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가 찾아간 대부도 동춘서커스 상설공연장

“애들아~ 대부도로 서커스 보러 가자!”

공중돌기 등 12개 프로그램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지역내일 2011-09-20 (수정 2011-09-20 오후 5:57:48)

뚝딱뚝딱! 아랫동네에 천막이 세워지고 확성기를 통해 노래 소리가 울려왔다. 40여년 전, 조용한 농촌마을에 서커스가 들어오는 날은 한차례 난리가 났다. 집집마다 날 저물기가 무섭게 밥을 먹어 치우고 온 가족은 채비를 했다. 생전 밤 마실 안 다니던 할머니도 얼굴에 홍조를 띄고 외출을 서둘렀다. 엄마 손을 잡고 서커스 천막이 세워진 아래 동네 가는 길은 왜 그리 뾰족 돌이 많은지 대여섯 살 된 꼬마는 몇 번을 휘청거렸다. 그래도 서커스를 본다는 설렘으로 발바닥이 아픈 줄 모르고 걸었었다. 라디오 한 대도 귀하던 그때, 서커스는 꿈이며 별천지였다.


안산시에서 발행 된 영수증 챙겨 가면 할인!
서커스에 대한 추억은 오래됐지만 선명하다. 그 추억이 되살아 난 것은 한 토막의 짧은 기사 덕분. 올해 3월이던가? 안산시가 재정난으로 해체 위기에 처해있는 동춘서커스의 상설공연장을 마련해 주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다. 시는 대부도 관광 활성화를 이룰 수 있고 서커스단은 공연을 할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
‘언제 한번 가야지!’ 벼르고 있다가 서커스 보기에 딱 좋은 시기인 추석 연휴에 나들이를 나섰다.
할인 정보는 어디를 가든 챙겨야 할 필수 덕목. 동춘서커스도 다양한 할인제도를 운용하고 있었다. 입장료는 대인 2만원, 소인(4세부터 중학생 이하)은 1만 2000원. 4인 가족이 본다면 최소 6만원이 넘는다. 결코 만만한 가격이 아니다. 가장 큰 폭의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것은 가족 할인. 가족동반은 대인은 1만3000원, 소인은 7000원이다. 경로나 장애인 등은 각각 1만원과 6000원. 그 외 음식점 등 안산 지역에서 발행한 2만원 이상의 영수증이 있으면 50% 할인  받을 수 있다. 영수증은 발행일로 7일 이내의 것만 적용된다고 한다. 그 외 서커스 주변에 있는 음식점에서 이용 고객에게 배부하는 할인권도 있다.


부모님께는 효도, 아이들에겐 색다른 경험
대부도 방아머리에 있는 서커스 공연장 시설은 어린 시절에 본 공연장과 거의 비슷한 수준. 하지만 공연 내용은 다양하고 수준 높다. 공중곡예, 저글링 등 12개 프로그램은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추석 이튿날이라 사람은 비교적 많은 편. 700여개의 객석 중 60~70%가 차 있다. 대부분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많았으나 가족 단위로 관람하는 관객도 많이 보였다. 평일 공연은 오후 2시, 4시20분. 주말에는 6시30분 공연이 더 있다. 차례를 지내고 친척 10여명과 왔다는 선부동의 한 가족은 앞 줄 한자리에 나란히 앉아 아슬아슬한 장면에서 탄성을, 어려운 묘기를 성공한 단원에게 박수를 치며 즐거움을 같이 했다. “서커스를 보기 위해 친척들이 ‘대이동’을 했어요. 안산에 서커스가 있다니까 모두들 보고 가자고 의견통일을 했지요. 오랜만에 부모님에게 효도도 하고 아이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하니 저도 기분이 좋네요. 어쩜 저렇게 잘하는지 감탄스러워요. 특히 땀을 뻘뻘 흘리면서 저글링하시는 분은 힘들어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서커스는 90분 동안 진행되며 11월말까지 공연된다.


칼국수 먹고, 바다에 발 담그고, 낚시하고
음식은 재미를 배가 시키는 중요한 매개물. 서커스장 바로 옆에는 대부도의 대표 먹거리 칼국수집이 줄지어 있다. 단출한 음식점에서부터 규모가 큰 곳까지 다양하다. 비교적 큰 규모의 ‘소문난 칼국수’집의 대표 메뉴인 해물 칼국수는 1인분에 1만2000원, 바지락 칼국수는 7000원이다. 광어, 우럭,농어,놀래미 등의 활어회 모둠은 큰 것이 일십 만원에서 7만원 까지. 서커스 공연이 끝난 직후라 몰려드는 손님으로 음식점은 인산인해. 운이 좋으면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눈앞에 펼쳐있는 작은 섬과 배를 보며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칼국수도 쫀득하고 조개도 크고 부드럽다. 서커스장에서 본 대가족도 벌써 상 3개를 붙여 놓고 음식을 먹고 있었다. 겨우 걸음마를 시작한 손주부터 할아버지까지 3대가 시끌벅적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즐거움을 준다. 칼국수를 먹고 바다로 나간 아이들은 벌써 옷이 흥건히 젖어 있는 상태. 풍력발전용 바람개비를 배경으로 놀고 있는 풍경이 아름다워 ‘여분의 옷이 없는데 바다에 들어가면 어떡게 하냐?’는 타박을 하지 못한다.  옆에서 할아버지와 릴낚시를 하는 초등3학년 아이는 “할아버지가 낚시대를 사줬다”고 자랑한다. 고기를 잡으려면 물이 들어오는 오후 4시 이전에 가야 좋다고 한다.


남양숙 리포터 rightnam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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