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배워 아는 게 많아 타인에게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여 가르치거나 문제 해결을 돕는, 그래서 사회적으로 인정받으며 살아온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일수록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에 조금도 의문을 갖지 않고 알기만 하면 어떠한 난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이는 단지 부분적으로만 맞는다.
자신이 알코올의존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해도, 단주는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자신의 문제의 원인을 알았고 강한 의지를 갖고 있으므로 당연히 술을 끊을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그렇지만 자력으로 술을 끊겠다고 큰소리칠수록 단주 성공 비율은 낮아 보인다. 오히려 혼자 힘만으로는 도저히 술을 끊을 수 없을 것 같다면서, 처음부터 술에 항복하고 도움을 꾸준히 받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이 단주를 더 오래 유지한다.
단주와 단주 생활을 위하여 알코올이나 알코올의존에 대한 지식과 단주의 기법이나 기술을 알아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인식과 기술이 자동적으로 단주와 단주 생활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단주와 단주 생활은 지식이나 기술이라기보다는, 술과 자신과 인생에 대한 바른 태도와 이에 따른 일상의 변화로써의 실천이다.
냉철한 머리로 확실히 알았다고 하는 것으로는 아직 부족하다. 뜨거운 가슴으로 마음 속 깊이 받아들였다 해도 여전히 2%가 부족하다. 단주 생활은 손발과 몸이 지난날과 완전히 달리 움직이는 생활 습관의 전면적인 교정이다. 이럴 때 먼저 머리로 알려고 하는 것은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래서 단주는 우직하게 하는 것이라는 경험자들의 권면이 있다.
‘가지도 말고 잡지도 말고 보지도 말라’ 고 조언하는 것이 모두 그런 이유 때문이다. 술자리에 가지 않아야 할 이유를 매번 머리로 따져보고 나서 그 이유를 납득해야 가지 않기로 하다보면, 몇 년씩 단주하는 중에 가지 않으면 절대 안 될 것 같은 술자리가 수도 없이 많다. 처음 단주 몇 년 동안은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으레 가지 않기로 우직하게 스스로에게 약속하는 것이 상책이다. 단지 빈 것이든 참기름을 담은 것이든 소주병이라면 아예 잡지도 않겠다고 해버리면 단주가 더 수월하다. TV에 술 마시는 장면이 나오면 자동으로 채널을 돌리고, 가게에서는 술병이 진열된 코너 쪽으로 아예 발길을 돌리지 않는 식이라야 더 안전하다. 단주가 아직 석삼년이 되지 않았다면 머리보다는 손발부터 시작하고 볼 일이다.
신 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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