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자동차의 간부인 K씨는 필자의 오랜 환자이다. 건강에 심각한 이상이 있어서가 아니고, 힘든 일정과 잦은 술자리로 건강을 해칠까 염려가 되어서 이다.
어느 날 K씨는 필자를 찾아와서 이런 말을 늘어놓았다. “원장님, 남들이 요즘 제 얼굴색이 검어졌다고 하는데, 술을 많이 마셔서 간이 나빠진 건가요?"
흔히 얼굴색이 창백하면 기혈(氣血)이 허약한 것이고 붉은 것은 화(火)가 많은 것이라고 하는데, 이런 문제는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상식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데, 오늘은 얼굴색과 오장(五臟)과의 관계에 대해서 알아보자.
간장이 나쁘면 푸른 얼굴색
우리말에 ‘새파랗게 질린다’라는 표현이 있다. 크게 놀라거나 충격을 받았을 때 쓰는 표현인데, 한방에서는 얼굴에 푸른 기운이 도는 것을 간의 이상으로 본다. 얼굴색이 전체적으로 칙칙한 푸른색을 띠면서 특히 눈 주위에 푸른 기운이 감돈다면 간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본래 살색이 검은 사람은 얼핏 보면 안색이 더욱 검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정신적으로 심한 스트레스가 간을 손상시킨 결과이다. 한방에서는 화를 잘 내고 성격이 깐깐하면서 조그만 지저분해져도 참지를 못하는 등을 모두 간의 병으로 본다. 간에 이상이 있으면 아랫배나 옆구리가 결리기 쉽고, 변비가 생기기 쉬우며 눈이 침침해지고 다리 근육에 경련이 잦다.
붉은 얼굴은 심장 이상
얼굴에 붉은 기운이 돌면 심장에 열이 많은 것이다. 심장은 본디 화(火)의 장기이므로 항진되기가 쉬운 속성을 가지고 있다. 심장에 열이 많아 얼굴색이 붉고 실없이 웃는 사람은 심장에 병이 생긴 것이다.
고혈압이나 심장병이 있는 사람들이 얼굴색이 붉은 경향이 있는 것도 같은 원리이고, 심장에 이상이 생기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하면서 건망증이 생기는 것도 심장에 형액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방 이론에서 화(火)가 지나치면 풍(風)이 생기는데, 심근경색과 뇌졸중이 그런 경우이다.
비장이 나쁘면 노랗다
얼굴색이 누렇게 뜨면서 트림을 자주 한다면 비장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한의학에서 비장은 소화기능 전체를 가리키는데, 헛배가 자주 부르고 트림이 나오면서 음식을 먹어도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몸에 습한 기운이 정체되어 몸이 무겁고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자꾸 눕고 싶고 뼈마디가 쑤신다. 먹을거리가 없던 시절에는 아이들이 누렇게 얼굴이 붓는 것이 바로 비장이 허약해진 것이다.
이현우한의원 한의사 이현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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