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연수문화원 김원옥 원장

문화원의 숨은 일꾼

‘인화(人和)’ 중시하는 부드러운 카리스마

지역내일 2011-10-20

지난 2001년 처음 문을 연 연수문화원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문화원 10년 역사와 함께 해온 김원옥 원장은 창립 초기 부원장으로 활동하다 2005년 2기원장으로 취임해 임기 4년을 채웠으며, 2009년 연임에 성공해 3기원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김 원장과 관련된 에피소드 하나. 강의실을 오가며 크고 작은 일들을 챙기던 김 원장을 보고 한 수강생이 건넨 말, “아줌마는 뭘 배우러 왔어요?”


평소 드러내고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성격 탓에 생긴 일이다. 하지만 존재감이 없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문화원의 굵직한 사업에는 그녀의 땀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김 원장은 묵묵히 뚝심 있게 오랜 동안 문화원을 안팎에서 이끌어온 전형적인 외유내강 형 수장이다.


 


책상 대신 현장을 누비다 


김 원장은 책상에 가만히 앉아 있기 보다는 현장을 누비며 엄마처럼 일을 살뜰하게 건사하는 스타일이다. 실제로 원장실에는 포트와 차가 마련돼 있다. 직원의 손을 빌리지 않고 김 원장이 손수 차를 타기 위해서다. 리포터 역시 중국 황제가 마셨다는 ‘용정차’를 대접받았다.


지난 10년 동안 김 원장은 문화원 원장이지만 직원처럼 일해 왔다. 문학관련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작가섭외도 직접 도맡아 해 왔으며,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유관기관과의 협상에도 힘을 보탰다.


“부족한 예산을 메우려면 발로 뛰는 수밖에 없죠. 공연기획사는 물론 대행사나 출판, 인쇄 관련 업체에 아쉬운 소리도 많이 했어요. 인정에 호소해 깎기도 많이 하고 협찬을 부탁하기도 했죠. 사실 문화원과 연계한 사업마다 많은 분들이 큰 도움을 주셨어요. 돈만 생각했다면 하지 못했을 일들이에요. 모두 지역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에 눈감아 주신 거죠. 일일이 손에 꼽지 못할 만큼 고마운 분들이 정말 많아요.”


덕분에 김 원장은 섭외와 협상의 귀재가 됐다. 특히 불문학을 전공한 후 강단에 섰던 이력과 몇 년 전 시인으로 등단한 인연을 통해 문인을 섭외하는 데는 으뜸이다. 실제로 김 원장의 섭외로 도종환, 김훈, 안도현, 김용택, 고은, 신경림, 이가림, 황동규, 신경숙 등의 작가가 문화원을 찾았다.


 


직원 모두 멀티 플레이어 


사실 문화원이 개원한 10년 전과 비교하면 지역 내 문화공간은 수적으로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럼에도 문화원은 여전히 건재하다. 경쟁력은 뭘까?


“우수 강사진이 많고 10년 동안 하다 보니 운영 노하우가 쌓였기 때문이겠죠. 특히 문화학교 출신들이 모여 동아리를 구성하고 지역 내 여러 소외이웃을 찾아 봉사활동을 전개하면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어요. 덕분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죠.”


또한 알차고 특색 있는 문화원 프로그램 역시 성공요인이다. 덕분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지역주민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문화원에서는 1년 동안 30~40여 개의 행사가 진행됩니다. 행사 일수만 따져도 200여 일 이상이라 거의 일 년 내내 행사가 있는 셈이죠. 더욱이 문화원 일이라는 게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게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라 직원 모두가 멀티 플레이어에요.”


이를 위해 김 원장은 직원을 선발할 때 인성을 제일 먼저 본다.


“직원들과 융화할 수 있는 친화력이 가장 중요해요. 특히 문화원은 전 직원이 함께 참여해야 하는 대규모 행사가 많은 만큼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없으면 일을 성공적으로 하기 어렵죠.”


 


공부만 하는 바보로 키우지 말아야 


김 원장은 인천내일신문의 주된 독자층인 30~50대 주부들에게 하고 싶은 당부도 잊지 않았다.


“아이가 어릴 때는 여기 저기 데리고 다니시던 분들도 아이가 중, 고등학생이 되면 공부해야 한다는 이유로 문화생활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틈틈이 하는 문화생활은 오히려 재충전 기회가 될 수 있어요. 학업에 지친 아이들에게 풍요로운 문화생활 속에서 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세요.”


사실 문화는 당장 결과가 보이는 일은 아니다. 그래서 자칫 과소평가하기 쉽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결국 사람을 변화시키는 건 문화의 힘이다.


“당장 결과는 눈에 보이지 않을지 모르지만 분명 풍요로운 문화생활을 누려본 아이들은 그것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을 때 놀라운 힘을 발휘해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진리죠. 절대 아이들을 공부만 하는 바보로 키우지 마세요. 전시나 공연 같은 다양한 문화생활을 통해 보다 풍요롭고 창의적인 아이로 자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장경선 리포터 sunny0822@hanmail.net


 


tip. 연수문화원 10년의 성적표


개원 후 10년 동안 진행된 사업 중 지역주민들의 반응이 좋았던 최고의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1. 한국시 외국어 낭송회


2. 작가와의 대화


3. 학교 문화예술시범사업


4. 문예아카데미


5. 작가와 함께 하는 인천문학기행


6. 인천의 숨은 명인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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