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근영(63) 화가의 36회 개인전이 모리스(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그에게는 미술이란 것은 결코 이성적, 이념적 틀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이라는 믿음이 있다. 이념에 치중하여 생명력 없는 그림을 그리지 않겠다는 고집이 오늘까지 열정적으로 그림을 그리게 하는 이유다.
“도시에 없는 자연이 애틋하다. 그럼에도 언뜻언뜻 보이는 자연에 힘이 느껴진다. 그것을 내가 그릴 수 있는 것이 행복하다.”
그는 ‘The Odd Nature(엉뚱한 자연)’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린다. 일상에서 마주했던 풀잎 하나, 걷던 길 주변에 핀 꽃들을 마음에 담아 음악을 들으면서 떠올린 자연을 펼쳐 캔버스에 옮긴다. 그렇게 그려내는 식물과 꽃들은 어디에선가 본 듯하지만 실제 자연에서는 찾을 수 없고, 그 색채는 자연 속에서는 볼 수 없는 화려함과 다양함을 지니고 있다.
36회 개인전이면 적지 않은 횟수다. 이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회는 무엇일까? 그는 주저 없이 90년대 전시회를 꼽는다. 그는 “1991년 처음 ‘The Odd Nature’라는 주제로 대흥동 현대화랑에서 개최한 전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그 이전과는 다른 주제로 그림을 그리게 된 이정표 같은 전시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90년대 이후 그의 그림에는 나무, 혹은 다양한 식물과 꽃의 형상, 현미경으로나 보았음직한 미생물의 형상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자연’의 모습이 존재한다. 그 무렵부터 작품의 주제가 되고 있는 ‘The Odd Nature’ 풍경이다.
화가에게 ‘휴식’이란 무엇일까. 그는 “내게 휴식은 술 한 잔이다. 그렇게 여유 있는 생활을 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삶에 있어서 ‘공간 이동’은 중요하고 매력적인 일이다”라고 꿈꾸듯 말한다. 그는 여행을 ‘공간 이동’이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그림에 대해 늘 “아무것도 아닌, 그냥 그린”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그림에선 자연의 에너지를 온전히 느끼고 소통하는 힘 ‘그리기의 힘’이 느껴진다.
천미아 리포터 eppen-i@hanmail.net
유근영 화백의 2011년 작 ‘The Odd Nature 11-1’. 그는 ‘The Odd Nature(엉뚱한 자연)’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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