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초구 양재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노인권익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 참석한 노인권익위원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활동했던 사항을 발표하고 서로 어려운 점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양재노인종합복지관 노인권익증진센터에서는 노인권익위원들이 노인 학대 예방이나 소비자로서 노인이 받는 피해, 노인이 편의시설이나 복지시설을 이용할 때 발생하는 고충 등 노인권익을 보호하는 전반적인 활동을 하고 있어 세간에 화제다.
당연한 노인의 권리를 찾으려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노인권익위원들은 다름 아닌 노인들이다. 그들은 자신을 비롯해 모든 노인들의 권익을 찾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자원봉사형태의 노인권익운동가
최근 우리사회의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각 가정과 사회에서는 노인의 권익을 해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노인권익위원은 자원봉사의 형태로 노인의 권익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들은 노인들이 갖고 있는 불만이나 고충에 귀를 기울이며, 노인들이 받는 차별이나 피해, 인권침해 등에 대해 늘 관심을 갖는다. 그러다가 노인의 권익에 위배되는 사례를 발견하면 정황을 파악한 후에 조사를 실시한다. 여기서 고충이나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권고사항이 있으면 해당기관에 의뢰한다.
이들은 편의시설, 언론, 소비자, 노인학대, 노인복지 서비스 등 5개 분야로 나뉘어 활동을 하고 있다. 위원들은 수시로 만나 활동계획을 세우고 또 어려운 점을 함께 나눈다. 노인복지 서비스팀 정송현(76세)위원은 "우리들의 활동이 자원봉사형 옴부즈맨 형태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지만 정말 보람 있는 일이다"라며 "팀원들이 자주 모여 연구하고 토의하면서 이 일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
문제점 많지만 해결은 쉽지 않아
언론팀 위원들은 노인들이 출연한 방송이나 노인에 관한 기사를 꼼꼼히 모니터링하고 정기적으로 만나 토론한다. 또 방송 중에 비친 노인의 내용이 현실과 맞지 않을 때, 드라마 내용이 너무 불건전하거나 극한 상황일 경우에는 보편타당성이 있는 의견을 모아 댓글을 달기도 한다.
노인이란 약점을 이용하는 상술이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어 문제다. 소비자팀 위원들은 노인들이 물건을 구매할 때 노인이기 때문에 피해를 본 사례를 조사한다.
편의시설을 이용하는 노인은 장애인과 같은 수준으로 어려움이 많다. 편의시설팀은 노인이나 장애인이 편의시설을 이용할 때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 조사하고 해당기관의 담당자에게 결과를 알려주면서 개선을 부탁한다. 또 시설을 보수하거나 리모델링 할 때에는 반드시 불편사항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편의시설팀 장영국(67세) 위원은 "노인이나 장애인은 사실상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약자"라며 "표면적으론 노인 대상 편의시설이 있지만 실제로 노인이 이용할 수 없게 되어 있다면 사실상 학대"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전동 휠체어를 탄 노인이 시외버스를 타려할 때 혼자서는 승하차할 방법이 없다. 장 위원이 이 문제를 해당 관공서에 질문을 했더니 보호자가 동반해야한다는 답변을 들었을 뿐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노인 학대의 사례는 언어폭력, 신체적 학대,?자식들이 부모의 동의 없이 부모를 보증인으로 세우는 경우, 또 부모의 재산을 탕진하는 행위가 있다. 사회적으로는 시설을 이용할 때 노인에게 양보하지 않거나, 예의나 범절을 지키지 않는 행위 등도 포함된다. 노인학대 팀은 학대당하는 노인들이 노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사례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한다. 노인학대팀 윤은식(65세) 위원은 "노인을 학대 하는 사람들은 보통 가까운 사람 곧 가족인 경우가 많아 노인들이 학대를 받더라도 밝히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윤 위원은 설사 학대받은 내용을 알아도 해결방안을 제시 할 수 없기 때문에 활동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한다. ?
노인복지 서비스 팀 정송현 위원은 복지 서비스를 받고 있는 노인들의 현황을 아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요양기관 측에서 비협조적이라 활동이 어렵다"면서 "그쪽에서는 우리들의 활동에 대해 잘 모르고 또 감독기관의 협조 요청도 없기 때문에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고 정 위원은 설명한다.
스스로 존경받는 어른이 되어야
사회의 변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요즘, 젊은 세대들의 행동이나 사회의 제도 자체가 노인의 권익을 해치는 면이 적지 않다. 노인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그렇기도 하고 안다고 해도 개선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언론팀 문계옥(67세)위원은 "젊은 세대가 노인에 대해 모르기 때문이기보다는 존경하는 마음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라며 "노인 스스로 젊은 세대로부터 대우받기보다는 존경받을 수 있도록 품위를 유지하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한다. 문 위원은 가까운 예로 지하철에서 큰 소리로 전화를 하거나 경로석이 아닌 일반석에서도 자리를 양보 받고 싶어 하는 태도 등은 삼가야한다고 말한다. 소비자팀 김우열(69세) 위원은 "그래도 아직은 우리사회 곳곳에 노인에 대해 예의를 지키려는 가치관이 남아 있다"면서 "젊은 세대와 함께 지낼 때 노인 스스로가 주의해야한다"고 자조적으로 말한다.
하지만 노인들도 자신의 입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들린다. 정송현 위원은 "이제 노인권익은 노인 스스로 지키고 보호해야한다"면서 "기존의 겸양의 미덕을 버리고 주장할 것은 당당히 주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정위원은 부당한 처우를 받았을 때는 당당하게 시정을 요구하고, 차별이나 권익을 침해당했을 때는 즉시 신고하고 도움을 청하는 적극적인 행동을 취해야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일상생활에서 권리를 주장하면서 동시에 의무도 성실하게 수행해 젊은 세대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한다. 노인이 스스로 자신의 권익을 보호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노인학대팀의 윤은식(65세) 위원은 "노인도 공부해 모든 것을 자기스스로 해결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복지관, 문화센터, 도서관 등을 이용해 공부하고 젊은 세대에게도 모범을 보이는 생활을 해야 한다"고 방법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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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수 리포터naheesoo@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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