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헌구의 우리음식이야기⑫] 한우② 생명이 흘린 피에 대한 수고와 겸손

지역내일 2011-10-17 (수정 2011-10-17 오전 10:34:24)

탕, 조림, 스튜 등 은근히 끊이는 음식과 구이 용도의 장정육은 목살. 여러 가지 다양한 근육이 모여 있고 겉은 지방으로 둘러져 있다. 약간 질기기는 하지만 지방이 섞여 있어 풍미가 좋다. 편육, 장조림, 탕으로 다리의 장딴지 부위인 사태는 근육막이 발달돼 있고 콜라겐이나 엘라스틴도 풍부하다. 질기지만 약한 불에서 오래 가열하면 콜라겐이 젤라틴화돼 부드러워진다. 

갈비는 말 그대로 갈비뼈에 붙어 있는 고기로 갈비구이, 갈비찜, 갈비탕 용도로 지방질이 많으나 부드럽고 흰 서리 같은 마블링이 많을수록 품질이 좋다. 구이용 토시살은 1번 갈비와 9번 갈비 사이 안쪽에 붙어있는 두꺼운 살로 손에 끼는 토시같이 생겨 붙여진 이름이다. 

안창살은 내장을 잇는 부위에 있는 갈비. 창문 안쪽 커튼의 주름살처럼 생겨 붙여진 이름으로 약간 질기지만 씹는 촉감과 육즙의 향이 좋아 구이용으로 쓰인다. 제비추리는 1번 갈비와 6번 갈비 사이 등 쪽에 붙어 있는 살로 안창살과 비슷한 질감이다. 제비가 날개를 편 것같이 날씬하고 길게 생겨 붙여진 이름이다. 이외에도 구이, 탕, 찜, 조림으로 채끝, 보습살, 우설, 꾸릿살, 앞사태, 설깃살, 도가니토시살, 도가니살, 아롱사태, 뒷사태 등이 있다. 

쇠고기의 등급 구분

흔히 말하는 1·2·3 등급은 육질의 등급을 뜻하고, A·B·C로 표시하는 건 육량의 등급이다. 중요한 건 육질 등급인데, 고기색, 지방색, 근내지방(마블링), 고깃결에 따라 등급이 달라진다. 우리는 보통 ‘1등급 한우’라고 하면 최고급 한우인 줄 아는데, 육질 등급은 크게 1++(5%), 1+(12%)와 1(48%), 2(20%), 3(15%) 등급으로 구분된다. 

색이 너무 연해도 어린 쇠고기라 풍미가 약하고, 너무 진하면 늙은 소라 질기다. 지방색은 우윳빛이어야 하고 손으로 살짝 눌렀을 때 탄력이 있는 것이 좋다. 사골은 단면이 유백색이고 골밀도가 치밀한 게 좋다. 뒷사골 보다는 앞사골이 몸을 버티는 쪽이라 골밀도가 높고, 암소보다는 젊은 거세우의 골밀도가 높다. 늙은 소는 단면이 누런색이다. 구이용은 고깃결과 반대로 썰어줘야 힘줄이 끊어져서, 오그라들지 않는다. 전을 부칠 땐 고깃결과 반대로 썬 뒤 칼등으로 두들겨 연하게 한 다음 원하는 크기로 썰어야 한다. 

잡채용 고기는 얇게 저민 뒤 고기가 부서지지 않도록 결대로 가늘게 채 썬다. 갈비는 뼈 부근까지 칼집을 깊숙이 군데군데 넣어야 양념이 잘 배고 부드럽다. 양념구이를 할 때 너무 오래 재면 육즙이 빠져나가 맛이 떨어지고 색도 예쁘지 않다. 국물을 낼 때는 냉수에 넣고 은근한 불에서 소금을 약간 넣고 끓여야 되고, 반대로 수육을 만들 땐 끓는 물에 고기를 넣어서 표면을 응고시킨 뒤 삶아야 영양소가 빠져나가지 않고 맛도 있다.

밝은 선홍색이 좋은 쇠고기

좋은 쇠고기란, 밝은 선홍색으로 윤기가 나야 하며, 근내지방(마블링)의 대리석 무늬는 한곳에 몰려있기보다 골고루 분산돼 있어야 한다. 지방의 색깔은 흰색, 또는 연한 크림색으로 광택이 충분해야 하며, 손으로 눌렀을 때 탄력이 있어야 한다. 조직이 치밀하고 단단한 것일수록 좋고, 썰었을 때 고기 단면에서 수분이 나오면 맛이 없는 것이다.

필자 세대는 고기 귀한 줄 알고 자랐다. 어쩌다 단백질을 보충하려면 아버지가 시장에서 산 닭 한 마리를 사 오셔야 했고 그 도살의 현장을 지켜봤다. 동네잔치에 쓰이는 돼지를 잡는 장면도 흐뭇한 축제의 기억 저편에 저장되어 있다. 

어머니의 정성 어린 음식을 칼로리로만 환산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고기가 결코 컨베이어 벨트에서 만들어져 깔끔하게 뽀드득한 랩에 싸여 바코드가 붙은 채 팔리는 공산품이 아니라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고기를 결코 영양학의 일면으로만 봐서는 안되고 생명이 흘린 피에 대한 수고와 겸손도 알아야겠다.

글 에스코드스쿨 조헌구 원장(054-458-8887)
사진 전득렬 팀장 papercup@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