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안산 시립국악단 피리수석 김성민 씨

나는 피리 부는 사나이 김.성.민

시립국악단 수석 연주자, 퓨전국악팀 만들어 새로운 국악 시도

지역내일 2011-09-20 (수정 2011-09-20 오후 5:55:10)

지난 5일, 가을바람이 가득한 서울 광화문 밤거리는 피리 소리로 가득했다. 그 소리는 세종문화회관 앞을 지나던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시선을 돌리니  피리 부는 사나이가 눈에 잡혔다. 안산 시립국악단 피리수석이며 퓨전국악그룹 ‘김성민 스토리’를 이끌고 있는 그가 하얀 도포 자락 흩날리며 피리를 불고 있었다.

도포자락 휘날리며 피리 불다
안산 시민 중 공연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 쯤 들어왔을 이름 김성민. 이름은 생소하더라도 시(市) 관련 행사나 공연장에서 흰 도포를 입고 피리 부는 그를 본적이 있다면? 맞다 그가 피리연주자 김성민 이다. 경험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의 피리소리는 한 가지가 아니다. 국악단의 수석 연주자 일 때, 퓨전 국악팀과 공연할 때 그리고 단독 공연일 때 모두 다르다. 국악단에서는 수석 연주자가 낼 수 있는 최대의 앙상블을 내고, 퓨전국악을 할 땐 피리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소리를 뽑아내며, 단독 공연일 경우는 자신만의 개성 강한 소리를 지어낸다. “피리는 작지만 음색 변화가 다양하고 표현력이 깊고 넓어 우리 음악에서 주선율을 담당 합니다. 그래서 분위기와 용도에 따라 표현을 달리 할 수 있는 팔색조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울릴 때와 도드라질 경우가 모두 가능해 연주자의 역량이 최대한 발휘되는 것도 매력적입니다.”

그가 피리를 처음 접한 건 고교 2학년 때. 반 친구 한명이 대금 연주하는 것을 보고 국악의 매력에 빠졌다. 하지만 ‘친구와 같은 악기는 하기 싫다’는 이상한 오기가 발동해 선택한 것이 피리. 플롯을 불다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악기를 내려놓은 지 몇 년 지나서였다. 그가 피리로 대학을 가겠다고 하자 부모님은 플롯을 불때보다 더 강력히 반대를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밥벌이’가 어렵다는 것. 부모님이 반대가 커질수록 그는 연습에 매달렸다. 어느 날은 피리를 너무 불어 어지럼증이 나기도 했다. 그럴수록 실력은 늘어갔다. “지금 부산시립국악단의 대금 수석연주자가인 그때 그 친구는 저를 보고 ‘독한 놈’이라고 했어요. 제 딴에는 ‘늦게 시작했으니 연습만이 살길이다’라는 생각을 했나 봐요.하하”

이야기가 담긴 창의적인 국악 하고 싶어
대학 졸업과 동시에 안산시립국악단에 합격한 그는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당시 전국에 있던 국악단을 통 털어도 한해에 신입 단원을 뽑는 인원은 고작 1,2명 내외. 바늘구멍 같은 과정을 통과한 그는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연주하며 차곡차곡 입지를 다지는 한편 재도약의 기회를 가진다. 몇 년간의 연주활동은 국악이 가지고 있는 힘을 발견한 시기. 2006년 그는 구상하던 일을 진행한다. 퓨전국악그룹 ‘김성민 스토리’ 창단은 국악의 저변 확대와 국악전공 음악인으로서 지닌 한계에 도전하는 의미 있는 행보였다. 대학 때 만들어 놨던 곡을 꺼내 수정, 보강하고 새로운 곡을 쓰면서 음반 작업은 구체화된다. 드럼, 일렉 기타와 베이스, 건반의 구성에 피리가 보컬 자리에 섰다. 음반 이름은 ‘김성민 피리연주곡집 우화(羽化).’ 우화는 소동파의 전적벽부에 나오는 우화등선(羽化登仙)의 준말로 ’곤충이 번데기에서 성충으로 되는 과정‘을 뜻한다. “앨범의 타이틀을 우화라고 한 것은 내 음악이 번데기에서 머무르지 않고 발전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음반이 완성 된 순간 아픔과 고통이 있어야 성장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후 그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당시 문광부(현 문화체욱부) 주선으로 브라질에서의 공연이 성사됐고, 이 연주 덕분에 퀼리티 있는 단체에게만 문을 개방하다는 유명 극장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꽉 찬 서울시청 광장에서 있었던 공연도 잊을 수 없다.

무엇보다 가슴 떨렸던 공연은 모 초등학교 교실에서 있었던 ’찾아가는 음악회‘. 국악단의 정기 사업인 이 프로그램은 학교에 찾아가 우리나라 고유 음악을 알리는 것이 목적. 찾아간 그곳에 자신의 초등 2학년 아이가 떡하니 있는 것이 아닌가? “학교에서 연주하는 것은 무엇보다 보람이 커요. 우리 것을 잘 알려야한다는 사명감도 있고요. 반응도 좋습니다.”
그는 꿈은 국악의 확대 재생산. 장르 불문하고 국악과 조우해 새로운 음악을 만들고 싶다. “음악은 사람 사는 이야기를 리듬감 있게 풀어내는 도구 입니다. 퓨전 국악팀에 ‘스토리’를 넣은 이유도 이야기가 있는 국악을 하고 싶어서입니다. 이야기가 담긴 음악으로 대중과 가깝고. 새로운 창의적인 국악을 하고 싶습니다.”


남양숙 리포터 rightnam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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