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버스 - 양정고 럭비부를 찾아서

지역내일 2011-09-30

대한민국 럭비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들

 햇볕이 가득한 오후 시간, 운동장에서 훈련을 받는 소년들의 얼굴이 검게 그을려 있다. 제멋대로 튀는 공을 잡으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선수들의 모습이 분주해 보인다. 몇 번이나 모래 위를 뒹굴었을까? 모래와 땀으로 범벅이 된 채 럭비공과 씨름을 하고 이들은 한참 외모에 신경 쓸 나이이지만 거친 럭비공을 택한 양정고 럭비부 아이들이다.
최근 럭비의 맛을 아는 이들이 조금씩 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럭비는 비인기종목, 그럼에도 불구하고 럭비의 재미에 빠져 럭비의 홍보 전령사로 활약하고 있는 양정고 럭비부 회원들을 만나 보았다. 

우리나라 최고의 고등부 럭비팀
 1930년 최초로 한국인 중등부가 창설되면서 문을 열게 된 양정 럭비부. 1941년부터 1945년 일제 전시태세 확립 정책으로 체육활동이 잠시 중단되었지만, 해방과 함께 그해 8월 양정 럭비부가 재건되면서 제1회 양정 배재 정기전(1946년) 개최를 시작으로 양정고의 럭비부는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최고의 고등부 럭비팀으로 우뚝 서있다. 긴 역사만큼이나 대회 성적도 우세를 보인다. 올해만 해도 전국춘계리그전 3위, 제38회 문화체육부장관기 전국중고대회 우승, 제64회 전국종별선수권대회 준우승의 성적을 거뒀으며, 춘계리그전 13회 우승, 3회 준우승, 31회 충무기 전국중고대회 9회 우승(1996~1998년 3연패), 3회 준우승(1996~1998년 3연패), 전국체전 14회 우승, 7회 준우승 등 전국대회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양정고의 럭비부를 이끌고 있는 임한수 감독은 양정고 선배이자 감독이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POCOS(주) 럭비부에서 활동하다 양정고에서 코치를 거쳐 2009년부터 럭비부 감독을 맡아 이끌고 있다. 임 감독은 "양정고의 럭비부는 역사와 전통이 있는 만큼 자부심이 대단하다"며 "끈끈한 선후배간의 우정으로 똘똘 뭉쳐 럭비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다"고 소개한다.
 양정고의 럭비부는 현재 29명의 학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 3이 12명, 고 2가 7명, 고 1이 10명이다. 운동은 학교 수업이 끝나고 나면 시작된다. 훈련이 거친 만큼 2~3시간 정도 집중하고 체력보충을 한 뒤 야간 운동을 한다. 기초체력이 갖춰지지 않으면 공을 갖고 뛰고 태클하고 몸싸움이 기본인 경기에서 제대로 된 기량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에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기초체력훈련을 매번 반복하고 동계훈련도 참가해야 한다.
 럭비는 천재지변과 전쟁이 아닌 한 정해진 시간에 반드시 시작한다는 불문율이 있다. 그래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운동장에서 훈련을 한다. 날씨가 더우나 추우나 함께 뛰다 지쳐가는 서로를 위로하기 위해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격려하는 모습에서 어느새 가족애보다 더 진한 우정으로 똘똘 뭉치게 된다. 그래서일까? 양정의 럭비부에서는 다른 스포츠에서 느낄 수 없는 진한 동료애가 물씬 느껴진다.

공을 들고 뛸 때 느끼는 짜릿한 쾌감
 럭비는 함께 협력하는 운동이긴 하지만 팀원 모두가 빠르고 힘이 셀 필요가 없는 운동이기도 하다. 키가 큰 선수는 키가 큰대로, 작은 선수는 작은 대로 각자의 역할과 책임이 있다. 서로의 약점을 장점으로 키우는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운동이 럭비인 셈.
 현재 양정 럭비부의 주장을 맡고 있는 3학년 김준희 군. "양정의 럭비인은 학교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아이들로 구성되어 있고 예의가 바르다"고 소개한다. 부주장 이시영(고 3)군은 힘든 운동이지만 서로 부추겨주면서 힘든 싸움을 함께 이겨나가고 있다고 한다. 양정 럭비부에서 분위기 메이커 황교(고3) 군은 친구들 사이에게 인기가 많다. 다른 학교에서 농구를 하다 양정의 럭비부로 옮긴 뒤 친구들의 도움으로 빠르게 적응하게 되었다. 덩치에 비해 잘 뛰고 센스가 있는 김병곤(고3) 군은 럭비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친구들 사이에서 럭비에 대한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전승원(고3) 군은 공부도 열심히 하고 럭비도 열심히 하는 친구로 소개되었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양정고 럭비부 김준희 주장
몸싸움 하면서 정이 들어
 덩치가 크다는 이유로 럭비부에 스카우트된 김준희 학생. 지금은 럭비부 주장답게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과 럭비에 대한 애정으로 양정고를 이끌고 있다. "럭비는 함께 몸싸움을 하면서 정이 드는 운동"이라 소개하는 김 군은 공을 들고 뛸 때, 태클이 제대로 들어갔을 때 짜릿한 쾌감을 느낀단다.
 양정고 교사가 되는 꿈을 가진 김 군은 정직하고 신사다운 럭비의 규칙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공을 가진 선수가 직접 뛴 성과만 인정하는 정직한 운동이며, 거친 몸싸움이 있긴 하지만 ''네 편'' ''내 편''을 가리지 않는 멋진 운동"이라 덧붙인다. 

양정고 럭비부 이시영 부주장
온 몸으로 느끼는 우정
 "럭비는 재미있는 운동"이라 소개하는 이시영 학생은 주장의 카리스마에 눌린 아이들을 위로하고 쓰다듬는 부주장의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다. "경기를 온 몸으로 뛰다보면 부딪히면서 서로에 대한 소속감과 일체감을 느낄 수 있다"며 "힘들 때 서로를 위해 소리를 지르면서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우정을 확인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힘든 체력싸움과 훈련으로 지칠 때도 있지만 경기에서 우승했을 때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이 군은 양정중학교에서부터 럭비를 했다. 축구와 농구도 해보았지만 ''오직 럭비''란다. "양정은 선후배간의 끈끈한 정이 있어 양정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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