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쁜 기억은 자꾸 생각나는가

지역내일 2011-10-15
나뭇잎이 가을빛으로 물들어가며 낙화를 기다리는 이때, 소멸을 거부하는 것이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짙어만 가는 ‘나쁜 기억’이다. 나쁜 기억은 왜 자꾸 떠오를까?
뇌를 공부하는 의사이자 비전을 가르치는 강사인 김재현 씨는 <왜 나쁜 기억은 자꾸 생각나는가>에서 그 이유를 설명한다.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뇌가 ‘나’의 간섭으로부터 해방하고 싶다는 메시지가 나쁜 기억이라고 한다.



뇌의 잠재력은 잘 알려져 있다. 데이비드 챔버린 박사는 태아의 학습 능력을 증명했으며, 어느 다큐에서는 갓난아이들이 물리 법칙을 선천적으로 알고 태어난다는 내용을 방영했다. 물고기가 알에서 부화하자마자 헤엄을 치듯 뇌 역시 정보를 흡수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뇌의 복원력도 잘 알려졌다. 뇌졸중으로 뇌 신경세포의 95%를 잃은 사람이 정상인과 똑같이 회복된 사례가 보고되었으며, 맥박이나 체온을 조절하는 명상 수련자들의 예도 잘 알려졌다.
하지만 뇌가 지닌 놀라운 능력은 다 어디로 갔을까? 왜 대다수 사람들은 평범하게 살다가 생을 마감할까? 저자는 그 차이를 ‘나’에서 찾는다. 평범한 뇌는 없다. 다만 ‘나’가 ‘뇌’를 평범한 뇌로 추락시킬 뿐이다.
탱크 최경주는 한때 성적 저조로 고생을 했다. 그때 신실한 기독교도인 최경주는 이렇게 기도했다. “주여, 제 마음을 비우고 치게 해주십시오.” 자신에게 부족한 것은 실력이 아니라 자꾸만 성적에 집착하는 ‘나’의 모습임을 보았기 때문이다.
최경주만 그런 게 아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나’를 의식하는 순간 위축된다. ‘잘해야 해, 사람들이 보고 있어, 실수하면 어떡해, 도망칠까?’ 부정적인 생각이 커지면 뇌는 가느다란 끈에 묶인 코끼리처럼 움츠러든다. 그때 나쁜 기억이 슬며시 떠오른다.
김재현 저자는 ‘나쁜 기억’이 떠오르면 그 이유를 잘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내가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거나 뒤로 물러서려고 할 때마다 뇌는 엄마의 잔소리처럼 되풀이해서 나쁜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왜냐하면 그게 뇌가 사는 길이요 ‘나’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현재 저자는 전주 송천한빛클리닉의 대표이며 한국비전교육원 강교수비전스쿨의 전주캠퍼스 대표 교수로 활동 중이다.
정리 이진우 리포터(jw0615@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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