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고 배우는 인생은 아름다워라
쌀쌀해진 날씨에 부슬비 내리던 날, 옛 스승을 찾아뵙는 마음으로 김성국(62·분당구 수내동)씨를 만났다. 지난 8월말로 37년간의 교직생활을 마친 그는 올해의 성남시 문화상 교육부문 수상자. 재임했던 청솔중학교가 전국 100대 교육과정 최우수교(2008)와 교과교실제 우수사례 전국 최우수교(2010) 등에 선정되면서 성남시 교육발전에 공헌했음을 인정받아 수상하게 되었다. “퇴임 후 다소 쓸쓸했는데 예상치 못한 수상으로 좋은 마무리를 한 것 같다”며 하회탈처럼 친근하게 미소 짓는 그. 한 평생을 진정한 교사로 살았고 앞으로도 영원한 스승일 수밖에 없는 그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선생님보다 큰 아이들 목소리, 더디지만 행복한 시도
3개 학년 45개 클래스가 있는 평범한 학교. 다만 맞은편에 위치한 임대 아파트에는 장애인과 새터민, 고령자들이 대다수였다. 그러던 중 인근에 또 다른 중학교가 생기자 웬만한 아이들은 죄다 빠져나가 학생 수가 현저히 감소해 가는 추세. 2007년 부임 당시 청솔중학교의 현실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었단다.
“교육청과 주민센터를 찾아다니며 상황파악부터 나섰어요. 뭔가 돌파구가 필요했지요. 2008년도에 교과부에서 ‘교과교실제’ 공모를 하기에 신청했어요. 모든 교과 수업을 수준별로 이동해 듣는 ‘교과교실제’가 변화의 시작이었습니다.”
선진학교 못지않게 리모델링 하고 수업내실도 갖춰지자 내친김에 혁신학교에도 도전했고 선정 되는 쾌거를 얻었다.
교육과정의 탄력적 운영은 혁신학교의 핵심. 음악, 미술 등을 집중해 듣는 블록 타임제를 도입하고 행정요원을 고용해 교사들이 해야 할 잡무를 줄여 오롯이 수업 연구에만 집중토록 지원했다. “수업시간에 교실을 둘러보면 선생님보다 애들 목소리가 컸어요. 맞춤식 수업이 가능하고 발표와 토론 여건이 많아지니 외국 같은 느낌이었지요.(웃음)”
경기도 내에서는 유일하게 본인이 선택한 음악, 미술을 전문가에게 중점적으로 교육받는 예술 중점 과정을 시도했고 일어와 중국어 외에 불어와 스페인어까지 제 2외국어 특성화 교육을 펼쳐 학생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했다고.
“모든 시도에는 꼭 책임이 수반돼야 한다고 봐요. 관리자의 역할은 그저 많이 듣고 자주 물으며 구성원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거죠. 미세하지만 학생, 학부모, 교사 전체가 변하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수확의 기쁨 큰 농부처럼 아이들 결실 보고파
그는 시골에서 10남매 중 여섯째로 자랐다. 교사인 부인이 사회생활을 한 이유도 있지만 어린 시절 마냥 치이던 북새통 추억(?) 때문에 단출하게 아들 하나만을 뒀다고.
출근길의 걷기는 그 만의 정리시간. 하루 일과의 우선순위와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구상이 그의 보폭 속에서 밑그림을 그린다.
이과 전공의 치밀함에 선천적인 성실함, 솔선수범 습관은 그가 가진 장점. 거기에 약간의 관심을 더했을 뿐이라며 겸손해했다. “교감으로 재직하던 시절, 수원 하이텍고를 마이스터 시범교로 만들었어요. 3년 반 동안 매일 밤 11시 넘어 퇴근했지요. 서류에도 마음이 읽힌다고 생각하고 준비한 거 같아요. 시범학교 운영내용은 연극에 담으면 좋을 듯 해 1년 동안 준비한 후 공연으로 발표했어요.(웃음)”
학교를 떠난 지 채 한 달이 안 됐는데도 그는 규칙적인 일과를 꾸리고 있다. 산행과 봉사, 성경공부와 그동안 미뤘던 영어공부도 시작했다. 다른 하루는 교보문고 나들이 날. 탄천을 따라 한강까지 자전거 타는 재미도 한껏 누리는 중이다. 길가의 풀도 보고 나무도 보면서 가다보면 어느새 집. 그저 앞만 보고 달려왔던 시간을 여유로운 경험으로 채우며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나에게 맞는 일은 무엇이 있는지’ 를 구상하는 차분한 시간들이다.
“퇴임 후 가장 아쉬운 점은 아이들의 결실을 지켜보지 못했다는 점이에요. 시간이 갈수록 스펙을 위한 학습이 아니라 ‘나’를 완성하는 스토리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진학은 인생의 과정일 뿐 목표가 아니잖아요. 장래 모습을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룩할 것인지 어떤 멘토가 필요하고, 읽어야 할 책과 도움이 되는 경험, 사회 활동은 무엇인지…. 아이들에게 도움 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다시 봉사하고 싶습니다.”
박신영 리포터 jump1042@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