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잠을 설치며 옆구리가 터지도록 엄마의 사랑을 가득 담아 김밥을 싸 아이들은 현장학습에 보내고 남은 김밥과 시래기 된장국, 커피, 과일을 챙겨 마음 맞는 벗과 함께 가을여행을 떠난다.
하늘도 알고 있음인가? 오늘따라 유난히 하늘빛이 더 푸르고 햇살은 따스하다. 선선한 바람까지 덤으로 주시니 오붓이 떠나는 이번 여행에 가슴이 설렌다.
100대 아름다운 길에 선정된 옥정호 호반길
흔히들 말하는 시리도록 청명한 가을하늘이다. 명품 날씨에 사랑하는 이와 어디론가 떠난다면 그 어딘들 좋지 않을까. 옥정호를 끼고 도는 옥정호반 순환도로는 온몸으로 완연한 가을을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구불구불한 749번 지방도(옥정호 순환도로)는 초보 운전자들에게 제법 난코스일 수 있지만 이미 ‘우리나라 100대 아름다운 길’에 선정된 바 있어 알만한 이는 다 아는 드라이브 코스다.
시원한 바람과 만나 달리다 처음으로 차를 세운 곳은 마암쉼터이다. 옥정호를 병풍삼아 사진촬영을 하기에도 좋고 차 한 잔 하며 쉬었다 가기에도 손색이 없다.
쉼터에서 만난 환경지킴이 박영민 할아버지는 “사람들이 좋은 곳에서 좋은 공기 마시며 쉬었다 가는 건 좋은데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려서 참 속상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리곤 아직도 완성되지 않은 옥정호 마실길을 먼저 둘러보라며 정자 아래 차근차근 다지고 있는 원초적인 흙길로 안내하신다.
옥정호, 가을햇살에 금빛으로 물들다!
전주를 벗어나 운암삼거리에서 운암교를 건너기 전 좌회전해 들어가면 한창 공사 중인 운암대교가 보인다. 그리고 구불구불 이어지는 호반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물빛 푸른 옥정호를 만나게 되는데. 옥정호는 정읍과 임실에 걸쳐있고 섬진강 상류에 앉아 있는 저수지로 운암저수지, 섬진저수지, 산내저수지로도 불린다. 옥정호는 일제 때 댐을 막아 생긴 호수로 유역면적이 768km², 만수면적이 26.5km², 하천길이 212km, 총조수량만도 4억 3000만 톤으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물그릇이다.
인근 호남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데 전에는 운암댐이 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운암댐은 섬진강 다목적댐의 완공으로 옥정호 속으로 사라지게 되고 지금은 옥정호가 그 역할을 대신 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옥정호는 사진을 좋아하는 이들이 꼭 한 번씩은 찾는다는 사진출사지로 유명한 곳이다. 옥정호 국사봉에서 보는 일출과 옥정호 붕어섬의 운해를 담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아쉽게도 오늘은 거울처럼 맑은 옥정호를 보는 것만으로 마음을 추스르고 일출과 운해는 다음을 기약해야 할 듯.
하늘에 태양이 이글거린다. 그리고 옥정호의 수면이 온통 금빛으로 치장을 하고 반짝거려 눈이 부시다.
국사봉에서 ‘붕어섬(외앗날)’을 만나다
옥정호를 조망하기 좋은 국사봉에 꼭 들러 보라는 마암쉼터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국사봉으로 향했다. 국사봉에 오르기 전 먼저 국사봉전망대 쉼터에 올라 눈앞에 펼쳐진 옥정호를 바라보니 호수 한가운데 섬이 하나 있다. 일명 ''붕어섬''이라고 하는데 쉼터에서 봐서는 왜 붕어섬인지 잘 알 수가 없다. 제대로 된 붕어섬의 형태를 확인하기 위해 국사봉 등산을 시작하기로 했다.
국사봉(475m)은 봉우리 아래 있는 마을이 산의 정기를 받아 12명이나 되는 진사가 났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초입에서 계단길 약 200m를 포함해 10분정도를 오르면 나무데크로 된 전망대가 보인다. 아무래도 사진촬영을 위한 장소인 듯. 잘 보이지 않던 붕어섬의 형태가 드러난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리포터의 눈에는 붕어가 아니라 금붕어 같이 보인다.
아래로 펼쳐지는 호수의 풍광이 예술이다. 외안날 마을에는 아직도 사람이 산다고 하는데 무엇을 타고 들어가는지 무엇을 먹고 사는지가 궁금할 지경이다.
약 20분정도 오르니 국사봉 정상이다. 등산로 곳곳에는 옥정호를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국사봉은 등산이 아닌 사진 촬영을 목적으로 오르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준비 없이 이루어진 등산에 낭패를 당할 뻔 했다. 키높이 운동화를 신고 산행을 하다 하산하는 길에 발을 헛디뎠다. 원체 낮은 봉우리라 쉽게 생각하고 마사이족 신발이나 굽이 있는 운동화를 착용한 여성들이 눈에 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경사도 진 것이 돌이 많아 꼭 리틀 미륵산에 온 기분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수많은 가을꽃들이 지천이다. 자리를 깔고 벗과 함께 나누는 소박한 도시락이 이렇게 꿀맛일 수 없다.
TIiP> 주변 볼거리
옥정호 구절초 테마파크 - 전북 정읍 산내면 옥정호 부근에 위치하였으며 소나무아래 구절초가 환상적으로 피어있는 곳이다.
5월 단오에 다섯 마디가, 9월 9일 중량절에 아홉 마디가 되면 꽃이 핀다고 하여 이름 지어졌다는 구절초는 약제로도 쓰인다. 구절초는 가을의 대표적인 꽃으로 정읍에서는 해마다 옥정호 구절초 축제를 열고 있다. 올해는 10월 16일로 축제가 끝났지만 아직도 구절초 테마파크를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하니 여유로운 가을의 낭만을 즐기고 싶다면 지금이 적기이다.
김용택 시인마을 - 섬진강 자락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교편을 잡고 섬진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고스란히 시로 노래한 김용택 시인. 섬진강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그의 시집을 읽다 보면 시의 배경이 된 섬진강가의 작은 마을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섬진강의 한 마을, 시인 김용택이 나고 자란 전북 임실군 덕치면 장암리에 있는 진메(장산)마을이다. 그곳에 가면 여름이면 마을 사람들의 쉼터가 되어 주는 느티나무와 마을 앞으로 흐르는 섬진강을 만날 수 있다.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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