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난 이래서 옮겼다! 그만뒀다!

평판 좋다고 무턱대고 등록하는 건 금물

지역내일 2011-09-05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외면할 수 없는 것이 ‘사교육’이다.
‘태어나서 할머니, 할아버지 집 보다 먼저 가는 곳이 학원’이라는 말처럼 우리 사회에서 학원은 부모와 아이에게 뗄 수 없는 단어가 됐다. 그 만큼 한 가정의 지출 중 단일품목으로 상위권에 있는 학원비. 높은 투자만큼이나 고효율을 내기 위해 부모는 좋은 학원 정보를 찾고, 아이는 학원 버스에 몸을 싣는다. 문제는 다 내 마음 같지 않다는 것. 심사숙고해 보낸 학원인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가 다니기 싫다고 하거나, 부모의 시선에 ‘하자’가 잡히면 아이와 부모는 그야말로 진퇴양난. 안산의 학부모들은 언제 학원을 옮기고, 옮길 생각을 하는지 알아보았다.


CASE1. 아이가 학원을 옮기고 싶다고 말한 경우 
올해 처음 영어 학원을 다니기 시작 한 4학년 최 군. 그 동안은 영어학습지를 꾸준히 해 왔고, 방학을 이용해서는 두 번이나 어학연수도 다녀왔다. 나름 자기주도 학습 능력도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새로 바뀐 학습지 선생님이 이전만 못하고, 아이도 학원 다니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해 고심 끝에 모 영어전문학원에 등록을 한 것이 3개월 전. “형제가 없어 늘 조용히 공부하던 분위기에서 왁자지껄 친구들과 함께 수업하는 것이 좋았는지 처음 1~2개월은 재미있게 학원을 다녔어요.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슬며시 ‘학원이 싫다’, ‘선생님이 나를 싫어한다.’는 말을 종종 하기에 이유를 물어봐도 구체적으로 답을 안 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동안 아이가 힘들어한 것을 가볍게 여긴 것이 정말 후회돼요.”
한 달 전, 아이는 학원을 다니지 않겠다고 했다. 이유는 학원 담임선생님의 폭언. 무언가에 집중하면 푹 빠지는 아이는 간혹 수업시간에 엉뚱한 질문을 했고, 대답이 성에 차지 않으면 혼자서 골몰했던 모양. 선생님은 그런 모습을 ‘바보’라고 하거나 ‘크레이지 보이(crazy boy!)’라고 하면서 놀렸다고 한다. 상처를 받은 아이는 끝내 학원 가방을 베란다에 던져 놓고 말았다.


CASE2. 엄마가 학원을 옮기기로 결정한 경우
6학년인 김 양은 5학년 2학기가 되면서 수학을 어려워했다. 다른 과목처럼 2학기 수학은 1학기보다 내용이 어려워지고 심화된다. 그래서 겨울 방학 시작과 함께 수학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무난한 성격의 아이는 숙제가 많네, 어쩌네 하면서도 잘 다녔다. 선생님도 ‘아이가 머리가 좋다’, ‘수업을 잘 따라 온다’며 칭찬했고, 심지어 자기가 맡고 있는 아이 중에서 손꼽히는 뛰어난 아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리고 몇 개월 뒤. 드디어 중간고사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아이의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오히려 학급 평균성적에도 미치지 못한 점수였다. 화가 나기도 하고 개운치 않은 기분이 들었지만 ‘알고서도 실수한 것이 많다’는 선생님의 말을 믿고 계속 학원에 보냈다. 학원을 그만둔 건 기말 성적이 나온 후. “중간고사보다 수학 성적이 10점 이상 떨어진 것을 보고 계속 보낼 수는 없었다. 반 성적을 보니 내 아이만 잘 못 본 게 아니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혼란스러웠다.”  
아이는 학원을 안 가게 됐다며 좋아했다. 수학성적이 더 떨어진 딸을 보며 그때 그냥 보낼걸 그랬나? 싶기도 하지만 1년을 돈 버리고, 시간 버린 것 같아 도저히 계속 보낼 수가 없었다고 한다.


CASE3. 아이와 부모의 결정으로 학원을 옮긴 경우
방학 때마다 빠지지 않고 어학연수를 보낸 덕분에 영어 회화가 상당한 수준이었던 중학교 1학년 김 군. 실력에 비해 영어 성적이 안 나온다는 생각에 부모와 상의해 문법이 강하다는 학원에 등록을 했다. 학원 평판이 좋았던 것도 결정에 보탬이 됐다. 그러나 그 학원은 평판과 실력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일산, 평촌의 유명학원에서 다년간 있었다는 담당 강사였지만 교수 방법이 미덥지 않았어요. 어제 알려준 것을 다음 차시에 정정한 것도 몇 번 거듭됐고요. 시원스럽게 대답해주지 못하는 강사 대신 원장님을 찾아 갔으나, 원장은 매번 자리에 없었어요.” 기대한 실력은커녕 점점 영어에 대한 흥미만 잃어가고 시간만 낭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순간 그는 부모에게 동의를 구하고 학원을 그만 뒀다. 
김 군 어머니의 얘기다.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나 몰라라 하는 부모가 되기 싫어 수강료만큼은 직접 내러 갔는데, 학원 분위기가 처음 등록했을 때와 달리 어수선 했어요. 원장실을 봐도 매번 비어있고, 프런트 여직원들도 늘 뭘 먹고 있거나, 잡담 중이었어요. 학원장의 빈번한 부재는 열정 부족으로 생각 됐어요. 1년 정도 다녔는데 설명회 때 원장 얼굴 본 게 전부라니 말이 되나요?”


남양숙 리포터 rightnam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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