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참 엄마들이 이제야 고백하는 자식 키우다 보니 이런 일 있더라”

“나 그때 이렇게 했다!”

지역내일 2011-10-15 (수정 2011-10-15 오전 12:08:37)

아이를 기르다 보면 ‘엄마’ 자랄 때와 지금과는 천차만별이고, 자의로든 타의로든 넘어야 할 산이 무수히 많은 것을 실감하게 된다. 젖먹이일 때는 젖먹이일 때대로, 조금 더 자라 학교에 가면 학교는 학교대로 그리고 또 대학선택과 취업, 결혼에 이르기까지 자식걱정에 엄마는 이마에 주름 가는 줄 모르고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세월이 지나고 보면 ‘별것 아니었구나!’ 혹은 ‘돌이켜보면 그때 참 잘한 일이었어’라고 말하는 엄마들! 형님들 도와주세요! 우리 젊은 엄마들 자식 키우기 너무 힘들어요!
 
꿈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아들 … 부모 욕심보다 아들의 선택이 우선
박도은(47·평화동)씨는 21살, 20살 아들을 둔 두 아들의 엄마이다. 박씨의 두 아들은 중학교 때까지 아주 우수한 성적표를 집으로 가져오던 아이들이었다. 그래서 내심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부터 뭔가 이루고 싶은 큰 꿈을 가지고 도전하기를 바랐으나 아들은 엄마의 꿈과는 거리가 먼 생각을 하고 있었다.
중요한 건 자신이 무엇을 배우고 싶고 어떤 일을 하고 싶은 지에 대한 의욕도 목표의식도 없다는 것. 기본적인 머리와 실력은 있어 조금 더 노력하면 엄마 욕심대로 될 것 같은데 아들은 공부를 하지 않고 방황했다. 최대한 듣기 좋은 목소리로 옆에서 세뇌를 시켜도 깨닫지 못하는 아들. 결국 대학 원서를 쓸 때, 아들은 부모님의 기대에 못 미쳐 그동안 말하지 못하고 냉가슴만 앓았던 어렸을 적 꿈을 들먹이며 소신대로 컴퓨터 관련 학과를 선택했다. 물론 엄마는 반대하며 엄마의 바람을 고집했지만 결국 아들은 자기의 꿈을 찾아갔다.
“그때서야 깨달았어요.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길이 아닌 길로 갈 때 바른 길로 인도해주고 다듬어 주는 것이지 아이의 꿈을 대신 설계해 주는 것은 아니라고. 세상사 모든 게 마음먹은 대로 다 되어도 자식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 않던가요? 아이들은 자기 나름대로의 그릇이 있어요. 부모가 욕심을 버리고 아이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출했던 아들 … 따뜻하게 품어주었다!
김혜순(47·호성동)씨는 올해 큰 아들을 대학에 보낸 엄마다. 3년 전 아들이 체고에 진학을 했는데 고된 훈련과 선배, 동기생들과 마찰로 일상에서 이탈을 했던 적이 있다.
아들이 늦게 시작한 운동으로 체고에 가긴 했으나 기록경기에 계속 도전하기에는 신체적으로 문제가 많았다. 아이가 힘든 훈련과 선배, 동기생들로부터 따가운 시선과 소외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학교에서 사라졌다는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고 김씨는 말한다.
“하루 만에 돌아온 아들, 낯선 곳에서 보낸 하루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얼굴이 초췌했어요. 왜 이겨내지 못했느냐고 쥐어 패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아이를 안아주고 아들의 이야기에 공감해 주며 품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젊은 시절 운동을 한 아버지가 아이를 앉혀놓고 많이 다독거려 주었어요. 그리고 다음 학기에 아이는 전학을 시키는 걸로 결정을 내렸지요.”
벌써 세월이 지나 그 아이가 대학에 진학을 했다. 이제는 아침 일찍 시험 준비를 한다며 부지런을 떠는 큰 아들을 보면 대견스럽다고 한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자식이 깨어지고 부서지기만 한다면 조금 아쉽더라도 과감히 그 길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는 것도 좋은 일이라 생각해요. 어쩌면 그 때 그 순간이 아들에게도 ‘인생의 전환점이 아니였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수능 앞두고 이성친구 … 태연한 척 애썼다!
김성애(49·인후동)씨는 외고에 보낸 딸이 수능을 준비하던 중 같은 학교에 다니던 남자친구와 사귀게 되었다는 말을 담임선생님의 입을 통해 듣게 되었다.
“딸아이의 남자친구는 이미 1학기 수시에 합격을 한 친구인데 문제는 ‘내 딸’이었어요. 코앞에 수능을 앞두고 남자친구와의 데이트에 정신을 못 차리니 선생님도 엄마도 걱정이 될  수밖에요.”
하지만 그 당시 기숙사 생활을 하는 딸아이를 관리감독 한다는 게 멀리 떨어진 집에 있는 엄마에게는 쉽지 않은 일. 그래서 그는 하루 딸아이를 불렀다. 말리면 더 할 거란 생각이 강했던 엄마는 선생님께는 “학교에서 걸리면 규칙대로 엄하게 해 달라”고 말씀드리고 딸에게는 “너랑 지금 이렇게 좋은 사이로 잘 지내고 있는데 엄마가 이번일로 너랑 거리를 두고 싶지 않구나! 하지만 두 번 다시 학교에서 이런 전화를 엄마가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후 일체 그 남자아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어요. 솔직히 ‘어디 죽고 못 사는 그 사랑이라는 거 한번 해봐라’라는 뒤틀린 마음도 있었지만 아주 이성적인 태도로 말을 아꼈어요.”
이제는 그 딸아이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인이 되었다. 그때의 그 홍역이 아이의 대학진학에 영향을 미친 건 사실이지만 지금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고 좋은 모녀사이로 지낼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한다고 김씨는 말한다.  

이 밖에도 욕 잘하는 아이에 대한 의견도 있었다. 이제는 아이들의 ‘욕설문화’를 학교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로 다루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 한 엄마는 “아이에게 종이에 자기가 하는 욕을 다 적게 하고 그 뜻을 함께 찾아보며 그 욕에 대해 알리고 욕설을 자제해 줄 것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딸아이가 아닌 아들에게도 “내 몸은 소중한 것이여”를 수십 번씩 되뇌어 주곤 했다고 하는 엄마도 있었다.
힘들고도 어려운 내 아이 키우기, 고참 엄마들의 한결같은 결론은 첫째는 내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고 둘째는 내 아이의 인생에 자기 자신이 주인공임을 알려주되 부모도 그것을 꼭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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