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리사다 -2 ‘야스미’ 구충모 조리실장

“야스미에서 구충모 칼맛 좀 볼까”

지역내일 2011-08-29 (수정 2011-10-28 오후 12:35:59)
일식은 맛은 칼의 맛이다. 요리사들은 사시미칼을 자신의 분신처럼 다룬다. 눈을 부릅뜬 참돔은 순식간에 구충모(46·야스미) 실장의 칼날에 작품으로 태어난다.
1986년 그는 먹고 잘 곳이 없어 일식집을 택했다. 고시를 준비하던 그는 낮에는 주방에서 잔심부름을 했고 밤엔 숙소에서 공부를 했다.
“요리가 제 체질에 잘 맞는 것 같아요”라며 구 조리장은 미소를 지었다.
일 년 뒤 구 조리장은 본격적으로 요리에 매달렸다. 틈이 날 때마다 선배들의 요리법을 훔쳐보며 메모를 했다. 그는 현란한 칼솜씨로 순식간에 도미 살을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주방에서 ‘가르침’이란 없었다. 구 조리장은 간장통의 간장이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눈대중으로 살피며 요리에 도전하는 실험정신(?)을 발휘했다.
구 조리장은 냉동 참치를 여러 방법으로 해동해 보았다. 참치는 염도에 따라 맛이 좌우된다. 구 조리장은 한주소금과 천일염을 각각 다른 방법으로 섞어서 해 보았다. 수많은 실패 후 그는 자신만의 해동수를 만들기에 성공했다.
“늘 ‘왜?’라는 질문을 했어요. 나에게도 상대방에게도. 모든 게 궁금했어요. 지금은 후배들에게 질문을 던져요. 후배가 어떻게 대답할지 궁금하더라고요.”
그는 왕성한 호기심 탓에 요리사 생활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구 조리장은 “새로운 조리법을 찾느라 늘 다른 시도를 해봤어요. 실수 속에서 만들어진 음식이 매력 있죠. 샴페인처럼. 그래서 음식을 만들 땐 항상 즐거워요”라며 자신의 요리 철학을 말했다.
그런 그에겐 분신 같은 칼 한 자루가 있다. 하늘같은 선배가 일본 명인에게 직접 구해온 사시미칼이다.
“이 칼을 주면서 999번 손을 베어보라고 하더군요. 이 놈을 내 몸처럼 부릴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죠.”
구 조리장은 칼이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발등으로 칼을 받는다.

쉼표가 있는 여유로운 일터

구 조리장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가게 문을 잠깐 닫는다. 직원들을 쉬게 해주기 위해서다. 일본말로 ‘편안하게 쉬는 곳’이라는 뜻인 ‘야스미’는 손님과 직원 모두를 생각하여 지은 상호다.
구 조리장은 “이곳에서 든든하게 밥 한 끼 먹고 다시 힘을 내서 열심히 자기 일을 하는 손님들을 생각하면 큰일을 했다는 자부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음식은 ‘정’이죠. 정이 담기지 않은 일식 요리는 그냥 ‘날 것’에 지나지 않아요”라며 “정을 담아서 요리를 하려면 무리한 주문을 받지 않아야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일하는 사람이 즐거워야 좋은 요리가 나온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래서 가게 좌석의 80%만 손님을 받는다. 적당히 빈 공간의 여유로움을 즐기라는 구 조리장의 철학이기도 하다. 그래서 야스미에 가면 눈과 입으로 요리를 즐긴다. 요리사의 현란한 칼솜씨가 식객을 관객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구충모 조리장의 철학이 담긴 생선회는 까다롭기로 소문 난 음식점 주인들이 먼저 찾기로 유명하다. 그의 생선회에 중독되고 싶다면 야스미에 가면 된다.

문의 : 042-824-2064
글·사진 안시언 리포터 whiwon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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