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의 사전적 의미는 ‘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몸의 생리적 성질이나 건강상의 특질’이다. 특히 사상의학은 사람의 체질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누고 해당 체질에 적합한 한약치료를 시행하는 우리나라 전통 한의학적 의료모델이다.
그런데 이 체질에 대해서는 한의사마다 견해가 다르다. ‘체질은 없다’는 한의사는 ‘사람마다 특성이 다 다른데 그것을 몇 가지 특징으로 묶는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 주장한다.
‘체질은 있다’는 의견을 지지하는 한의사는 ‘같은 증상이라도 사람의 특질에 따라 다른 약물을 썼을 때 효과적으로 치료’된 축적된 경험을 내세운다.
이런 논란 속에서 36년간 사상체질을 연구한 한의원이 울산에 개원했다. 복진법과 음양맥진법으로 체질의 매카니즘을 정립한 윤정근 원장을 통해 ‘체질’에 대해 명쾌하게 밝혀본다.
척 보면 체질을 알까?
사실, 애매모호하다. 체질이 있다면 어느 한의원을 가도 같은 체질이 나와야 맞는 얘기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윤정근 원장은 “한의사 스스로가 체질 진단기준을 명확히 잡지 못한 가운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방식 그대로를 적용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고 딱 잘라 말한다.
양체질도 하체가 다부진 사람들이 적지 않고,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으며, 이외로 꼼꼼하고, 몸이 냉하면서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도 있다. 음체질이 약하다지만 비만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흔하다.
윤정근 원장은 “사상체질의학이 처음 정립될 당시와 지금은 사람들의 체형이나 외모, 성격 등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러니 그날 환자의 표정이나 기분, 컨디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외형적 특성으로 체질을 판별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죠”라고 힘주어 설명한다.
후천적 노력이나 환경의 영향으로 변할 수 있는 요인을 배제하고 절대 변하지 않을 그 무엇으로 체질을 진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태어나는 순간 정해지는 체질별 특성이다.
윤 원장은 “태어나는 순간은 외부의 어떤 영향도 받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입니다. 외형이 아무리 변해도 자신이 지니고 있는 본래의 특성은 절대 변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짚어내는 것이 사상체질의 출발입니다”고 전한다.
복진법과 음양맥진법으로 체질 판별
윤 원장은 인체 내부 장부의 선천적 기운을 바탕으로 체질을 판별한다. 바로 윤 원장만의 체계가 접목된 복진법과 음양맥진법이다.
배를 눌러 진단하는 복진법은 몸 안의 장부들과 관련한 자리를 정확히 누르기만하면 그 어떤 진단보다 정확히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체질별로 약한 장부와 관련된 위치를 누르면 환자는 굉장히 심한 통증을 느낀다.
음양맥진법은 복진법으로 장부의 허실을 확인한 후, 맥진법으로 다시 한 번 확인, 그 후 체질침을 이용해 허한 장부와 연결된 손의 혈자리를 자극해 체질을 판별하는 절차다. 신기하게도 침으로 자극한 채 다시 복진법을 시행하면 배가 등가죽에 닿을 정도로 내려가도 아무런 통증이 없다.
윤정근 원장은 이러한 인체의 상호작용 시스템을 이용한 체질의학을 30년 가까이 실천하고 있다. “체질의학을 연구한지는 36년째죠. 그런데 처음 10년은 저도 갈피를 잡지 못했으니 체계적이었다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복진법과 음양맥진법으로 판별한 체질은 아주 정확합니다. 지금까지 이 방법으로 26년째 환자를 살피는데 항상 예측한대로 치료결과를 얻습니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한다.
인체 자생력 회복 전통의학
윤 원장에 따르면 병은 체질적 기운이 균형을 잃으면 온다. 그래서 사상체질에 근거한 질환의 처방은 개개인에 맞게 몸의 부족한 기운을 북돋우고 흐트러진 균형을 바로 잡는 것이 중심이다.
“체질의 특성을 이해하면 동일한 증상도 근본원인이 달라집니다. 따라서 치료방법도 당연히 달라야죠. 아무리 치료해도 효과가 적거나 재발을 반복하는 것은 이런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에서 기인합니다”고 확신하는 윤 원장.
사상체질은 사람의 체질을 크게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의 넷으로 구분하지만 그렇다고 같은 체질의 환자에 같은 처방이 내려지는 법은 없다. 동일한 체질이라 하더라도 환자마다 각 장부기운의 허실(虛實)정도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완전한 맞춤처방이 아니고서는 체질의학이 의미가 없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또 보통 체질방 약재는 10여 가지로 한정된 경우가 흔하지만, 장생한의원은 40여 가지 순수 한방 약재를 사용해 인체의 기혈순환을 효과적으로 촉진시킨다.
섭생도 중요하다. 당뇨나 혈압, 비만 등 현대적 질환의 대부분은 체질에 맞게 음식만 잘 조절해도 약에 의지하지 않고 지낼 수 있다. 체질에 따라 약이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윤 원장은 “뿌리만 튼튼하면 말라버린 잎은 언제든 다시 돋아납니다. 내 몸의 기질을 이해하고 생활에 접목하면 튼튼한 뿌리를 지닌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며 “누구나 병은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병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장생한의원의 체질의학은 소우주인 인체를 이해하고, 몸과 마음이 치우친 흔적을 살펴 자생력을 회복하는 맞춤의학으로 자리매김 하겠습니다”고 힘주어 말한다.
허희정 리포터 summer0509@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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