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치명적 통증, 심근경색
<… 중략… 그 후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이튿날 아침 부지런한 청소부에 의해 의자에 앉은 채 숨져 있는 그가 발견된 것으로 보아, 그 밤 거기서 일어난 것은 오랜 억압자로부터 벗어나려는 그의 영혼과 애써 그것을 잡아두려고 하는 육체간의 피투성이 싸움이 아니었던지. 연락을 받고 달려온 의사가 삼십 분의 검시 끝에 그의 사인 난에 적어 넣은 글은 이런 것이었다. “심근경색…”>
소설가 이문열이 1979년 발표한 <심근, 그리하여 막히다>라는 단편소설에는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절제를 잃어버린 생활 끝에 심근경색으로 사망에 이르는 40대 남자 주인공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모두 퇴근한 사무실에 홀로 앉아 자신의 비리로 인해 곧 닥치게 될 비극 앞에서 지난 인생을 회고하던 주인공. 끝내 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마침내 심근이 막혀 심장이 멎고 만다.
심장에 피 공급하는 관상동맥 기능이상이 원인
이처럼 스트레스는 건강했던 혈관의 탄력성을 떨어뜨리고 이로 인해 혈관벽에 상처가 생기면서 그 상처에 콜레스테롤과 혈전이 쌓이게 된다. 결국 심장으로 가는 혈액공급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질환이 바로 심근경색과 협심증이다.
“혈관이 좁아지는 이유는 스트레스나 갑작스런 체온 변화, 피로, 음주, 흡연, 격렬한 운동 등 때문입니다. 협심증은 순간적으로 혈류량이 증가할 때 많이 생기는데, 요즘처럼 쌀쌀한 날씨에 특히 주의해야죠. 가슴을 조이는 듯한 통증이 나타나지만, 그 자체가 응급상황은 아니에요. 협심증이 심근경색으로 발전되면 심부전, 급성 심장발작 등 생명이 위험한 질병이 발생할 수 있죠.”
동백삼성내과의 김필호(46) 원장은 “협심증과 심근경색은 모두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문제가 생겨 심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생기는 병”이라고 설명했다. 가슴이 답답하고 눌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거나 갑자기 호흡이 힘들어지는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 40대 돌연사의 주범으로 꼽히는 심근경색은 심근에 산소를 공급하는 관동맥에 몇 년에 걸쳐 죽상경화병변이 생기고 여기에 갑자기 혈전이 붙으면서 혈류가 차단돼 심장근육에 혈액 공급이 중단되면서 생기는 질환입니다.”
환자 생명 살리는 심장내과 전문의
내과전문의이면서도 사람을 살리는 일이 하고 싶어 심장내과를 선택했다는 김 원장은 서울삼성병원 심장혈관센터에 있을 때부터 막힌 하수구를 뚫듯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스텐트 시술 등을 비롯해 풍부한 임상경험을 쌓았다. 특히 응급실에 실려 온 급성 심근경색 환자들을 살릴 때 가장 큰 보람을 큰 보람을 느꼈다.
“심근경색은 심장근육의 일부분이 괴사에 빠지면서 악성부정맥이 발생해 급사하는 경우도 20%에 달하고, 급사를 피해 살아남더라도 심장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남은 일생 동안 심부전으로 고생할 수 있는 위험한 병이죠. 발병원인은 고지혈증, 당뇨병, 고혈압, 흡연, 노화, 유전적인 집안 내력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예방하려면 먹는 것, 운동, 생활습관에 다 신경써야 하는데, 물론 흡연과 스트레스도 중요한 위험인자죠.”
급성심근경색증 환자를 위한 응급시술은 응급관동맥성형술이 대표적이다. 심전도와 혈액검사 결과 급성심근경색증이 확인되면 혈전으로 막힌 관동맥에 유도철선을 통과시킨 다음, 이를 통해 혈전을 빨아내는 도관을 넣어서 혈전을 제거하고, 풍선도자를 넣어 좁아진 부위를 확장시키면서 스텐트를 삽입해 병변 관동맥 부위를 깔끔하게 도배하는 수술법이다.
“지금은 스텐트 대신 주로 청진기와 혈압계로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지만 종합병원에 있을 때 못했던 걸 지금은 하고 있는 일들도 많아요. 예를 들면 환자 한 사람의 진료시간이 1시간을 넘기는 일이나, 컴퓨터에 기록하는 환자 차트를 소설 쓰듯 꼼꼼히 기록하고 있는 것들이죠.”
환자 차트 정리에 시간과 공 많이 들여
김 원장은 환자의 질병에 관한 정보는 물론 가족관계, 취미, 고민, 친구관계까지 거의 모든 내용을 꼼꼼히 기록한다. 밖으로 나타나는 증상의 원인을 찾기 위해 환자를 문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정보다. 기록을 꼼꼼히 하는 습관 덕분에 오해가 풀린 적도 있다.
“86세 할머니 환자 한분이 경로잔치에 참석해 점심을 들고 돌아오던 버스 안에서 갑자기 돌아가시는 일이 생겼어요. 나중에 그 유족들이 저희 병원에서 맞은 주사가 의심스럽다며 확인을 해 달라 찾아오셨더라구요. 다행히 차트에 할머니의 3년 전 처방기록까지 상세히 있어서 보여드리며 오해를 풀 수 있었습니다.”
진료실 밖에서 기다리는 분들을 생각하면 미안하지만 그는 진료실 안에서 환자에게 많은 질문을 하는 의사다. 그만큼 환자 정보 수집에 시간과 공을 들인다.
“환자들 얘길 잘 들어주다 보니 병원으로 ‘정신과 상담도 가능하냐’는 문의전화가 걸려온 적도 있어요, 하하. 환자 얘길 자세히 들으면 감기나 몸살처럼 가벼운 질환에서도 생활습관에 따라 이유가 다 다른 걸 알게 되죠. 이유를 찾아 기록해놓은 후 그걸 피하게 하면 그게 바로 예방인거에요. 원인이 나왔으니 의사 입장에선 치료하기 쉽고, 환자 입장에선 두 번 병원 올 거 한 번만 와도 되니 더 좋구요.”
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관상동맥질환 치료의 혁신 ‘스텐트’
볼펜 스프링처럼 생긴 스텐트는 수술 칼을 심장에 대지 않고 생명을 구하는 역할을 한다. 심장 동맥이 막히거나 좁아지는 심근경색, 협심증이 발견되면 문제의 혈관을 넓힐 때 사용하는 금속망이 바로 스텐트다. 수술 아니면 약물치료라는 이분법적 고정관념의 틀을 깬 획기적인 치료로 평가받고 있다. 김필호 원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 환자가 수술을 꺼리는 경향이 강한데 스텐트 시술의 성공으로 고령의 환자들도 좀 더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게 됐다”며 “가슴 절개 없이 허벅지 등을 통해 혈관 안에 스텐트를 집어넣기 때문에 환자 부담이 적고 안전한 시술”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최근의 스텐트 만능주의 분위기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많은 사람이 심장 혈관이 좁아졌다면 바로 혈관 스텐트 시술을 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지만 심장혈관 뿐 아니라 심장의 근육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에야 스텐트 시술 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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