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좋다②-화왕산

드넓은 억새평원에서 와~ 탄성이 절로

지역내일 2011-09-30 (수정 2011-09-30 오전 8:40:26)


화왕산성 남문에서 바라본 억새밭



10월 중순 쯤이면 절정을 이루는 억새3. 화왕산 군립공원 입구


10월, 파아란 하늘과 선선한 바람을 친구삼아 산에 오르기 좋은 진짜 가을이다. 이맘때 가보고 싶은 산을 꼽으라면 단연 경남 창녕군 화왕산이다. 정상부의 드넓은 억새평원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번 보는 것만으로도 힘든 산행길의 노고를 씻을 수 있는 억새밭. 흔히 억새는 늦가을이 제철이라 생각하지만 10월 중순이면 절정을 맞는다. 좀 이른감은 있지만 더 많은 사람이 몰리기 전에 서둘러 화왕산을 찾았다.


화왕산 군립공원 입구


자하곡매표소와 옥천매표소 두 코스

억새평원과 진달래, 철쭉 군락지로 널리 알려진 화왕산은 특히 정상부에 5만 5천여 평의 억새밭이 펼쳐져 있어 창녕군이 3년마다 정월대보름이 되면 억새 태우기 축제를 열었지만, 지난 2009년 화왕산 참사로 중단돼 있는 상태다. 예부터 화왕산에 큰 불이 나야 이듬해 풍년이 들고 모든 군민이 평안하며 재앙이 물러간다고 했단다. 화왕산 억새 태우기는 이러한 배경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다.


창녕의 특산물인 양파 장류 체험관


화왕산 산행은 크게 자하곡매표소 출발점과 옥천매표소 출발점 두 코스가 있다. 자하곡매표소 코스는 주차장~화왕산장~전망대~암릉~배바위~남문~동문~정상~서문으로 내려오는 코스이며, 옥천매표소 코스는 주차장~임도~동문~남문~배바위~서문~정상~서문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화왕산성에 접근하는 가장 빠른 코스는 자하곡 코스로 대부분의 산행인들은 이 코스를 택한다.
몇 년 전 자하곡 코스 산행경험이 있기에 이번엔 옥천매표소 코스를 택했다. 옥천매표소 입구에 창녕의 특산물인 송이버섯 모양의 화왕산 군립공원 조형물이 눈에 띈다. 또한 가는 길목에 창녕의 또 다른 특산물 양파장류 체험관도 둘러볼 만하다. 매표소를 지나니 산 입구에 군데군데 민박집이 있어 다음엔 1박 계획을 하고 오리라는 마음이 든다.
매점 아주머니의 귀뜸으로 흔히 오르는 임도(설치도로)길 말고 계곡을 따라 오르는 산길(통신탑 전방 20m에 난 사이길)로 접했다. 계곡 입구는 바위들을 나름 정비해 깔끔하긴 했지만 인공적인 느낌이 다소 들긴 했다. 하지만 올라갈수록 계곡물이 얕고 바위가 편편해 아이들이 고기잡고 놀기에도 좋을 듯 하다.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흙을 밟는 발길이 갈수록 가벼워지는 건 왜일까? 역시 산행은 잘 닦여진 돌길 보다는 좁은 흙길이 제 맛이다.


동문으로 내려오는 길목의 드라마 허준 세트장



쉬엄쉬엄 한 시간 쯤 오르니 저 앞에 화왕산성이 보인다. 산성 남문 위에 올라서니 와~ 탄성이 절로 나온다.  너른 억새밭이 하얀 솜이불을 펼쳐놓은 듯 드러눕고 싶은 심정이다. 시원한 바람 한줄기가 머리를 스치고 하늘하늘 억새가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다. ‘이래서 산에 오르는구나’라는 생각이 스친다. 여기서 산성길을 따라 배바위를 지나면 서문, 그 다음이 정상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억새밭 중간에 발굴작업을 하는지 포크레인 한대가 눈에 거슬리는 것 외에는 부러울 게 없다.
우리 일행은 아이와 함께 한 산행길을 감안해 아쉽지만 남문에서 동문을 거쳐 내려오는 길을 택했다. 동문 밖으로 이어진 길은 드라마 허준 세트장을 구경할 수 있다. 허준이 나병환자들을 돌보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허준 세트장을 지나 산길을 따라 내려오니 산장이 하나 나온다. 파전과 막걸리 한사발이 산의 매력에 더 취하게 만드는 느낌이다.

매표소에서 출발해 다시 매표소로 돌아오는 시간은 약 3~4시간. 부산에서 화왕산 가는 방법은 자가용으로 경부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창녕나들목→24번국도→자하곡매표소, 경부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영산IC→옥천매표소로 가면 된다. 입장료는 어른 천원, 주차료 2천원이다.
Tip. 주변 볼거리-우포늪???창녕읍에서 20번 국도를 따라 20분쯤 가면 우포늪에 닿는다. 이곳은 국제적으로 중요한 물새서식지로서 총 342종의 동식물이 자생하고 있으며, 희귀식물로 잎의 지름이 1m가 넘는 가시연꽃을 비롯하여 노랑어리연꽃·마름·생이가래 같은 습지식물과 어류·수서곤충 등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이곳은 많은 철새들이 해마다 날아오는 도래지로도 유명하다. 1998년엔 국제습지조약 보존습지로 지정되어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전망대와 따오기복원센터 등 체험관이 있어 아이들과 둘러볼 장소로 추천한다.

김영희 리포터 lagoon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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