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판교·용인 전세시장 점검

지역내일 2011-09-24 (수정 2011-09-25 오전 12:18:48)
우리가족 맘 편히 살 수 있는 집은 어디에 있을까?”

이런 기사를 언제쯤이면 쓸 수 있을까요? 매번 전세대란을 화두로 끄집어내면서 안 그래도 넘쳐나는 전셋값 폭등 기사에 피로감을 더하는 것 같아 늘 마음이 무겁습니다.
전세대란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가장들과 주부들에게 힘이 되는 부동산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이번 주에는 티없이 맑게 자라는 자식들을 보며 꿋꿋하게 전세대란을 헤쳐 나가는 우리지역 주민들의 목소리와 우리지역 전세동향, 전세대란 해결책에 대해 전문가로부터 듣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오은정 리포터 ohej0622@nate.com


 




분당·용인 전세대란…우리는 이렇게 헤쳐 나가고 있다




*김수영(가명·39)
아이 학교 때문에 지난 5월 전세 만기가 다가와 재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집주인이 5천만 원 인상을 요구했는데, 추가 대출이 힘들어 인상분에 대해 월세를 내기로 했습니다. 5월에 비해 지금 시세는 더 올랐는데, 앞으로 또 2년 후가 걱정되는군요.
*조민경(가명·43)
3년 전부터 금곡동 28평 아파트에서 전세금 1억 8천으로 살다가 현재 용인 기흥의 32평 아파트로 1억 7천에 옮겨왔습니다. 초·중등생 아이들이 있지만 너무 오른 전세금을 감당하기 어려워 학교 무시하고 이사를 할 수밖에 없더군요.
*김주미(가명·45)
분당 야탑동 32평 아파트에서 2억 3천 전세로 살다가 주인이 2억 9천으로 올려달라고 해 용인 구성 LG아파트 주상복합 나홀로 아파트(1개동만 있는 것) 32평 2억 2천에 이사할 예정입니다.
*강승숙(가명·41)
용인 동백 33평 아파트에 1억 3천으로 전세를 살고 있었는데 최근에 7천을 올려주고 재계약을 했습니다. 아이들 학교 때문에 학부모들은 이동을 꺼려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죠.
*이신자(가명·79)
용인 죽전 32평대에서 5년간 전세로 거주했었는데 내년 3월 만기를 앞두고 1억 이상 인상을 요구해 면적을 줄여 25평 아파트로 이사를 결정했습니다. 내년 만기 시기에는 더 오를 것 같아 미리 이사할 집을 계약했습니다.
*이경철(가명·45)
정자동에 아파트에 거주하던 중 전세금 8천만 원 인상을 요구해 당분간 처가로 피신해 있기로 결정하고 얼마 전 이사했습니다. 집사람이 처음엔 좋아하더니 이제는 친정인데도 불편하다고 하네요.
*양정은 (가명·42)
분당 구미동 26평 자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구매 시 받았던 대출금 이자가 부담스러워 팔아서 빚 갚고 전세로 살까 해서 집을 내놨었다가 최근 무섭게 상승하는 전세가를 보고 매도를 보류했습니다. 아파트를 팔아도 대출금을 갚고 나면 전세비가 부족하겠더라고요. 열심히 대출금 갚으며 살아야겠습니다.
*김영희(가명·39)
분당의 자가 소유 26평 아파트를 2억 5천에 전세 놓고 용인 동백에 같은 금액으로 40평대 아파트로 옮겨 이사했습니다. 분당 집이 좁고 시설도 낙후되어 있어 좀 더 넓고 쾌적한 주거조건을 선택하기 위해서였죠.
*박성희(가명·44)
분당 수내동 32평 아파트에 전세로 살다가 지난 5월 전세 만기 시점에 집주인이 6천만 원 인상분에 대한 월세를 요구하더군요. 아이 교육 때문에 분당을 떠날 수 없는데 이러다가는 분당에서 쫓겨나겠다 싶어 주택 매입을 결심했습니다. 전세로 살던 아파트 매입은 대출 부담이 너무 커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내동의 오피스텔을 시세보다 2~3천만 원 싸게 샀습니다. 요즘 전세금 오름세를 보면 마음이 편하고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세금을 올려줄 수밖에 없는 사람들, 밀려나는 사람들
강남발 전·월세 문제는 가장 신속하게 ‘분당-판교-용인-수원’ 축으로 이어져 내려온다.
지난 8월 주택 전세금 상승률은 2001년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수도권의 상승폭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권 상승폭의 지표는 바로 수도권 남부 경부선축을 따른 도시들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분당 정자동 파크뷰 공인 관계자는 “아무리 강남 전세금이 오른다 하더라도 한창 아이를 교육시켜야 할 중년층은 함부로 살던 곳을 떠나지 못한다”며 “강남의 교육환경을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이 살던 집에 전세금을 올려주거나 반월세까지도 마다않고 재계약을 하기 때문에 전세값은 치솟게 된다”고 지적했다.
강남에서 분당이나 판교를 찾아 내려오는 사람들은 주로 교육과 무관한 젊은 층이나 신혼부부, 노년층이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분당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다. 분당의 교육 인프라 때문에 거주지를 내어 줄 수 없는 사람들이 전세금 상승분을 부담해가며 재계약을 해 전세금이 오르고 전세물량 부족 현상이 빚어진다. 신혼부부와 아이가 어린 젊은층, 노년층이 용인·광주·수원으로 도미노처럼 밀려 내려가는 것이다.




언제까지 관망만 할 것인가?
전세금이 오르는 더 큰 이유는 자산이 부족해 집을 못 사는 사람 뿐만 아니라 돈이 있는 사람도 당분간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전셋집에 눌러앉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까지 전세수요에 가세하면서 전세물량 부족 사태를 초래해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분당 서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 거주자는 교육, 교통 등의 환경을 고려해 본인의 능력보다 수준 높은 주거지를 선호하며 씀씀이가 큰 소비성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집을 사기에는 비싼 거죠.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을 때는 무리를 해서라도 살고 있던 지역의 아파트를 매입했지만, 지금은 기대심리가 없기 때문에 모두가 관망하며 전세를 살기 때문에 물량이 부족한 겁니다”라고 진단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아파트 전세값은 소형에서 중대형으로도 상승세가 번지고 있고,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현재의 전·월세 문제가 어디까지 확대될 것이냐는 점과 매매시장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분당 수내동 부동산 마트 관계자는 “분당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이제 평균 50%를 넘어섰다”며 “앞으로 전세값 상승세는 지속될 텐데 60%를 넘는 경우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주의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교통호재로 분당·용인으로 유입되는 인구
강남발 전세유민이 다른 지역이 아닌 ‘분당-판교-용인-수원’의 남부측 라인으로 내려오는 것은 철새의 이동경로처럼 고정화되어 있다. 이미 일가친척, 지인들이 남부측으로 대거 이동해 있어 친숙함과 근거리 심리감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게다가 남부측을 따라 교통호재가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거주지 이동에 대한 부담감을 적게 가지고 내려온다. 우선 10월 말 신분당선 정자 환승역이 개통하면서 강남역까지 16분 만에 진입하게 된다. 이어서 분당선 연장선 구간(보정~구성~면허시험장~구갈)이 올해 말에 개통돼 용인 외곽에서도 정자 환승역을 통해 서울 강남 접근이 쉬워진다. 판교와 용인 수지 쪽은 이미 개통된 용인~서울 간 고속화 도로로 서울 인구가 많이 유입되었고, 2016년 신분당선 2차 구간이 광교까지 연결되면 인구 유입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지역 동네별 전세 현황>




# 분당 수내동 : 수내동 아파트의 전세금은 올해 1~2월 이후로 계속 올라가 30%이상 인상되고 매매가는 떨어져 평균적으로 수내동 아파트 전세금이 매매가의 50%를 넘어서는 시점이 왔다. 전세란 때문에 작은 평수 중심으로 매매 움직임이 약간 있긴 했지만 수내동 파크타운 40평대의 경우는 이동수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수내동이 분당 교육의 중심지다보니 아이 교육을 위해 부담스럽지만 할 수 없이 대출을 받아서라도 재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 상승분에 대한 반월세 전환은 10% 정도라 주류 현상으로는 볼 수 없다. (수내동 부동산 마트 담당자)
# 분당 판교 : 입주 시기에 저렴했던 전셋집을 찾아 전국 각지에서 판교로 몰려온 세입자들이 물갈이가 거의 되고 있다. 판교는 분당보다 재계약률이 낮다. 입주 시점에 비해 전세금이 2배 이상 올라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상승분에 대한 반월세 전환금도 타 지역보다 부담스러워 재계약보다는 이주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기존 세입자들이 주로 이동하는 곳은 용인 죽전·수지·마북 라인이다. 이들이 비운 판교의 아파트는 서울·강남권에서 온 새로운 세입자와 분당에서 새 아파트에서 살고 싶은 수요자들이 채워나가고 있다. 특히 분당 테크노밸리 입주가 임박하면서 각지에서 이주하는 사람들이 전셋집을 많이 찾고 있다. 
(동판교 공인 담당자)
#용인 죽전 : 분당·판교에서 내려온 세입자들이 전세물건을 많이 찾는데 기존 세입자들의 재계약율이 높기 때문에 전세물량이 없는 상황이다. 재계약시 기존 세입자들은 시세보다 1~2천만 원 저렴한 가격에 재계약이 가능하다. 전세금 상승분을 부담스러워 하는 세입자들은 마북 연원마을, 구갈 강남마을 쪽으로 내려가 기존 가격으로 전셋집을 구하는 추세이다.
(죽전 웰빙 공인 담당자)
#용인 수지 상현, 성복동 : 명절 전에 전세·매매 손님이 북적이더니 명절 지나고 오히려 뜸해진 분위기이다. 명절 후 본격적인 전세금 상승을 예상해 8월에 미리 많이 움직였다. 소형평형 위주이던 아파트 전세시장이 서울 강남권이나 판교신도시에서 전세 물건을 구하지 못한 수요자가 유입되면서 상승세를 타 성복동 성복자이 1·2차, 힐스테이트 1~3차 등 중대형 아파트가 전세금도 올랐다. (수지금호 공인 담당자)




미니인터뷰- 강남대 부동산학과 서충원 교수
전셋값 상승, 어떻게 멈출 것인가?





강남발 아파트 전세값 상승세는 앞으로 지속될 것입니다. 전세값 상승의 원인은 간단합니다. 주택 매수 심리가 위축돼 신규 주택 구입 수요자들이 관망하면서 전세시장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집을 사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 규제(DTI, 세금 등)와 금리인상에 대한 부담감, 보금자리주택 보급 등으로 인한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 부재 때문이죠. 전세금을 진정시키려면 자산이 부족한 사람은 전세 수요자로 남겨두더라도 자산이 넉넉한 사람은 전세 시장에서 매매 시장으로 돌려야 전세 수요를 줄일 수 있습니다.
때문에 능력 있는 계층이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시켜 주는 등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또한 대출 관련해 우량 금융권을 끌어들여 주택 신규구입 수요자들에게 문을 열어줘야 합니다. 로또로 불리는 보금자리주택 보급은 전면적인 손질이 필요합니다. 보금자리주택은 주택시장을 교란시켜 시장을 파괴하는 원인이 됐습니다.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보급으로 분양시장에 관여할 것이 아니라 주택구매력이 없는 계층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에 주력했어야 했죠. 정부의 부적합한 시장 개입이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켜 지금의 매매시장 침체와 전세시장 폭등을 가져온 것입니다. 부동산시장은 상식적인 시장원리가 적용될 수 있을 때 정상화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매매 시장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것이지 능력 밖의 집을 무리해서 사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투기 심리로 집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내 가족을 위한 주거안정 차원에서 자산 규모에 맞는 주택 구매와 주거형태 선택을 할 수 있을 때 전세금이 안정되고 건전한 매매도 살아나면서 전반적인 부동산시장이 안정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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