감과 다른 도깨비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 얼떨결에 극락세계 대왕이 된 소라 역의 이소라 학생과 극락세계 영감역의 장현준 학생은 특유의 개그적 요소로 동료 단원과 지도 교사인 이현주 선생님(국어담당)의 웃음보를 건드렸다.
짧은 시간에 ‘빵, 빵 ’터지는 웃음. 하지만 그 웃음은 단순한 ‘웃음’이 아니라 어려운 형편을 알면서도 엄마에게 좋은 옷 사달라고 조른 소라의 반성이 담긴 웃음이었다.
첫 관전 느낌은 ‘연습 첫날인데 이 정도면 대단한 걸!’
두 달 전, 연극반 앞으로 날아 온 공문은 단원들을 흥분 시켰다. 공문에는 경기도 경제단체연합회와 (주)내일신문이 주최하고 안산 탁틴내일이 주관하는 제7회 청소년연극축제마당에 참여 할 단체를 공개 모집한다는 내용 이었다.
단원들은 ‘우리가 하자’ 의견 일치를 보았고, 탁틴내일 관계자와 인터뷰가 있는 날을 기다리며 짧은 상황극을 준비 했다. 안산에서 이번 대회에 참가 할 수 있는 팀은 오직 한 팀! 다른 고교의 쟁쟁한 연극반과 경쟁해야 된다는 생각에 아이들은 성심껏 준비를 했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인터뷰도 잘 마쳤다. 그리고 할 수 있는 일은 기다리는 일....그리고 행운의 여신은 단원고 연극반에게 ‘콜~~’을 외쳤다. 야호!
학교와 선생님의 든든한 지원사격
단원고 연극반는 2008년도에 생겼다. 긴 역사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단원들의 열정만큼은 학교 내에서 유명하다. 교장 선생님도 단원들의 노력을 인정해 전폭적인 지원을 하며, 동아리 발표대회 등을 통해 무대를 마련해 준다. 연극인에게 가장 고마운 것은 공연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해 주는 사람, 혹은 단체임은 두말할 나위 없는 사실.
든든한 지원사격은 교장선생님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지도교사인 이현주 선생님 외에 뮤지컬을 배우러 서울로 상경(?)할 정도로 공연을 사랑하는 음악 선생님 길선희 선생님의 지지는 연극반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이번 공연에서 1인3역을 하는 정다운 학생은 “길선생님에게 뮤지컬 배우는 시간이 기다려진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소라야, 거기는 소라가 좀 더 신경질을 내야지 극이 살아. 친구가 너의 허접한 외모 때문에 창피해서 놀 수 없다고 했는데 화가 나야지 얼굴에 웃음기 있으면 되겠니?” 하며 연기를 지도하는 이현주 선생님의 포스가 남달라 알아보니 ‘왕년에 배우 경험이 있던 분’이었다.
“2008년, 한 학생이 찾아 왔어요. 연극반을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제가 수업 시간에 지나가는 말로 ‘대학 때 연극을 했다’고 말했는데 그걸 놓치지 않고 찾아온 거예요.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기뻤어요. 연극을 하면서 배운 많은 것들이 오랜만에 생각났기 때문이지요. 아이들에게 그런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단원을 모집하고, 일사천리로 연극반을 만들게 됐지요.”
동아리 발표를 통해 장진의 ‘서툰 사람들’과 2010에 청소년 연극제에 ‘운수 좋은 날’ 공연으로 기본기를 익힌 단원고 연극반은 이번 기회를 통해 ‘미친 존재감’을 보이고 싶다고 한다. 대표작가 정재연 학생 외 2명의 시나리오 집필팀은 수시로 대본을 수정하고 보강한다. 단원들은 토요일, 일요일도 반납하고 연습 할 예정. 학교 끝난 후엔 당연히 연습을 한다.
연극반의 기획과 소품, 무대장치를 맡고 있는 박성화 학생의 일사불란함과 연극반 청일점이자 유연한 친화력을 자랑하는 인기 만점 장현준 단장의 리더십으로 똘똘 뭉친 단원고 연극반. 연극반 지도교사의 얘기다. “우리 연극반은 단원 뽑을 때도 시나리오, 스태프, 연기 등 부분별로 선출 합니다. 그래서 단원들이 자기 몫에 최선을 다하지요. 상호간 자주적이고 즐기는 연극을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처음에는 ‘인문계 학교에서 시간 많이 차지하는 연극반은 무리’라는 걱정이 있었지만 지금은 연극반 하겠다는 아이들이 많아요.”
남양숙 리포터 rightnam69@hanmail.net
청소년연극축제한마당은 청소년들이 고민하는 진로, 직업선택, 청소년기의 이성과 신체 변화, 청소년 노동(아르바이트)과 관련된 에페소드 등을 주제로 청소년들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는 연극 축제다. 경기도내에서 8개 팀이 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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